ASAP 여성호신술을 처음 대중에 소개한 올댓호신술 앱이 티스토어에 오픈된 후 지금까지 7천명 가까운 분들이 다운받으셨고,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이런 얘기가 나오겠지'라고 예상했던 반응도 역시나 나왔습니다.

"호신술 같은 거 쓰다가 오히려 남자 심기 건드려서 더 큰 봉변 당한다.", "이런 거 다 쓸모없다. 어차피 여자가 남자는 못이긴다. 그냥 도망가는 게 최고." 같은 이야기들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런 반응이 대부분 남성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성 이용자들로부터는 "그래도 뭐라도 배워놓는 게 좋지 않을까", "좋은 거 잘 배웠다", "열심히 연습해보겠다" 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ASAP를 기반으로 이동기 해설위원이 진행하고 있는 부산시 국민체육센터 '여성격투기다이어트&호신술 강좌'


사실 남성들이 여성호신술에 대해 이런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지난 글에서 다뤘던 것처럼 기존 여성호신술이 가지고 있던 한계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된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겠죠.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올댓호신술 앱에 비판적인 분이라면 십중팔구는 사진만 대충 훑어보신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셨다면 분명히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ASAP호신술만의 체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테니까요.

두번째 이유는 남성지배적 의식이 자기도 모르게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즉, 여성이 저항하는 것 자체가 뭔가 못마땅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또,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 스스로조차 피해의식이나 패배의식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슨 소리냐'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얘기가 너무 길어질테니 이번 글에서는 일단 부연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요는 이유야 어찌됐든, 여성이 남성의 성폭력에 대해 저항하는것이 과연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겠죠? 이건 제가 아무리 저항이 의미가 있다고 역설해도 쉽게 납득이 안되실테니, 실제 사례를 조사한 통계 자료를 인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성폭력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라는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합니다만, 성폭력에 대한 국내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때 시행된 가감없는 실태 조사 자료로서 유의미하다고 하겠습니다), 남성의 강간 시도에 대해 여성이 무저항이었을 경우 강간 모면 성공율은 43.5%에 불과하지만, 저항함으로써 강간을 피한 비율은 70.4%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적극적인 저항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강간 모면 사례 조사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서구의 연구 사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니 저항의 유의미함에 더욱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나 저항을 했음에도 성폭력을 모면하는데 실패한 비율이 30%나 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 저항을 하느냐가 성폭력을 퇴치하는데 또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는 것이 성폭력을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까요?

일단 같은 조사에서 여성들이 주로 사용했던 저항 형태를 알아보면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속이거나 핑계를 대거나 협박하는 등 말로 저항하는 것이 46.4%, 힘으로 대항하기 20.1%, 애원하기 13.5%, 도망가기 11.1%, 소리지르기 9%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와 같은 저항 방식 가운데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성공률 95.2%의 도망가기였고, 그 다음이 논리적인 말 (73.3%), 완력(61.8%), 소리지르기(58.3%), 애원하기(52.9%) 순이었습니다.

애원하기는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 상황에서 공포에 질린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쓰는 방식이지만, 강간과 같은 흉폭한 범죄 앞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의 지배욕구를 자극하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논리적 설득이나 소리지르기, 힘으로 맞서는 등의 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저항일수록 가해자의 의도를 바꾸는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저항의 경우, 국내 조사와 달리 서구 연구 사례에서는 다른 저항 수단들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많다고 합니다. 이는 골격이나 근력, 그리고 신체 활동 경험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발달한 서구 여성들이 물리적 저항에 보다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달리 해석하면 우리나라 여성도 신체 단련이나 호신술 수련 등을 통해 물리적 자기 방어 능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더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도망가는 것은 매우 유효한 자기방어 수단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도망갈 수 있느냐다.

또, 가장 성공율이 높은 저항 방법이 '도망가기'라는 것에서 "역시 도망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항 유형별 빈도 조사에서 '도망가기'의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일단 도망을 갈 수 있다면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 그다지 많지 않거나 여성들이 패닉에 빠져 도망갈 시도를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즉, 어떤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안전하게 탈출하기 위해서는 1. 침착하고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 루트를 탐색,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2. 만약 가해자에 의해 탈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일시적으로라도 가해자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도망가면서도 다시 붙잡히지 않을 여유를 벌기 위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또, 여기서 물리적 저항이 결코 무의미한 수단이 아님을 통계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여성호신술'이 필요한 이유이며, 여성호신술을 구성하는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ASAP는 자기방어 실행 단계를 위험신호 감지 (및 경계) - 설득 (- 저항 또는 제압) 후 탈출로 구분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비단 여성 뿐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당하는 호신의 기본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이 자기방어 실행 단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武Zine과 공도KOREA는 여성호신술에 대한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이라는 새로운 성폭력 예방/퇴치 및 여성호신술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지난 여름 제작해 9월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어플인 '올댓호신술'은 지금까지 6천7백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 사보 연재, 지역 사회체육센터 및 각종 대학과 단체 대상의 여성호신술 특강도 활발히 추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수련문의
서울 : 공도KOREA 중앙도장 cafe.daum.net/daidojuku (성북구 한성대학교 중문 앞, 070-7536-7134)
부산 : 부산시국민체육센터 '격투기다이어트&호신술' 강좌 (서구 서대신동3가, 051-243-5959, 월수금 오후2시/9시)

티스토어 '올댓호신술' 
http://j.mp/dvXi5x  


Posted by 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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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무라록 2011.01.24 1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족들과 함께 사는 여고생이 저항을 하지 않고 겁에 질려 성폭행을 당하고 그 뒤 울면서 몸을 추스리며 옷을 입으려고 하자 그대로 목을 졸라 살해한 일도 있었죠. 그 여고생이 만약 비명을 지르거나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릅니다. 다음 글도 계속 기대합니다.

