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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명동에 볼 일을 보러 나갔다가 날이 너무 좋아서 종로며 광화문을 좀 걸었습니다. 인사동, 삼청동, 청계천, 덕수궁 정동길까지 대학 시절에는 곧잘 다니곤 했던 마실 코스를 오랜만에 따라 다니면서 을지로입구 북스리브로부터 종로2가 반디앤루니스, 종각 영풍문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려 책도 보고 다리도 쉬어주곤 했지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서점에서는 당연히 무술서적 코너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무술서적 코너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받은 느낌은 신간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는 것인데, 그 대부분이 태권도 관련 서적이었고 그 내용은 수련생보다는 주로 지도자나 연구자를 위한 것이 많더군요. 도장 경영이나 비만아동/체력강화/경기 지도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책들이 많이 나왔고, 그 밖에 대학 등에서의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낸 것도 많았습니다. 반면 태권도 이외의 종목에서의 신간은 수련생을 위한 실용적인 내용의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대조적이더군요. 개중에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을 몇 권 꼽아봤습니다. 


1. <관을 중심으로 살펴본 태권도 형성사>
- 허인욱 지음, 한국학술정보(주) 펴냄


사실 이 책은 올해 나온 책은 아니고 작년 가을에 나온 것이고 저도 12월에 이미 봤던 책입니다만, 책 소개 글을 쓰는 김에 겸사겸사 같이 소개할까 합니다. ^^;

대한태권도협회 및 WTF로의 통합을 거친 이후 잘 알려지지 못했던 초기 태권도 유파들의 특색이나 수련 내용 등을 담고 있어 보다 구체적인 태권도 역사에 관심을 두셨던 분이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가라테 이외에도 어떤 무술들이 현대 태권도 기술 체계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개인적으로 '무술의 역사는 사람 이름과 연도로 채워진 계보의 역사가 아니라 기술의 변천사로 접근해야 한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 반가운 내용이었습니다.

후반에는 부록 형식으로 YMCA 권법부 출신으로 최초의 태권도 교본을 쓰기도 했던 박철희 사범이 쓴 <사운당의 태권도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사범께서 말씀하시는 태권도에 대한 가르침은 후학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철희 사범은 택견과도 관련이 깊은 분으로 최근 택견 3단체의 수장들을 모아서 택견 통합을 논의하게끔 중재자 역할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2. <누구나 무술의 달인이 되는 간단한 방법>
- 강준 지음, 오성출판사 펴냄

공권유술이나 강준 관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만, 저는 공권유술이라는 무술이나 강준 관장이라는 인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강준 관장은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현대인들이 무술에 원하는 여러가지 요구사항(솔직, 간결, 다양, 효율, 세련, 안전 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권유술이라는 무술을 창안했고 잘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이런 현대무술이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강준 관장은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96년에 공권유술을 만들고 2001년 첫 책인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을 펴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9권의 책과 8편의 교육용 영상(DVD, 비디오)을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종목에 1명의 저자가 이만한 저술 활동을 해낸 사례가 없습니다. (단지 책 만이라면 한풀의 김정윤 선생이 약 12권의 한풀 교재와 '태견' 책 3종을 펴내기는 했습니다만) 

그 제목의 선정성이나 내용의 수준을 놓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 명의 무술인으로서 그리고 신생무술의 개발자이자 지도자로서 당당히 자기 연구의 현재를 알리고 세상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서 발전시켜나가는 활동은 분명 칭찬받을 일이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은 실제로 공권유술에 입문했을 때 어떤 식으로 수련이 이루어지며 어떤 점에 주의해서 수련에 임해야 올바른 발전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은 도장이나 단체 사진 등의 내용이 적지 않아 사서 보기에는 조금 아까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혹시나 주변의 평판 등으로 인해 공권유술에 대해 오해하고 계시거나 입문을 망설이는 분께는 이 책이 공권유술의 수련 내용이나 시스템, 마음가짐 등에 대해 오해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듯 하니 한번 쯤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3. <최강의 나를 만드는 실전격투기>
- 최광범/광수/광화 형제 지음, 삼호미디어 펴냄


사실 武Zine 블로깅을 하다 보면 계속 옆에 이 책 광고가 떠서 그러지 않아도 눈에 밟히던 차였죠. 극진가라테 창시자인 최영의 선생의 아들 3형제가 집필했고, 스피릿MC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재선, 유우성, 위승배, 권아솔, 이은수 등)이 참여해서 발간한 격투기 교본(?)입니다.

