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1에서는 유난히 몸통 공격에 의한 KO가 많이 나왔습니다. 제롬 르 바네를 무릎꿇게 만든 세미 쉴트의 앞차기는 과거 레미 본야스키를 주저앉게 만들었던 전가의 보도가 되살아난 느낌이라 반가웠고, 바드 하리에게 세 번 째 다운을 뺏은 미카즈키게리(직역하면 초승달차기, 태권도 등에서 흔히 반달차기라고 함)는 그 앞차기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에서 소름마저 끼칠 정도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9월말 K-1 개막전에서 나왔던 유일한 KO승도 바드 하리의 보디 스트레이트에 의한 것이었네요. 당시 명치에 꽂힌 주먹 한 방에 상대였던 자비트 사메도프도 그대로 고꾸라진 채 일어서지 못했죠. 

오늘은 세미 쉴트의 새로운 필살기로 자리잡을 듯한 미카즈키게리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선 몸통 공격에 왜 그렇게 선수들이 주저앉아버리는지 그 이유부터 먼저 좀 살펴볼까 합니다. 바드 하리는 특히 올해 결승전을 앞두고 복부 단련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 건드린 것 같은 세미 쉴트의 가벼운 앞발 미카즈키게리에 무너졌죠. (김대환 해설도 무척 신기했는지 '발끝에 작대기라도 달아놓은 거 아닐까'라고 감탄하더군요.)

애초에 안면 공격이 허용되지 않는 풀컨택트 가라테 선수들의 경우도 혹독할 정도의 몸통 단련을 해서 있는 힘껏 내리치는 정권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지만, 정확하게 급소에 꽂힌 가벼운 공격에는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곤 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맞아도 멀쩡하더니, 왜 저런 공격에 다운되는 걸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장면이죠. 특히 겉보기에도 큰 상처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어디를 어떻게 다친 건지도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신기, 마법과도 같은 장면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 보디 공격에 다운되는 원인을 크게 2가지로 나눠보면, 갈비뼈에 손상을 입는 경우와 내장 기관에 직접 충격을 받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됐건 극심한 고통이 따름은 물론 그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순간적인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제 자리에 풀썩 쓰러진다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당해보면 정말 괴롭고 짜증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 심정은 그야말로 '생지옥', 비참한 지경이라서 격투가들 사이에서는 보디를 맞고 다운되는 게 가장 싫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리도 울상으로 만드는 고통, 그 정체는 바로 내장통 [사진 출처 _ K-1 공식홈페이지]

특히 갈비뼈를 노리는 공격이 아니라 명치나 하복부, 간이나 콩팥, 위, 창자 등 내장 기관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공격일 경우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고 때로 통증에 의한 쇼크로 실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견 상으로는 큰 데미지가 없어 보일 뿐 아니라 내장 파열과 같은 상황까지 가지 않고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되찾으면 그야말로 멀쩡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에게 큰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가장 확실하고 깨끗한 승부를 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무술가들 사이에서는 '정권 중단지르기에 의한 일발필도'를 궁극의 기술로 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흔히 무술가들의 전설이나 일화 등에 소개되는 '죽은 줄 알았는데, 깨어나보니 멀쩡하더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 불가사의한 공격' 운운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주 깊고 날카로운 핀포인트 공격은 장기의 일부가 강한 압력을 받아 찢어지는 '내장파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경우도 외견상으로는 이렇다 할 이상이 없지만, 내출혈을 일으킬 경우 출혈성 쇼크로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맞았을 때는 멀쩡하던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점점 체온이 떨어진다거나 맥박이 빨라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경우가 바로 이런 출혈 쇼크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간이나 콩팥(신장), 지라(비장) 등 복강 내에 고정되어 있는 장기들의 경우는 해당 부위를 손으로 눌러보거나 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위나 췌장 그리고 작은창자 등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장파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췌장이나 작은창자에 파열을 일으키면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강한 분해효소인 이자액이 흘러나와 복강 내의 다른 장기를 손상시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역시 무협지나 옛 이야기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느니 '몇년살'이니 하는 사례들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내 다리뼈가 센지, 네 갈비뼈가 센지! 대놓고 부딪혀보는 무에타이식 미들킥

