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이쇼케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13 격파의 달인들! 엄재영 = 문장규+아즈마 타카시? (101)
  2. 2008.10.31 아스팔트의 어원을 아십니까? (2)

얼음 10장을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깨는 '촌경격파'를 선보인 엄재영 사범  [화면_ SBS 영상캡처]


한마디로 대단했습니다. 7월 11일 토요일 SBS '스타킹'을 통해 방영된 극진공수도연맹 극진관 한국 경기도본부장 엄재영 사범이 보여준 얼음 격파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격파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리는 놀라운 시범이었습니다.

원래 얼음 격파는 위력 격파 시범 중에서도 고난도에 속하는 편입니다. 방송에서 엠씨 강호동은 시간이 지날 수록 얼음이 녹기 때문에 두께가 얇아져서 격파하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농담을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녹기 시작한 얼음은 더 깨기 어렵다는 것이 무술계의 정설입니다.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면서 내부에 빈 공간을 가진 결정 구조를 만드는데,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다시 그 빈 공간이 채워져 밀도가 높아지면서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다른 격파물, 즉 송판, 기와, 벽돌 등에 비해 부피와 질량, 두께 등이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의 위력을 내야할 뿐 아니라 임팩트의 힘을 가능한 깊이 전달할 수 있는 기법을 구사해야 합니다. (흔히 가장 위의 첫장만 깨면 깨져내려가는 얼음의 무게와 위치 에너지에 의해 아래 쪽 얼음들은 알아서 깨진다고 알려져있기도 한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냥 맞는 말도 아닙니다. 일단 한 장이라고 해도 두꺼운 얼음판을 깨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첫장이 깨졌는데 아래 장들이 안 깨지는 경우가 분명히 발생하는데 설명이 안되죠. 실제로 힘의 전달이 더 깊이 이뤄져야만 마지막 장까지 깰 수 있습니다.) 더불어 부상의 위험도 크죠.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일반적으로는 손날(수도)내려치기로 격파를 시도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반면 촌경 격파는 극진회관의 마츠이 쇼케이(한국명 문장규) 관장이 처음으로 선보인 후 가라테 계열의 고난도 격파 시범의 단골 메뉴가 된 격파입니다. 원래 촌경이라는 말은 1촌, 즉 한 치 = 3cm 정도의 초근접거리에서 전달되는 타격력을 뜻하는  중국무술 용어인데요. 흔히 얘기하는 이소룡의 원인치펀치 역시 이 촌경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츠이 관장의 격파는 처음에는 '0거리격파'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촌경의 원리를 그대로 구현한 격파라고 해서 '촌경격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죠. 

촌경의 원리란 짧은 이동거리를 만회하기 위한 힘의 집중에 있습니다. 주먹을 뻗어칠 때 힘의 손실이나 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이 전달되며 부하가 걸리는 각각의 부위들을 '정렬'시키고, 좁은 한 점에 가능한 적은 시간 동안 힘을 집중시킴으로써 임팩트 시의 충격량을 최대화시켜주는 것이죠. 이게 참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는 참 어렵습니다. 몸의 '정렬'이란 말 그대로 정확한 자세를 뜻하는 것인데 어지간한 수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서 더 어려운 것은 임팩트 시간의 최소화인데, 대상물이 강하면 강할 수록 힘을 충분히 깊이 전달하면서도 빠르게 회수해야한다는 상반된 조건을 동시에 구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단순히 대상물을 밀거나 누르는 것에 불과하게 되죠. 방송에서 강호동씨나 박상면씨가 송판을 놓고 촌경 격파를 따라해서 성공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경우 격파용 송판의 약한 장력과 아래 쪽에 충분히 확보된 공간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두 사람의 경우 어느 정도 자세를 갖춘 상태에서 적당한 속도로 깊숙이 누르는 것만으로도 격파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들은 이소룡의 원인치펀치도 단순히 상대를 쳐서 밀어내는 것이며, 마츠이 관장의 격파도 세련되게 눌러서 깨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중국무술의 기법이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다 근본적인 목표로 한다고 봤을 때 상대를 밀어서 넘어뜨리는 것도 '경'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실제로 많은 발경 시범들이 상대를 밀어넘어뜨리거나 날려버리는 식으로 이뤄지죠), 마츠이 관장이 격파한 기와도 일반 격파용 기와가 아닌 실제 건축용 기와였다고 하는데 (극진회관의 경우 격파용 공인 송판과 기와가 있는데, 그 강도 또한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격파용품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정도 강도의 기와를 단순히 눌러서 깼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상을 보면 기와 위에 얹어놓은 천이 회수하는 마츠이 관장의 손에 딸려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회수가 빨랐다는 뜻이죠.)