국내에 종합격투기 붐이 일어난 지도 5년이 넘어서고 있는데 관련 서적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 안 됩니다. 특히 기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위에 언급한 강준 관장이 쓴 <실전대련테크닉>이 거의 유일무이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역 선수들이 직접 전해주는 종합격투기 기술서가 나왔다는 점은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기초체력단련을 위한 훈련법과 영양섭취, 간단하게 익힐 수 있는 단수 20개와 그 위력을 높일 수 있는 단련법, 선수들이 소개하는 중급기술, 그리고 최영의 총재의 일화를 소개하는 4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내용은 상당히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올컬러에 깔끔한 편집과 사진 배치는 보기에도 쉽습니다. 특히 저자들이 의학을 전공한 덕에 각종 훈련법이나 기술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 덧붙여져 있어 신빙성 있게 다가옵니다.

다만 전체적인 책의 구성을 놓고 봤을 때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우선 본격적인 종합격투기 기술서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자들은 호신을 위한 '싸움에 필요한 몇가지 기술을 쉽게 따라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책의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3부의 선수들이 등장하는 파트는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서두의 스피릿MC 관계자 및 선수들의 추천사나 축하말도 좀 무색해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고요. 그런데 또 막상 저자들이 소개하는 단수 20가지에 대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고, 부친의 일화를 소개하는 글까지 섞여있다보니 전체적으로 두서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좀 더 집필 기간을 길게 잡고 내용을 충실히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 <택견겨루기론>
- 김영만 지음, 레인보우북스 펴냄


대한택견연맹 관악구 전수관 김영만 관장이 써낸 택견 경기 기술에 관한 책입니다. 3월 15일자로 책이 나왔으니 아주 따끈따끈한 신간이군요.

택견에 대해서는 그 동안 꽤 많은 관련 서적이 나왔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겨루기 경기와 기술에 대한 전문해설서가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사실 상 우리나라 무술 서적 전체로 꼽아봐도 태권도, 유도 이외의 종목에서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군요. (우리나라 무술격투기 저술 활동이 얼마나 비실용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요즘 보기 드문 흑백판이고 편집도 좀 밋밋한 편이라 기술서로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의 내용은 택견 경기의 특성, 실제 공방에서 사용되는 기술과 연결 체계, 기술 훈련법 및 단련법, 경기 준비 과정, 심리 요인 및 상담법, 웨이트 트레이닝, 응급처치, 규정 및 심판법에 이르기까지 선수와 지도자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3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중에서도 실제 기술이나 훈련에 관한 내용이 200 페이지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그 동안 경기 위주로 택견을 발전시켜온 대한택견연맹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비단 택견 뿐 아니라 합기도나 기타 무술 종목의 경기나 도장 교육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내용들이 아닐까 합니다.


5. <중국무도지 안휘권>

아마 중국무술에 정통하신 분들도 '안휘권'이라는 무술은 처음 보셨을 듯 합니다. 뭔가 신생 무술인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어제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좀 어리둥절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무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 이 책에서 말하는 '무도'란 춤출 '舞'에 밟을 '蹈', 즉 무용이나 춤을 뜻하는 말이었고요, (왜 우리나라에서도 댄스교습소 같은 곳에 곧잘 '무도장'이라는 간판이 붙어있곤 하지요? ^^) 안휘권은 '안휘성 권역'을 뜻하는 것으로 결국 이 책은 안휘성 지역에 전해지는 춤들을 조사하여 정리해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서점 직원들이 책 제목만 보고 어림짐작으로 책을 잘못 분류해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덕분에 잠시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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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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