갈비뼈에 데미지를 입었을 경우에는 내장에 직접 데미지를 입었을 때와 달리 그 순간도 고통스럽지만 지속적인 통증이 남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갈비뼈는 폐와 심장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창살 같은 구조의 지지대라고 할 수 있는데, 갈비뼈 골절이 일어나는 경우 흔히들 아시는 것처럼 숨을 쉴 때마다 횡경막의 팽창에 의해 상처 부위가 압박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통증을 느끼게 되죠. 그렇다고 숨을 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깁스도 할 수 없는 부위라 더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종종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이상이 없는데 분명히 통증 등의 증상은 갈비뼈 골절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미세골절이나 골좌상(뼈에 멍이 들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혹은 골절은 아니지만 갈비뼈 사이의 근육에 타박상이나 염증이 생긴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단순 타박상일 경우는 1주일 정도 후면 통증이 사라지고, 골절일 경우 2주 이상 지속되므로 일단 상태를 지켜보면서 재촬영을 하거나 해서 확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짜증스러운 부분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느 경우든 장기에 손상을 입히지 않았다면 흉곽의 움직임을 최대한 제한하면서 진통제 복용이나 파스 이용 등 간단한 치료와 함께 4~6주 정도 기다리면 자연 치유가 된다는 점일까요.


그러나 문제는 갈비뼈 골절에 의해 혈관 혹은 장기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크다는 데 있습니다. 좌우로 12개씩 있는 갈비뼈 하나하나마다 그 아래로 동맥, 정맥, 신경이 주행하고 있는데, 골절이 발생함과 동시에 혈관에 손상을 입으면 흉강에 피가 찰 수 있습니다. 심할 경우 골절 부위가 직접 폐를 찔러 구멍을 낼 수도 있는데요. 이 경우 호흡곤란이나 저혈압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출혈에 의한 출혈성 쇼크로 인한 심각한 위험까지도 우려됩니다.

그런가 하면 갈비뼈 중 아래 쪽 11, 12번 갈비뼈의 경우 흉골이나 위 쪽 갈비뼈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갈비뼈들과는 달리 요추 쪽으로만 고정되어 있고 앞 쪽 끝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골절을 일으킬 경우 장기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무척 높아집니다. 그 위치 또한 아래 쪽이라 위에서 언급한 소화 장기 쪽까지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높은 편이죠. 

때문에 무술이나 격투기 쪽에서는 이 부위를 노리는 공격을 주로 하게 되는데요. 옛날에 읽었던 어떤 일본 고무술 만화에서 이렇게 끝 쪽 갈비뼈를 노리는 공격을 '(상대의 몸 속에) 숨겨둔 칼'이라는 비전으로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 소재가 된 유파에서 그렇게 부르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적절한 비유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주저앉고 싶어서 주저앉는 게 아니라구요~ 몸과 마음이 따로 놀게 만드는 게 중단 KO

이처럼 중단 공격은 크게 드러나는 상처는 없지만 의외로 복잡하고 정교한 메카니즘에 의해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단 공격을 효과적으로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격투가의 기술적 레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최근 열렸던 칸 2 대회에서 이수환, 권민석, 임수정 등 한국 선수들이 중단 공격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을 보면서 내심 흐뭇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중단 공격에 쓰러지는 경우, 쓰러트린 선수를 높이 평가하기보다는 쓰러진 선수의 근성이나 투지가 부족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복부가 단련에 의해서 강해질 수 있는 부위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후에 부상 부위를 살펴봤을 때 큰 데미지가 남지 않는 경우 결국 순간의 통증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다고 생각하기 쉬웠던 탓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또한 부상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대개 단순히 갈비뼈 부상이라고만 생각해 놔두면 낫는다라고만 생각하고 선수들 스스로도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몸통 공격에 의한 데미지는 의외로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그 경우 대부분 개복 수술을 해야할 필요도 있는 만큼 철저한 사후 검진과 관리로 사태가 심각해진 후에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K-1 오피셜닥터 나카야마 켄지 저 '격투기 카르테', 동아닷컴 헬스앤라이프 질병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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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
[리벤지와 2년만에 WGP 재탈환을 달성한 쉴트. 사진은 지난 FINAL 16 사진. 촬영=gilpoto]

올해 최강 입식타격가의 왕좌는 3연속 WGP 챔피언 세미 쉴트가 탈환했습니다.  