    • Favicon of https://moozine.net BlogIcon 류운 2011.01.25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음 글이나 다다음 글에서 다룰 내용이긴 한데,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기본적으로 폭력은 비겁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2. 흐음.. 2011.01.24 2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트 하나 걸고 갑니다...( http://blog.naver.com/windheim/90104193744 )
    호신술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류운님이 지적한 두 번째 이유가 가장 클겁니다. 바로 사회적 훈육의 문제...

    여성 호신술의 문제를 각 유파의 체계의 문제, 기술의 문제로 끌고 간다면 크게 잘못된 접근 방법일 겁니다. '여성은 필연적으로 약하다'라는 접근은 더 바보스러운 접근이 될꺼고요.

    요컨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문제점의 원인은 폭력성에 대한 내성 부족입니다. 남자아이들이 치고 받으면서 또 부모에게 교육받으면서 꾸준히 배워온 '폭력'을 여자들은 치고 받은 적도 없고 사회가 강요한 '여성스러움'에 폭력을 학습하고 체험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하기에 막상 '폭력' 마주치면 뱀 앞의 개구리처럼 고양이 앞의 쥐처럼 '얼어'버리는 것이지요.

    솔직히 공도의 호신 기술 체계는 직접 안봐도 '쓸모없다'는 생각 입니다. 폭력에 대한 내성이 없는데 그깠 기술이 아무리 좋아봐야 뭐 하겠습니까. 역설적이게도 그 기술이라는 것의 무쓸모성을 통계로 증명하셨군요.

    그 시간에 여성들에게 공도의 마스크를 한 번 더 씌우는게 의미가 있을겁니다. 어렸을때부터 공도의 마스크를 써본 여성들이라면 공도의 타격-관절 '기술'의 덕으로 위험을 극복하기 보다는 공도의 '마음'으로 위험을 극복할 것 같군요.

    • Favicon of https://moozine.net BlogIcon 류운 2011.01.25 0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본문에서 언급한 두 번째 이유는 말씀하신 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의 얘기입니다만, 일단 그걸 떠나서 말씀하시는 내용에는 매우 공감합니다. 앞으로 다룰 내용에도 같은 관점의 이야기들이 나올 거고요.

      그리고, ASAP는 공도의 호신기술이 아닙니다. 지난 글들에서부터 말씀드렸지만 '여성이 주로 접하는 위기 상황 타개에 필요한 전술전략,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 및 신체능력'을 기르기 위해 만들어진, 온전히 여성호신술로 개발한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죠.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공도의 훈련 장비가 유효하게 사용되긴 합니다. 말씀하신 '마음'의 문제 또한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요.

      물론 제가 하는 종목이 공도이기 때문에 기술 체계도 어느 정도는 적용이 됩니다만,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도 다를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공도를 하는 입장에서 '공도'의 기술 체계이 호신에 얼마나 유효한가를 변론하자면, 그 자체로도 말씀하신 폭력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데 매우 유효하다는 겁니다. 장비와 룰 덕분에 다른 종목에 비해 '안심하고' 풀파워로 시도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술이 공도에는 그만큼 더 많으니까요. ^^)

      아직 ASAP를 제대로 소개한 것이 아니고, 연재할 내용도 이제 겨우 첫머리를 뗀 시점이니 좀 더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3. Favicon of https://moozine.net BlogIcon 飛流 2011.01.25 0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류운님의 글은 참 읽기 쉽고 공감가는데 연재글일 경우는 감질나는 곳에서 한번 끊긴다는 단점이 ㅎㅎ 다음편도 그 다음편도 계속 기대합니다~_~

  4. 김용직 저지 2011.01.25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것은 모르겠고, 저 사진에 나오는 여성의 자세는 "택배 왔다! ㅋ" 이 자세.
    신나게 도망가고 있는 듯이 보여.

  5. 김용직 저지 2011.01.25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름을 잘 지은 게 ASAP가 어쑨애즈파써블이잖음. 물론 이걸 감안해서 지었겠지.
    기억도 잘 되고 좋으네.

  6. 호신술이불필요 2011.01.25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 위에 사진들의 여성 분들! 당신들을 보아하니...
    쓸데없이 시간들여서 돈들여서 호신술 배우지 마시오...
    당신들 호신술 배우지 않아도 얼굴이 무기이구만...
    남자도 사람 가리면서 덤빈다오. 자존심이 있지...

    • Favicon of https://moozine.net BlogIcon 류운 2011.01.25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 않습니다.
      조만간 다룰 내용 중 하나인데,
      그런 생각이 가장 보편적인 성폭력에 대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여성의 미모나 성적 매력은 성폭력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결코 아닙니다.

    • ^^ 2011.01.25 1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존심있는 새끼가 성폭행하겠냐~

    • 바로 당신 2011.01.25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로 당신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7. 화랑 2011.01.26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만의 생각이긴한데.. 여성분들이 호신술을 배워도 그기술을 실전에서 쓸수있는냐가 문제겠네요.
    배웠다고 순간적으로 쓸수있는 호신술도 아니고 무의식중에서도 몸이 행동할수있을정도되야 도망갈시간을 벌까하는생각두 들구 말이죠. 여성분들은 대게 힘이 약하기때문에 제압술같은건 힘들듯...
    저같으면 남자의 제일~아픈부분..(말안해도 아시것죠 -ㅁ-) 알까기 제대로 한번하고 튀는게???

  8. Favicon of http://www.vanessabrunoeshop.com/ BlogIcon vanessa bruno pas cher 2013.04.18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춤형 오픈캐스트를 준비하는 풀반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