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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달 초 예정이었던 '나를 지키는 힘 - 한국형 여성호신술 ASAP (Anti Sexual Assault Program)' 전자책 발간 기념 이벤트로 계획중이었습니다만, 전자책 발간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고 또 최근 수원 살인 사건 이후 호신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아짐에 따라 전자책 발간과 관계 없이 오는 4월 21일(토)부터 매주 주말(토, 일)마다 ASAP 여성호신술 무료 특강을 6주 간 실시하려고 합니다.

ASAP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정당방위'의 적용 범위가 좁고, 여성의 신체 활동 및 격투 경험이 부족한 한국 현실에 맞춰 개발된 여성 호신술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상황에 맞춘 기술적 대응이 아닌 평소 마음가짐에서부터 단계별 전술적 행동 원칙, 호신용품의 활용 등 한국 여성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성폭력 상황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특히 실제로 공격자(남성)을 상대로 있는 힘껏 저항하고 탈출하는 실전모의훈련(모델머깅)을 도입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호신술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해외의 모델머깅 훈련 장면



ASAP는 프로그램 특성 상 최소 2주 이상의 맟춤형 개인지도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말 무료 특강은 1회 강좌를 통해 자기방어의 단계별 전략, 기본원리운동 4가지, 호신용품의 활용 등 ASAP의 근본이 되는 전술 및 기술을 간단한 실기와 더불어 다 함께 배워볼 수 있게끔 진행됩니다.


ASAP 주말 무료 특강 개요

일시 : 2012년 4월 21일 토요일부터 매주 토, 일요일 오후 2시 ~ 3시
장소 :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243-5 B1 공도코리아 중앙도장 (4/6호선 삼각지역 2번 출구 앞)
지도 : 김기태 (국제공도연맹 한국지부 책임자, ASAP 개발자)

- 6주간 12번의 강연 중 1번 참가하시면 됩니다.
- 운동 요령등  어려운 부분이 있으신 분은 1번 참가 후 재 참가하시는걸 권해드립니다. 

특강 내용
- 자기방어 4단계의 이해, 세이프플랜 짜기, 소리지르기 연습 
- 기본원리운동 (밀기, 당기기, 비켜돌기, 주저앉기/구르기)
- 호신용품의 활용
- 질의응답 (상황 별 해법 제시 중심으로)
- 모델머깅 체험 (희망자에 한해)

참가자 주의사항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준비해야 하며, 안전 장비의 착용을 권합니다.
액세서리 및 시계, 벨트 등의 착용은 피해야 합니다. 

참가 신청
미리 참가 신청을 하지 않고 당일 방문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수월한 진행 및 참가 인원 파악을 위해 미리 참가 신청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메일 ryuwoon7134@hanmail.net
(성명, 연락처, 참가 희망 일시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사전 문의는 전화 070-7536-7134 또는 트위터 @ryuwoon 
주말 특강과 별도로 정규 프로그램(개인지도)도 수시 접수 중이며,
회사 및 학교, 단체 등 출강(단기 특강 및 기간제 단체 지도)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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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만, 요즘 젊은, 혹은 어린 친구들이 곧잘 하는 말 중 참 듣기 싫은 것이 '나이가 들어서' 어쩌고 하는 소리입니다. 언젠가부터 이삼십대 사이에서 이렇게 스스로를 늙은이로 만드는 말 장난이 조금씩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십대들 사이에서도 '늙었네', '몸이 예전 같지 않네' 어쩌고 하는, 막말로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소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어리고 젊은 것을 쫓는 유행이 낳은 부작용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한데, 특히 우리나라 무술 격투기 판에서는 이런 풍조와 아동 위주로 운영되는 도장 실태가 겹치면서 체육관에서 이삼십대 관원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기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도자들 역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빠른 안정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선수 생활이나 사범 생활은 거의 대학 졸업과 함께 접어버리고 바로 도장을 차려 '관장님 행세'를 하는 경우를 곧잘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 서른을 바라보기만 해도 벌써 '나이 들어서 몸 사려야지' 라는 소리가 나오고, 어쩌다 나이 많은 관원이 나오거나 40대 관장이 직접 관원들을 지도하고 같이 수련이라도 하면 아주 대단한 것처럼 얘기가 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엘리트 종목이나 일류급 선수층을 제외하면 십대 혹은 이십대만 넘어가도 이미 전성기가 지난 거니 어쩌니 하는 얘기는 대부분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입니다. 꾸준히 시간을 들여 공을 들이기만 한다면 오히려 삼십대에 접어들면서 기량이 원숙해지고 사십대에 최고점을 찍을 수 있는 것이 무술 수련입니다. 랜디 커투어나 어네스트 호스트, 피터 아츠 같은 선수들의 활약이 결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얘기죠.