5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개최된 2009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전에 출전, 제롬 르 밴너와 레미 본야스키를 KO로 제압하고 결승전에 안착한 쉴트는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의 리벤지와 루슬란 카라예프를 꺾고 결승에 오른 바드 하리와 WGP 우승을 놓고 재격돌했습니다.

올해 5월 네덜란드의 격투기 단체 잇츠 쇼 타임에서 있었던 하리와의 경기에서 하리의 초반 대시에 패배했었던 쉴트는 이번에도 같은 전법을 들고 나온 하리의 공격에 경기의 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는 비교적 지루한 경기스타일 탓에 쉴트의 패배를 기대하고 있는 안티 팬들을 내심 기쁘게 만들었죠.  

그러나 하리의 이 같은 분발도 그다지 길지 못했습니다. 당황도 잠시, 쉴트는 난전 중에도 바디블로와 레프트 펀치를 하리의 안면에 히트시켜 첫 다운을, 곧이어 왼발 하이킥으로 두 번째 다운을 빼앗았으며,  마지막에는 발끝으로 상대의 복부를 찌르는 가라데 식 차기인 미카즈키게리로 하리를 쓰러트리며 2년 만에 WGP 왕좌를 탈환했음을 물론 하리에의 리벤지까지 성공시켰습니다. 

2년 만에 WGP 탈환을 성공시킨 쉴트와 그 일행들에게는 너무나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제 K-1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최강자로 군림하는 동안 지루한 경기와 너무 강해 이길게 뻔하다는 인상을 팬들에게 주어 티켓 판매와 시청률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쉴트의 왕좌 복귀에 이제부터 K-1 측의 대응이 어떨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지난 해 디펜딩 챔피언 레미 본야스키는 이날 토너먼트 출전자 중 유일하게 에롤 짐머맨을 상대로 3라운드 체력전을 벌이며 다음 라운드 진출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는 경기 시작 직후 상대인 쉴트에게 점핑 펀치로 다운을 빼앗기는 했습니다만 이어지는 쉴트의 압박과 니킥, 펀치 등 컴비네이션에 KO패하며 벨트 지키기에 실패했습니다.

최근 노쇠 기미가 뚜렷한 제롬 르 밴너는 K-1 최강자 중 한 명이자 전 챔피언 세미 쉴트에게 경기 극초반 괜찮은 압박과 몸놀림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가지게 해주었으나 경기 시간을 2분도 넘기지 못하고 쉴트의 킥에 두 차례 다운을 당하며 올해의 월드GP도 실패로 끝내고 말았습니다.  

MMA 파이터이자 올해 우승후보 중 한 명인 알리스타 오브레임은 논란이 있었으나 클린치 후 안면을 향하는 니킥으로 테세이라를 1분여 만에 기절시키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민. 준결승에서 바드 하리에게 라이트 훅과 하이킥으로 2다운을 빼앗기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2번이나 격돌했던 올해 NO.1 우승후보 바드 하리와 3번째 재격돌에 나선 루슬란 카라예프는 이전과 변함없이 경기 시작하자 마자 하리와 난타전을 펼치다 하리의 훅 카운터에 두 차례 다운을 내주면서 경기 시작 40여초만에 승부가 갈리는 스피디한 경기로 장렬히(?) 산화했습니다.


서울에서 개최된 FINAL 16에서 오브레임에게 8강 진출 탈락에 고배를 마셨던 레전드 피터 아츠는 차세대 기대주 구칸 사키와 격렬한 일전을 벌인 끝에 카운터 스트레이트로 다운 한번을 빼앗으며 3-0 판정으로 승리했습니다.  

