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일본 토쿄 신주쿠FACE에서 개최된 여성 MMA 이벤트 'JEWEL 9th RING'에 출전한 함서희가 이치이 마이와의 세미파이널 경기에서 3-0 판정승을 거두고, 초대 라이트급 여왕 결정 토너먼트 준결승에 순조롭게 진출했다.

함서희는 지난 2007년 일본에서 첫 MMA 데뷔전을 치렀는데, 당시 DEEP 여자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와타나베 히사에를 3-0 판정으로 꺾으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와타나베는 그래플러가 중심이던 여성MMA계에 킥복싱 베이스의 타격 스타일로 승승장구,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던 삼비스트 시나시 사토코를 꺾고 새로이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다. 그런 와타나베를 펀치와 킥으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주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함서희는 거기에 일본 만화 캐릭터 '하무타로'를 닮은 귀여운 외모까지 더해 일본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DEEP에서 와타나베 히사에와의 경기, MMA를 전혀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치렀던 데뷔전이었다.
(일본 현지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이마나리 마사카즈의 해설 내용을 들어보면
'한국 선수 안경 낀 모습이 귀엽던데, 안경을 벗어도 귀엽네요' 등의 뻘드립을 날리고 있음 -_-;;)

이후 함서희는 각종 일본 격투기 무대의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비록 MIKU, 츠지 유카, 후지이 메구미 등 일본에서도 A급 실력파로 인정받는 강적들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야부시타 메구미, 이시오카 사오리 등 쟁쟁한 선수들을 꺾으면서 '너무 강해서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라는 얘기를 듣기까지 했다. 거기에 일본 여자MMA의 메카라 할 수 있었던 스맥걸이 잠정 중단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2008년 4월 후지이 메구미에 패한 이후 약 1년 6개월 간 개점휴업 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여성MMA 이벤트인 JEWEL이 출범하면서 함서희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 9월 베테랑 타키모토 미사키와의 대결에서 역시 3-0 판정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한 함서희는 이후 CMA 주최의 글래디에이터 대회에서 두 번의 킥복싱 경기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CMA KPW 킥복싱 여자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며 역시 타격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음을 재획안시켰다. 


문제는 이처럼 뛰어난 타격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그래플링 스킬. 실제로 종합격투기 전적 7전 중 3패는 모두 서브미션에 의한 것이거나 츠지 유카, 후지이 메구미 등 그래플러들에게 밀린 결과였다. 하지만 긴 휴식 기간 동안 함서희는 이런 약점까지 서서히 극복해나가며 종합격투가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어제 경기에 대한 일본 현지 소식에 따르면 비록 한판승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함서희의 그래플링 실력이 일취월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서희는 먼저 테이크다운을 시도해 성공시키는가 하면, 어깨굳히기(=숄더초크, 암트라이앵글초크)나 초크슬리퍼를 시도하고, 유리한 포지션에서도 상대가 버티기에 들어가 답이 안 보인다 싶으면 다시 스탠딩 상태로 유도하는 등 그래플링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진 모습을 보였다. 한 일본 관계자의 트위터의 표현을 빌자면 '이치이는 마치 함서희의 그라운드 실험대 같았다.'

그렇다고 타격 실력이 녹슨 것도 아니다. 함서희는 경기 전일 인터뷰에서 '상대가 타격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만, 어차피 나에게는 맞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실제로 경기에서 이치이 마이는 백스핀블로나 뒤차기 등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공세를 펼쳤으나, 한 대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오히려 함서희의 원투 카운터와 왼손 훅에 얼굴이 부어오르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함서희는 경기 후 "선수가 경기 내용에 만족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오늘 경기 만큼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기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토너먼트 상황대로라면 우승 0순위는 두 말 할 것 없이 함서희다. JEWEL이 대회 에이스이자 우승 후보로 점찍어두고 있던 미녀 파이터 이시오카 사오리는 지난 2008년 스맥걸 토너먼트에서도 이미 함서희에게 패한 바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유도 베이스의 다크호스 노무라 사쿠라에게 패하는 이변을 낳으며 일찌감치 우승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물론 세리나를 크로스암바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또 한 명의 미녀 파이터 나카노 미카나, 한국의 이한솔을 1분여 만에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하마사키 아야카 또한 함서희에게는 부담스러운 그래플러들이지만 일취월장한 함서희의 그래플링 스킬에 반해 이들의 타격 능력은 함서희에 한참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하마사키 아야카는 지난 스맥걸 라이트급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함서희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줬던 후이지 메구미와 같은 AACC 소속으로 현지에서는 '후지이 메구미의 후계자'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함서희와 어떤 승부를 낼 것인지 상당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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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

스포츠 뉴스에서 곧잘 제목에 달리곤 하는 '신승'이란 말은 매울辛에 이길勝, 즉 매우 힘들게 겨우 이긴다는 뜻인데요. 오늘 K-1 최초의 여성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임수정 대 레나의 경기에서 임수정의 승리에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스타일 상에서는 두 선수 모두 정면승부를 거는 타입이라 꽤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끝에 전적이나 경험 면에서 앞서는 임수정이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죠. 다만 DEEP에서 레나가 미쿠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접전은 생각보다 맷집이 좋겠구나, 초반 KO승리는 안 나오겠다 정도까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레나의 잠재력은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풀컨택트가라테 출신다운 돌진력, 반면 상대의 공격은 끊어주는 앞차기의 적절한 활용과 슛복싱 특유의 상대 펀치에 따라붙는 움직임으로 임수정의 공격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어찌 보면 약간은 더티해보일 수도 있는 레나의 변칙 스타일에 말려든 임수정은 클린치 상태에서의 맞씨름에 힘을 쏟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3라운드가 되어서야 겨우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죠.

일단 저력을 되찾은 임수정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레나의 변칙 스타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힘으로 눌러버린 후에 특기인 펀치 러시로 레나를 몰아붙였습니다. 3라운드까지 종료된 후 판정 결과는 30-29(레나), 30-30, 30-30으로 오히려 레나가 우세한 무승부로 가슴을 쓸어내리게도 했지만, 이어진 연장전에서는 완벽하게 레나를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죠. 레나의 끈질긴 반격에서 뿜어져나온 투지가 부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요. 첫 부심은 임수정의 손을 들어줬지만, 두번째 부심은 레나의 승리를 판정했습니다. 조마조마한 순간, 마지막 부심의 판정 결과는 임수정의 승리! 2-1 스플릿 판정승, 그야말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겨운 승리였습니다.
 

레나 선수는 마지막 순간에 자기 이름이 불리길 얼마나 갈망했던지, 임수정 선수의 코너인 '레드'가 불리는데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긴 것으로 착각하고 기뻐하다가 황망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보고 달래던 임수정도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더군요.


어쨌든 17년째를 맞는 K-1 히스토리에 처음으로 여성 선수로서 승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장본인은 우리나라의 임수정 선수가 됐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오랜 휴식과 부상, 상대 선수의 낯선 스타일 등으로 꽤 고전을 했습니다만,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보다 화끈하고 보다 완성된 스타일로 세계 격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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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