게다가 이처럼 수련 연령이 낮아지고, 평균 수련 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은 전체적으로 수련의 수준이나 기량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한창 더 배우고 수련해야할 시기에 이미 은퇴(?)하거나 현역에서 물러나다 보니 전수되는 기술의 질적 양적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삼사십대에 격투기를 시작하는 것도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닙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기량을 쌓아올린 젊은 선수들과 싸우는 것은 무리일 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적절한 실천 프로그램과 지도를 따른다면 얼마든지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수련을 해나갈 수 있고 적절한 수준에서 풀컨택트 겨루기 또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이 먹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마흔살 넘은 아저씨들의 격투토너먼트.
일본에는 만35세 이상의 선수들만 참가하는 '오야지배틀'이라는 프로이벤트도 있다는 사실~!

뭐 어차피 말로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드실테니, 마흔이 넘어선 일반인도 얼마든지 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드리는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지난 2월 15일에 제가 직접 출전하기도 했던 전일본비지니스맨클래스공도선발대회 중(中)량급에서 우승한 사토 준 선수의 경기 영상입니다.

영상을 보시기에 앞서 잠깐 공도(空道-쿠도) 룰을 설명드리자면 안면보호헤드기어를 착용함으로써 손, 발, 팔꿈치, 무릎, 박치기 등에 의한 직접 안면 타격을 허용하고, 메치기에 이은 굳히기나 조르기 등의 그라운드 기술도 허용합니다. (단, 그라운드 상태에서 위 사람이 아래 사람의 얼굴을 직접 가격하는 것은 금지, 슨도메 형태로 연타를 가할 경우 '효과' 포인트를 준다) 게다가 도복을 잡고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종합격투기에 비해서 어떤 의미에서는 훨씬 제한이 적은 형태의 경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단, 만3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비지니스맨클래스에서는 선수들의 연령과 체력, 사회 활동에의 영향 등을 고려해 다리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 시간을 3분에서 1분 30초로 단축하며, 10초 이상의 난타전은 일단 중지하는 등의 선수 보호 규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토 준 선수는 현재 만41세(우리 나이로는 마흔셋)의 교직원으로 키 172cm에 체중 77kg 정도의 신체 조건, 공도 수련 전에는 어떤 특별한 격투기 수련 경력이 없었던 그야말로 평범한 40대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약 3년 간의 공도 수련을 통해 초단을 획득했고 작년 전일본BC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올해 우승을 거뒀지요. 참고로 이 체급에 출전한 7명의 선수 중 최연장자였는데, 다른 선수들 또한 만32세인 저를 제외하면 모두 38~40세 정도의 나이에 회사원, 공무원, 미용사 등의 일반 직장인들이었습니다. 경량급에서는 50대 선수도 출전했지요.

자, 어떻습니까? '이 나이에 격투기는 무슨...' 이란 생각으로 끓는 피를 억누르고 있던 아저씨, 아버님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근처 무술도장이나 격투기체육관의 문을 두드려보십시오. 그리고 거기, 신체 건장한 이삼십대의 당신, 나이 운운하며 격렬한 운동을 피하려고 했던 자신이 좀 우습다는 생각 안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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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토요일 아침 11시 

늦잠이 원수다. -_-;;  어제 비행기도 놓쳤는데 오늘은 지부장 심사 견학을 놓쳤다. 사실 어제 총본부 수련이 즐겁기는 했는데... 아침의 사고도 있었고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수련을 하다 보니 피로가 생각보다 컸나 보다. 게다가 긴장도 풀리고 해서 그런지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9시 30분... -_-a 지부장 심사는 10시에 시작된다고 했는데...