레전드 어네스트 후스트의 제자로 올해 지역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거뒀던 기대주 다니엘 기타의 상대로 나선 MMA 파이터이자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 세르게이 하리토노프는 로우킥을 수차례나 얻어 맞으면서도 3라운드까지 버티는 근성을 보여주었습니다만 로우킥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K-1 첫무대에서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K-1 사상 첫 일본인 헤비급 챔피언인 교타로는 기타와 마찬가지로 후스트에 휘하로 옮기고 새로이 헤비급으로 도전 중인 중경량급 강자 타이론의 테크닉에 특기인 회피후 카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3라운드 내내 두들겨 맞는 장면을 연출, 망신을 당했습니다.


[K-1 'WGP2009 FINAL' 경기결과]


10경기: 바드 하리 < 세미 쉴트 (TKO 1R 1:48)
09경기: 교타로 < 타이론 스퐁 (판정 3-0)
08
경기: 레미 본야스키 < 세미 쉴트 (TKO 1R 3:38)
07경기: 바드 하리 > 알리스타 오브레임 (TKO 1R 2:24)
06경기: 다니엘 기타 >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TKO 3R)
05경기: 에롤 짐머맨 < 레미 본야스키 (판정 3-0)
04경기
제롬 르 밴너 <세미 쉴트 (TKO 1R 1:29)
03경기알리스타 오브레임 > 에베우톤 테세이라 (KO 1R 1:05)
02경기: 루슬란 카라예프 < 바드 하리 (KO 1R 0:49)
01경기: 피터 아츠 < 구칸 사키 (판정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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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gfu45
윈도우 비스타가 출시된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비스타가 XP의 선두 자리를 넘겨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요즘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넷북에서는 다시금 XP를 기본 운영체제로 택하는 등 흐름을 역류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죠.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결국 XP 서비스팩3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비스타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다른 운영체제가 아닌 XP라는 얘기마저 있더군요. ^^ 

이제 오늘 저녁으로 다가온 K-1 WGP 결승전을 놓고 각 언론들이나 게시판 등에서 내놓는 예상을 보면서 K-1이나 MS윈도우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피터 아츠라는 노장의 우승을 점치거나 바라고 있습니다. (무려 제롬의 우승 가능성을 슬쩍 얘기하시는 분도 계시고) K-1 토너먼트 시스템이나 판정 기준에 최적화된 파이팅 스타일과 경험을 살려 중흥기를 맞은 피터 아츠가 아직은 불안정한 파이팅을 보이고 있는 바다 하리를 1차전에서 이기고 나면 이후 상대들은 누가 되든 아츠를 뛰어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게다가 팬층의 바람은 더더욱 피터 아츠에게 기대가 많이 몰려있는 듯 합니다. 올드팬은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에 K-1을 보기 시작한 어린 팬들도 피터 아츠를 응원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비록 피터 아츠의 초기 전성기나 슬럼프 시기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예전에 잘 나갔다던 노인네'가 나타나더니 (그 분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죠 ^^) 승승장구하며 세미 쉴트마저 잡아냈다는 드라마틱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세미 쉴트의 WGP 4연패라는 최악의 상황(제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FEG를 비롯한 많은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은 피했고, 피터 아츠의 우승은 올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전설'의 쾌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심정적으로는 이런 결과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K-1이 오래 전부터 노래를 불러왔던 '세대교체'와는 오히려 다시 멀어지고 마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때문에 FEG 측에서는 내심 바다 하리라는 신인 강자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바다 하리는 실력, 캐릭터, 파이팅스타일, 인기도, 우승 가능성 등에서 K-1이 기다려왔던 그 주역으로서 모자랄 바가 없으니까요. 바다 하리를 응원하는 팬심 또한 피터 아츠에 못지 않고요.


하지만 바다 하리가 올해 우승한다 하더라도 쉽게 '세대교체'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러지 않아도 워낙 올드팬 사이에서 인기도 높거니와 어린 팬층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피터 아츠의 패배가 K-1의 인기에 미치는 심리적 저항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 이제는 거의 논외로 해야할 제롬 르 바네의 우승 가능성이 매년 언급되고, 체력과 컨디션 그리고 파이팅 스타일까지 총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레이 세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높은 K-1 팬층의 성향을 고려해보면 이런 예상에 충분히 무게를 실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향후에 이번 토너먼트에서 빠진 세미 쉴트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죠. 물론 FEG 입장에서는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다 하리를 밀어줄테고, 결국 언젠가는 바다 하리가 K-1  WGP의 주역 자리를 차지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피터 'XP' 아츠가 바다 'Vista' 하리에게 챔피언 벨트를쉽게 넘기진 않을 듯