마츠이 쇼케이 극진회관장의 촌경 격파, 얼음 격파를 포함한 각종 격파 시범

가장 모범적인 촌경 격파라고 하면 장세충 노사의 제자인 팔극공무회 도현목 회장이 보여줬던 벽돌 격파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격파용이 아닌 실제 건축용 적벽돌을 단순히 두조각 내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박살'을 내는데, 그것을 받아주고 있는 보조자가 거의 충격을 받지 않고 있죠. 말 그대로 힘의 '집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연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류의 격파는 짧은 순간에 작은 움직임으로 구사한다는 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격파 대상물의 부피가 작게 마련입니다.
(영상 보러가기 → http://bupalso.com/bupalsomovie/study12.php )


그런데 엄재영 사범은 짧은 임팩트를 구사해야 하는 촌경 기법으로 임팩트 타임이 길어야 할 얼음 격파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좀 더 어렵다는 것이죠.) 참고로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얼음격파 기록은 13장입니다. 다이도주쿠(大道塾, 대도숙)의 아즈마 타카시 숙장이 1995년 수도 격파로 얼음 12장을 세계최초로 격파한 후 13장을 격파해 스스로 갱신한 기록이죠. 아래 세계 최초로 12장을 격파하던 당시의 영상을 보시면 얼마나 전력을 다해 격파하는지 알 수 있는데, 얼음의 형태나 격파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촌경으로 얼음 10장을 격파한 엄재영 사범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연무를 보여줬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1995년 세계최초로 얼음 12장 깨기에 성공하는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장의 연무 

사실 저는 예전에 슬로우걸 하혜정이 스타킹에 출연했을 때 썼던 글에서도 예능 프로에서 무술인들이 출연해 우스개 거리가 되는 것을 썩 반기지 않는다고 했었는데요. 이번에도 소식을 접하고서 또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고,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죠. 하지만 엄재영 사범의 연무가 워낙 위력적인 격파였던 탓인지 완전히 불식되어버렸네요. ㅎㅎ 여하튼 국내에서 이런 수준 높은 연무를 볼 수 있게 돼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는데요. UFC100과 더불어 참으로 눈이 즐거웠던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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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

벌써 좀 된 얘기입니다만, 예전에 PD수첩이란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길거리나 놀이터에 모여서 격투를 벌이는 쌈모클럽이라는 것을 주제로 청소년 폭력 문화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꽤 화제가 되었으니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당시 그 방송을 봤었는데요, 뭐 그 방송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거기 나오는 한 대구 지역 청소년의 인터뷰에서 '아스팔트'라는 단어를 듣고 황당했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인터뷰에서 말하는 아스팔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아스팔트, 즉 도로포장재를 말하는 게 아니라 격투기술의 하나인 다리걸기를 말하는 건데요. 당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다른 지방에서 말하는 '아싸바리'를 대구에서는 '아스팔트'라고 한다. 지방마다 기술을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라고 하더군요. ^^

아마 운동 좀 해보신 분들이라면 도장마다 '아시바리' 또는 그 비슷비슷하게 부르는 기술이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자, 그럼 이 '아스팔트'의 정확한 어원(?)은 '아싸바리'일까요, '아시바리'일까요?