뭐 어차피 두세시간 정도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도 먹고 ㅋ 여유있는 마음으로 총본부에 도착했으나, 정확하게 1시간 동안 진행된 심사가 막 끝나고 청소를 하고 있다. 어제 수련 지도를 해준 쿠로키 2단을 비롯해 괴물급 지부장들의 실력을 보면서 마음을 다지고자 했던 계획은 이렇게 어이없이 틀어지고 말았다. 이러다 대회 당일인 내일도 늦잠 때문에 출전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 (물론 대회는 오후 3시 시작이니까 그럴 걱정은 없겠지만... ㅎㅎ) 


2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기왕 헛걸음한 것 시내 격투기용품점 몇군데를 잠시 들렀다가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서 푹 쉬기로 했다. 낮잠을 달게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오후 3시, 왠지 허전한 마음에 어제 받아온 도복과 피스트가드도 꺼내 보고 '쿠'의 투명커버 부분에 김서림 방지액도 발라주면서 내일 경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얘기를 나눴다. 그러고보니 임재영 선수는 아무래도 낯선 '쿠'를 쓰고 싸워야한다는 것이 신경 쓰이는지 어제 밤에 잘 때도 '쿠'를 쓰고 잤다고 한다. ^^ 

나는 어제 총본부에서 수련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봤다. 작년 한국 세미나 때도 왔었던 호리코시 초단은 나에게 우선 '안면 펀치를 맞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부터 강조했다. 특히 '쿠'를 쓰고 펀치를 맞으면 직접 얼굴에 주먹이 닿지는 않는데 충격이 오는 묘한 위화감 때문에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가 가볍게 펀치를 뻗으면 그것을 그대로 맞으면서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지 않는 훈련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총본부 수련을 마치고 단체 사진. 뒤줄 가장 왼쪽이 나, 바로 옆이 임재영 선수,
가장 오른 쪽이 현재 총본부 내제자로 작년 한국세미나 때도 아즈마 숙장과 동행했던 호리코시 초단

그리고 난타전을 피하고 안면 펀치를 방어하면서 상대적으로 익숙한 발차기로 거리를 만들어서 대응하라는 것이 호리코시 초단이 나에게 내려준 전략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다 발차기를 잘 하니까, 발차기로 싸우는 게 나을 거예요" 란다. ㅎㅎ (여담이지만 정말로 일본 사람들은 태권도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다 발차기를 잘 하는 줄 안다. 하기사 몸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싫어해서 뒤차기만 나와도 "오~"하고 감탄하는 일본 무도/격투계의 특성에 반해 한국 무술격투가들은 예사로 뒤차기나 뒤돌려차기를 구사하니 그렇게 보일만도 하다.) 쿠로키 2단과 호리코시 초단, 그리고 갈색띠 2명과 녹색띠 1명의 총본부 수련생들이 돌아가며 매서드 스파링 형식으로 나를 도와줬다. 처음에는 맞는 것에서부터 블로킹, 피하고 받아차기, 발차기로 먼저 공격하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유 스파링에 가깝게까지 체계적으로 훈련이 이어졌다.

30분 정도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하다보니 앞차기나 옆차기로 거리를 버는 것이나 사이드로 빠지면서 중단돌려차기, 발차기를 잡혔을 때는 바로 돌려빼면서 뒤차기, 근접 상황이 됐을 때 무릎차기 등의 공격패턴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 물론 가볍게 동작만 맞춰보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는 파워나 박자가 훨씬 거칠어질테니 또 다른 느낌이겠지만 우선은 '해볼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단차기에 자꾸 손이 내려가는 (잡으려고 하는 버릇 때문에) 습관은 페인트에 이은 펀치나 하이킥을 허용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역시 고쳐야할 부분으로 지적 받았다.