문제는 이번 대회에서 피터 아츠와 바다 하리가 8강전, 즉 1차전에서 맞붙는다는 겁니다. 둘 중 하나는 초반에 떨어질 테고 나머지 한명이 무난히 결승에는 오르겠지만, 사실 상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1차전에서 입은 데미지가 2차전을 거치면서 얼마나 심화될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상대 블록을 한 번 살펴보면 레미 본야스키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진을 거치며 결승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레미는 과거 WGP 2연승이라는 기록, 플라잉니라는 화려한 기술와 여우 같은 경기 운영, 샤프한 외모 등 한 때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K-1의 새로운 강자라고 하기엔 어딘가 불안함을 보이며 이제는 어느새 노장 축에 끼는 입장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큰 슬럼프를 겪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슬럼프를 극복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재무장하면서 그 '불안함'을 상당히 없앴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를 두고 과거와 같은 화끈함이 없어졌다고 하시기도 하지만, 어네스토 호스트의 뒤를 잇는 파이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파이터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1차전에서 강타자 제롬 르 바네가 버티고 있고, 2차전에서는 역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딛고 WGP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며 독을 품은 루슬란 카라예프를 만나 의외로 고전할 듯도 한데요. 그러나 과거처럼 정신적으로 밀려버리거나 한방에 무너지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진 레미의 영리하면서도 신중한 경기 운영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파이팅 스타일을 보이는 두 사람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결승에서 체력적인 부담이나 부상을 안은 피터 아츠나 바다 하리를 만난다면, 레미 본야스키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누구와 싸우게 되든 완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박빙의 승부가 되겠지만 피터 아츠는 최근 몇년 사이에도 비슷한 문제로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며 고배를 마신 적이 있고, 바다 하리는 레미에게 작년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이를 갈겠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쌓여온 데미지와 더불어 빈틈을 노출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작년 WGP에서 바다 하리에게 판정승했던 레미 본야스키. 오늘 결승전도 같은 모습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

p.s : 그러고 보니 레미는,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낯선 인터페이스와 호환성,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크게 빛을 못 보다가 최근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애플맥시리즈랑 닮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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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

세미 쉴트와 '트랜스포터'의 주연배우 제이슨 스태썸이 지난 4월 함께 찍은 사진 (출처_ 골든글로리 홈페이지)

사실 세미 쉴트의 영화 출연 소식은 지난 4월에 이미 알려진 뉴스이기 때문에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얘깁니다. 그런데 원래 내년 쯤 개봉할 예정이었던 이 영화가 생각보다 빨리 추수감사절을 앞둔 오는 11월 26일에 미국과 로케 장소인 프랑스 등지에서 개봉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12월 초나 중순 쯤이면 극장에 간판이 걸릴 모양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개봉이 당겨진 이유가 세미 쉴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부터 이런 제 추리의 근거를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우선 영화 소개부터 좀 해볼까요? 트랜스포터는 '운반업자', 범죄집단 사이에서 맡은 물건을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을 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스토리는 당연히 주인공 프랭크 마틴이 물건을 받아서 전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아주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지만 BMW, 아우디 등의 고급차량들이 보여주는 카체이스와 총격전, 그리고 주인공 프랭크 역을 맡은 영국인 배우 제이슨 스탬썸이 보여주는 격투액션이 골고루 볼 거리를 주면서 인기를 얻었고, 속편과 3편까지 나오게 된 알찬 시리즈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영화는 앞선 2편의 전작들과는 달리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 르노가 각본을 썼다는군요.) 부제가 'Last Delivery'인 걸 보면 시리즈를 종결하는 분위기네요.