유도의 아시바라이 = 발목받치기 (사진출처_ www.judoforum.com)

 
정확한 말은 바로 '아시바라이(足払い)', 우리식으로 말하면 '다리후리기' 정도로 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기술로 칭할 때는 유도의 '발목받치기'나 '나오는발차기', '모두걸이' 류의 기술을 칭합니다만, 가라테 등 다른 무술까지 포함해 '아시바라이'라고 할 때는 보통 다리를 후려차 넘어뜨리는 기술을 통틀어 일컫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식의 기술을 칭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사실 국내에서는 앞서 말했다시피 '아시바라이'라는 정확한 명칭보다는 흔히 '아싸바리', '와사바리' '아시바리' 등으로 말하곤 하는데... 정확한 명칭을 모른 상태에서 구전되면서 흐르고 흘러온 결과, 대충 '아시바라이' = '아시바리' 까지는 이해가 되고, '아싸바리', '와사바리'에서부터 조금씩 황당해지기 시작해서... (아마 '아싸바리'는 발음을 강하게 하다가, 그리고 '와사바리'는 어딘가 일본어 느낌이 나니 뭔가 익숙한 단어인 '와사비' ^^;; 와 연결시킨 듯) 결국 '아스팔트'라는 엉뚱한 이름에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극진회관 관장 마츠이 쇼케이(한국명 문장규)의 30인 연속대련 당시 모습,
여기서 자주 나오는 다리를 차서 넘어트리는 기술이 흔히 말하는 '아시바라이'입니다.
마츠이 관장은 현역 시절 아시바라이를 아주 잘 썼는데 이 당시에 특히나 아주 물이 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중국무술식의 밭다리걸어넘기기인 '떵타'라는 게 있지요. 원래는 '등탑(登탑, 탑자는 무너질 '탑'자인데, 윈도에 한자가 없네요. ^^)'이라고 칭하는 게 맞다고 합니다만, (기술 형태를 생각해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대충 이해가 갑니다.) 과거 중국무술 교습과정에서 한자어의 발음이 그대로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흔히 '등답', '등타', '등타장', '등다' 등으로 변해서 불리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요즘 브라질유술을 일컫는 '주짓수'라는 말도 사실은 그렇습니다. '유술'의 일본어식 발음, '柔術(じゅうじゅつ、쥬우쥬츠)'가 서양에 전해지면서 편의상 '주주츠', '주지츠' 등으로 줄여서 발음되고 영문 표기로 'JIUJITSU'라고 쓰인 것을 'JIU-JI-TSU(주-지-추)'로 끊어 발음하는 것 아니라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방식대로 'JIU-JIT-SU(주-짓-수)'로 끊어 읽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것이 다시 거꾸로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주짓수'가 정확한 호칭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죠. 뭐, 이제 국내에서는 거의 고유명사화되어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주짓수'라는 발음 표기는 참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서 저 혼자서라도 '주지츠' 또는 그냥 '브라질유술'이라고 쓰는 편입니다. (원래 발음이 뻔히 있는데도 서양에서 다시 들어왔다고 그런 식으로 읽어야 한다면 ISKA 가라테 같은 것도 그 쪽 발음 따라 '커라리'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ㅋ  뭐, 웃자고 하는 얘깁니다만... -_-)a


뭐, 사실 이런 발음의 변형은 흔하디 흔하게 벌어지는 경우이고 그게 자연스런 문화적 전파 과정으로 볼 수도 있으니 잘못되었다라고 하기도 애매한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배우는 대상이 어떤 연유로 비롯된 것인지 알아두는 것이 그 대상을 이해하고 공부를 깊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적절한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냥 문득 생각난 김에 평소 생각하던 바도 있고 해서 이것저것 주절여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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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