이렇게 1시간 30분 정도 스파링 위주의 타격 훈련이 끝난 후에 또 1시간 가량 그라운드 훈련이 이어졌다. 기본적인 유도식 기초운동 - 새우, 역새우, 기어가기, 구르기, 낙법 등 - 을 한 후, 메치기 기술을 서로 한번씩 걸어보는 연습을 하고 바로 란도리(메치기 자유대련)로 들어갔다. 예전에 미국 브라질유술 도장에 갔을 때 스파링에서 택견의 딴죽(회목치기)로 꽤 재미를 봤던 것과는 달리, 일본은 유도를 많이 하는 탓인지 발목을 후리는 기술이 생각보다 잘 통하지 않는다. 맞잡기가 됐을 때 어떤 기술을 써야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이어진 것은 패스가드(누운 상대가 견제하는 다리를 젖히고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 것)의 연습. 상대 다리를 무릎으로 타고 넘어가는 3가지 방법을 하나씩 따라해봤는데, 내 파트너는 체중 100kg의 임재영 선수! -_- 허벅지와 갈비뼈 위로 임재영 선수의 무릎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야 했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그라운드 공방에 대한 마무리 훈련도 겸할 수 있었으니 잘 된 셈이다. 임재영 선수 역시 익숙치 않은 동작들이라 힘들어하긴 했지만 자유롭고 다양한 수련 방식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대도숙에서의 수련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뤄진다.
총본부의 경우 산타, 브라질유술, 아이키도 등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마련해두고 있다.



2월 15일 일요일 아침 7시 30분

이른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 대회 사진 촬영을 위해 야간버스로 오사카에서 올라온 (김)광수가 토쿄에 도착한 모양이다.  지난 9월부터 교환학생으로 오사카에 거주하며 공도 수련을 시작해 지금은 5급, 노란띠를 매고 있다. 아마도 올 가을에 한국에 돌아올 때는 갈색띠를 매고 있지 않을까?

원래 우리는 오후에 대회가 시작이라 늦잠을 자고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오전의 소년부 대회 촬영도 해야 하는 광수가 토쿄는 초행길인지라 일찌감치 다함께 대회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우구이스다니에서 대회장인 아라카와구립스포츠센터까지는 전철로 네 정거장 정도의 가까운 거리. 대회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9시 30분, 소년부 대회가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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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금요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아침 8시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어느새 시각은 7시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까지는 적어도 2, 30분은 더 가야할텐데...-_- 리무진버스 첫차 시간표를 잘못 알고 나온 것과 아침에 급히 못 챙겨넣었던 파울컵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 화근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카운터로 달려갔지만 역시 늦었다. 이미 수속 마감이 됐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 ;;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살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대기수속 카운터에 사정을 얘기하니 원래 변경이 안 되는 티켓인데도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J모항공 인천공항 대기수속 카운터의 직원 아가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얼굴도 이쁜데 어찌나 맘씨도 고우신지!! >ㅁ<)b


2월 13일 금요일 오후 4시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대도숙 총본부에서 아즈마 숙장에게 함께 BC대회에 출전할 임재영 선수를 소개하고 저녁 수련에도 참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 총본부 수련에 참가하는 것은 나도 처음이기 때문에 살짝 흥분된다.

토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대도숙 총본부 건물,
1층은 웨이트룸과 스포츠마사지, 2층과 3층은 도장, 4층과 5층은 숙소 및 사무실로 쓰고 있다.

오랜만에 들러본 총본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숙장에게 인사를 드리고 대회에 필요한 장비를 받았다. 우선 대도숙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안면보호구, 3년 전까지만 해도 수퍼세이프라는 장비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착용감이나 실전적 의미에서 보다 개선된 오리지널 장비인 NHG空(네오헤드기어 쿠 - 이하 '쿠')를 사용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얘기 하나, '쿠'에는 호흡으로 인해 투명마스크 부분에 입김이 서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약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 -_-a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서 몇 번이나 바르고 닦고를 반복했지만 입김이 서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 오사카에서 수련하고 있는 김광수군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퐁퐁 같은 주방세제를 바른다고 한다. (사실 숙장은 주방세제를 바르면 화학작용 때문에 마스크가 약해진다고 절대 바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었는데... 결국 우리도 대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바르고 말았다. -_-;)