어쨌든 고전적인 미국식 무술액션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제이슨 스태썸이라는 배우를 찾아볼만합니다. 제이슨 스태썸은 이연걸이 주연을 맡았던 '더 워'에도 출연했을 정도로 무술액션을 꽤 잘 소화하는 배우로 요즘 미국에선 꽤 인기가 있습니다. 일단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고 한동안은 다이빙 선수로 영국 국가대표팀 소속인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후 모델로도 활동하다가(벗겨진 머리로 모델이라니 잘 납득이 안 가긴 합니다만 ㅋ) 영화 진출을 준비하면서 무술(아마도 중국무술 계통)과 킥복싱 등을 익혀서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왔던 모양입니다. 현재는 굉장한 다작을 하고 있으며 물론 대개가 다 액션영화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90년대의 장 클로드 반담 같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얼핏 (아주 얼핏) 봤을 때 랜디 커투어와 닮아서 처음엔 랜디 커투어가 영화에 출연한 건줄 알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 -_-;;;

영화 '트랜스포터3 - 마지막 배달(ㅋ)'의 포스터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세미 쉴트는 지난 4월에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배역이 원래는 최홍만에게 돌아가기로 했던 것인데, 당시 최홍만의 입대 결정으로 인해 계약을 취소하자 세미 쉴트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하네요.) 사실 세미 쉴트가 소속된 골든글로리의 수장 바스 분은 뛰어난 격투기 프로모터이기도 하지만, 수완 좋은 사업가이기도 하며 특히 많은 미디어 컨텐츠 사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살짝 말씀드리자면 재작년 K-1 한국대회 때 바스 분을 따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각종 외국어 회화 교재를 가지고 와서 '이거 대박날 물건이야'라고 열심히 세일즈를 하던 의외의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

이런 바스 분의 잘 알려지지 않은(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업 중에는 크고 작게 격투가들을 영화에 출연시키는 일도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바스 분 스스로 K-1 역대 챔피언들과 유명 선수들이 모두 출연하는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격투 토너먼트' 같은 영화를 기획한 적도 있었죠. (지금도 진행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계약에 있어서도 세미 쉴트 뿐 아니라, 하리트 '디 파우스트' 아랍을 '배드보이즈'라는 미국 영화에 출연시켰고요. (이 영화에는 퀸튼 잭슨도 출연합니다.) 특히 이런 영화 출연은 K-1 선수들에게도 자기 PR로서도 좋은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K-1 시즌이 끝난 후 다음해까지 생기는 긴 공백기를 메꿀 수 있는 좋은 '부업'이기도 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것이죠.

세미 쉴트 역시 영화 출연 계약은 했지만, 지금까지는 공개된 트레일러에 세미 쉴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K-1 4연패라는 역사적인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영화 개봉이 내년 초로 잡혀있었던 것도 12월 K-1 결승이 끝나고 나서 영화 촬영을 하기로 했던 것일 테죠.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개막전에서 피터 아츠에게 패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새롭게 공개된 트레일러에는 세미 쉴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리저브매치로 다시 K-1을 뛸 가능성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10월말 쯤에 미국 개봉일이 11월 26일로 앞당겨져 발표됐고, 지난 주부터 TV를 통해 나가는 예고편에서 드디어 세미 쉴트의 등장 씬이 나왔습니다. K-1 리저브매치업에서 세미 쉴트가 제외될 거라는 얘기가 나왔던 시점과 비슷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결국 영화는 세미 쉴트가 들어갈 장면을 빼고는 거의 다 완성이 되어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세미 쉴트이 비중이 얼마나 될지 장담은 못하겠습니다만, 세미 쉴트의 등장 시점과 개봉 시기 등을 고려해봤을 때 촬영분이 그렇게 많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4월 계약 시점부터 지금까지 많은 기간 동안 잠깐만 짬을 내면 촬영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분명히 있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영화 개봉 시기를 미뤄가면서 (분명히 제작사와는 마찰이 있었을 진데) 그 잠깐의 촬영을 미뤄온 세미 쉴트와 바스 분의 '격투가와 그 매니저로서 본분을 잊지 않는' 자세가 느껴지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제작사도 그렇게 단역 출연진의 사정을 이해하고 기다려줬다면 그 태도 또한 대단하다 싶고요.) 

한국대회가 끝나고 인사동에서 우연히 찍힌 세미 쉴트... 왠지 이 사진, 보면 볼수록 정이 가지 않습니까? ㅋ

사진제공 : slrclub의 nine님 ( http://nine.byu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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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