그리고 그 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KFG(쿠도피스트가드), 안면보호구의 접합부 등을 맨손을 때릴 때 생길 수 있는 찰과상이나 긁힘 등의 상처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착용한다. 아주 얇은 오픈핑거글러브처럼 생겼는데 사실 글러브로서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_-a 대도숙에서는 어디까지나 맨손 공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뒤로 보이는 것이 구형 수퍼세이프와 피스트가드, 앞쪽이 신형 NHG쿠와 피스트가드


마지막으로 도복! 임재영 선수는 흰 도복, 나는 파란 도복을 구입했다. 대도숙에서는 유도와 마찬가지로 백/청 도복을 채택해 경기 중에 선수 구분을 쉽게 하고 있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 구분이 쉽지 않은 공도 경기 특성 상 더더욱 필요한 조치였을 터이다.


2월 13일 금요일 오후 6시

숙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7시 수련에 참가하기 위해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로망의 아이템과 같았던 파란 도복을 입고 몸을 풀고 있으니 왠지 선수가 된 기분을 실감하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물론 한편으로는 과연 일요일 대회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 이번에 출전하는 대회는 '전일본비지니스맨클래스선발대회', 즉 만 30세 이상의 비지니스맨클래스 일반수련생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규모도 작고 규정 상으로도 일반 공도 경기에 비해서는 완화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실 큰 부담을 가질 대회는 아니다. 출전을 결정하게 된 것 또한 기왕에 치솟는 환율을 무릅쓰고 일본까지 가는 것,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하고 오자는 이유가 컸다. 

더구나 임재영 선수는 극진 수련 경력이 오래된 만큼 극진과 같은 룰로 치러지는 기본룰 부문에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 가능성마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나는 얼굴을 직접 때리고 (물론 '쿠'를 쓰긴 하지만) 그라운드 공방까지 포함된 공도룰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라 역시 부담이 된다. 약 2주간의 짧은 준비 기간 동안 미트 트레이닝과 스파링을 중심으로 대비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룰로 경기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쩌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든다. -_-;; 공도와 인연을 맺은 지 햇수로 2년, 아니 벌써 3년이 되어가고 있다. 武Zine이 마샬아츠타임즈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잡지로 활동하던 시절 취재 차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을 인터뷰한 것이 2007년 여름의 일.

사실 공도(空道-쿠도)라는 이름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에 새롭게 명명된 이름인 만큼 일본에서조차 '다이도주쿠 가라테(대도숙 공수)'라고 해야 알아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한국에서야 '대도숙 가라테'라고 하면 '극진에서 분파된 수퍼세이프를 쓰고 싸우는 종합격투가라테'라는 이미지 정도만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뿐, 아예 모르는 쪽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도숙 공도는 기술적 제한이 무척 적다는 그 독특한 풍격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그 실체를 접해보고 싶어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에 관심만 있었던 사람들에게 공도를 실제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1년 후 한국 최초로 아즈마 숙장을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로 당시 극진가라테를 수련하던 김광수군을 선수로 출전시키는 일로 이어졌다. 

2008년 8월 주최했던 아즈마 숙장 방한 세미나, 급한 일정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참가했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아즈마 숙장의 동의를 얻어 공도를 접해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수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국공도연구회 쿠도코리아(공도코리아 http://cafe.daum.net/daidojuku )'라는 동호회를 만들었고, 나아가
한국에서 공도가 뿌리 내리고 보급될 수 있도록 지도자 및 선수를 발굴, 양성하는 일까지도 하게 된 것이다.


2월 13일 금요일 저녁 10시

지쳤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수련은 9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주 강한 강도로 몰아붙이는 수련은 아니었지만, 기본 타격기에서부터 그라운드 기술까지 풀코스로 진행된 탓에 온몸의 근육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특히 그라운드 쪽 운동을 해보지 않은 임재영 선수는 쓰지 않던 근육을 쓴 탓인지 몸이 놀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둘이 함께 내린 결론은 '그래도 재미있다!' ^^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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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이었던 2월 15일 일본 토쿄 아라카와구종합스포츠센터 무도장에서 개최된 제3회 전일본BC공도선발대회에 출전한 임재영(한국 공도연구회 쿠도코리아 - 이하 공도코리아) 선수가 기본룰 중(重)량급 토너먼트에서 2연승을 거두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공도(空道-쿠도)'는 극진가라테 창시자 최영의의 제자 중 하나인 아즈마 타카시가 설립한 단체 대도숙(大道塾-다이도주쿠)에서 수련하는 종목이다. 과거에는 '격투공수'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2001년부터 가라테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그라운드 상황 등 보다 다양한 실전 상황에 대응 가능할 수 있는 이상적인 타격계 종합호신무도라는 의미로 '비어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의미로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다.

공도 경기는 기존의 풀컨택트룰로 싸우는 기본룰, 안면공격과 메치기를 허용하는 격투룰, 30초간의 그라운드 공방까지 허용하는 공도룰로 나뉘어 치러지는데, 모두 NHG쿠(空)라는 안면보호장구를 착용한다. 이로써 정권, 팔꿈치, 무릎, 박치기 등에 의한 안면공격을 전면 허용하면서도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하고, 상대 옷을 잡고 공격하는 행위나 메치기, 관절기, 조르기 등을 허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폭이 매우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체중만으로 나누는 체급 대신 키와 몸무게를 합한 체력점수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체력점수가 2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낭심공격을 허용하는 등 체급에 의한 유불리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 일반부나 선수부 외에도 중학생 이하의 소년부, 만 3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지니스맨클래스(이하 BC) 등 각 단계 별로 수련일수, 심사, 경기, 보호구 등의 기준 등을 별도 적용함으로써 누구나 일반 사회생활에 지장 없이 수련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결승전에서 내측하단돌려차기(인사이드로킥)으로 공격하고 있는 임재영 (사진제공 : 공도코리아)

임재영은 1차전에서 오른발 상단돌려차기로 효과 하나를 얻어 판정승을 거뒀고 2차전(결승전)에서는 중단지르기로 절반 하나를 얻어 처녀출전에서 전일본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한발한발 육중하게 상대의 몸통과 다리에 꽂히는 정권과 하단돌려차기에는 극진가라테 유단자다운 강맹함이 있었고, 결승전 종료 3초를 남겨두고 선보인 뒤돌려차기의 깨끗하고 날카로운 기술미에는 장내의 모든 이들이 탄성을 금치 못했다.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 또한 임재영의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앞장서 박수를 보내줌으로써 한국 공도의 멋진 출발을 축하했다.  

한편 같은 대회 공도룰 중(中)량급 토너먼트에 출전한 김기태는 1차전에서 작년 전국BC대회 준우승자 사토 준의 안면펀치 러시에 고전한 끝에 포인트를 내주지는 않았지만 판정패하여 고배를 마셨다.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사토 준은 결국 준결승에서 연장전 판정승, 결승전에서는 아킬레스건조르기에 의한 한판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공도코리아는 한국유일의 대도숙 총본부 인정 동호회로 서울 최무배레슬링도장에서 매주 토요일 무료체험수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도자 및 국제대회 출전 선수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제3회 전일본BC공도선발대회 우승자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임재영, 가운데 서있는 인물이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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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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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뒤늦게 알게된 사실입니다만, 지난 10월 7일부로 우리나라에 극진가라테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경훈 사범이 국제공수도연맹(IKO1) 극진회관 총본부(관장 마츠이 쇼케이)로부터 한국지부장 및 극진회관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비공인 자격의 발행 및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매체 및 물품 제작, 한국 내에서 단체의 권위를 저해한 행위 등으로 협회 규정 및 운영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극진회관 총본부에서 김경훈 사범 제명을 알린 공문


알아본 바에 따르면 김경훈 사범은 극진회관과 별개로 극진공수도의 이름을 사용한 사단법인을 만들어 단증 발급 등독자적인 사업을 해왔고, 각종 심사비 및 등록비 명목으로 수련생들로부터 받은 돈을 다른 용도로 썼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수련생은 약 1년 전에 승단 심사을 치르면서 심사비를 낸 이후에도 국제단증 접수비 등의 이유로 더 돈을 내야했습니다. 그러나 50만원 가까운 승단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총본부에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김경훈 사범은 앞으로 한국에서 IKO1 극진회관 소속으로서의 활동 뿐 아니라 극진가라테의 이름이나 로고 등 상표 사용까지 모든 것을 즉시 중단하게 됐습니다. 지부장 후임 등의 문제는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는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이고, 지금까지 단증 등 문제가 있었던 수련생들도 차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애꿎은 수련생들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게된 것이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김경훈 사범이 한국에서 극진가라테 도장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크고작은 여러가지 잡음이 많았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선배 극진인들과의 마찰, 자신이 길러낸 지도자들과의 마찰, 수련생들과의 갈등, 타유파들과의 갈등... 구체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오해였고, 또 일부는 모략이기도 했고, 또 어떤 것들은 실제로 김경훈 사범의 과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극진 관계자나 언론들은 그를 인정해왔습니다. 김경훈 사범 본인의 실력, 그리고 누가 뭐래도 한국 극진가라테 보급에 앞장섰던 장본인이며 대회 개최나 영화 및 방송 등의 미디어를 활용해 극진가라테 붐을 일으켰던 성과 때문이었죠.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결국 자신의 욕심이 화를 부른 결과를 낳고 만듯해 씁쓸할 따름입니다. 더불어 이번 건을 지켜보면서 새삼 묵은 고민 2가지를 다시 끄집어내게 됐는데, 하나는 왜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이렇게 시끄러워지는 걸까, 또 하나는 왜들 그렇게 극진이라는 이름 하나에 목을 매는 걸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첫번째 문제는 사실 누워서 침뱉기 같은 얘기라서 잘 꺼내지 않는 얘기고, 또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라고 별 다를 바는 없습니다. 지저분한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게 마련이니까요. 다만 애초에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시작하는 어설픔이 불필요한 갈등을 낳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어떤 무술을 들여올 때 이런 문제가 잦아지는데 '내가 한국을 대표한다'라는 대표권 또는 독점권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 단체들은 보통 '한국지부'라는 타이틀을 준다 해도 그것이 그 한 사람 또는 도장에 바로 나라 전체를 대표하고 관리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데, 들여오는 우리는 그걸로 대표권 또는 독점권을 얻는 줄 안단 말이죠. 그러다보니 나중에 여럿이 서로 내가 대장이라며 우기고 싸우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끼리는 심각하게 서로 싸우는데 일본에서는 팔짱끼고 있는 경우가 과거에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분명히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대중을 속이려 드는 경우도 있었죠.


두번째 문제는 글쎄요, 어쩌면 극진이라는 파이가 너무 크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최영의라는 한국인이 만들어낸 단체이자 한 때 세계최강으로 군림했던 무술에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게다가 그만큼 역사와 세력 또한 크기 때문에 거기서 키울 수 있는 실력 또한 대단할 것임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너도나도 극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서로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기에는 생각보다 나눠먹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은 역시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알 수 있는 문제였을 텐데 싶어서 아쉬운 겁니다.

사실 극진이라는 스타일이 과거에 분명히 정상에 있었고, 지금에 와서도 분명히 많은 의미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분명히 한계를 가지고 있음도 인정해야할 부분입니다. 따라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고, 수많은 풀컨택트 유파들이 존재하며 발전해왔습니다. 개중에는 정도회관처럼 프로격투계와의 양립을 통해, 또는 대도숙 공도처럼 완벽하게 새로운 스타일로 정립되면서 자신들의 입지 또한 공고히 하고 있는 훌륭한 단체들도 많습니다. 저라면 오히려 그런 도장들에 눈을 돌렸을 겁니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극진 지도자 및 관계자 여러분들이, 그리고 타유파 관계자들 또한 다시는 이와 같은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해주길 꼭 부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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