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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은 그야말로 국내 MMA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있어 한국의 날, 코리언 데이였습니다. 국내의 MMA 파이터 3명이 동시에 해외무대에서 기쁜 소식을 동시에 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세계 탑 클래스 레벨의 북미의 경량급 메이저 단체 WEC로 이적한 '좀비' 정찬성이 극찬일색의 재미있는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문자그대로 대박 데뷔전을 치러냈습니다. 

50kg에 가까운 혹독한 감량으로 육체개조에 성공한 '영건' 이둘희는 일본의 베테랑 마츠이 다이지로를 판정으로 꺾고 일본 중견단체 CMA 헤비급 챔피언 등극에 성공, 방승환, 허민석, 이은수에 이어 국내 MMA 파이터로서 4번째로 해외단체의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일본의 유도베이스의 MMA 영웅 요시다 히데히코의 은퇴흥행이란 명목으로 치러진 대회 아스트라에 출전했던  유술 베이스의 차정환은 결코 짧지 않은 공백기간에도 불구, UFC까지 다녀와 쉽지 않을 거라던 베테랑  '피라니아' 초난 료를 상대로 깔끔한 KO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연이은 불황으로 인해 축소 일변도에 있는 한국 MMA 계에 기쁜 소식으로 조금이나마 숨을 틔워준 3인 방에 관한 인터뷰를 차례로 진행해 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아쉬운 판정 패배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데뷔전 답지 않은 전진 일변도의 어그레시브함으로 미국무대에 인상을 각인시키며 한국 파이터의 우수성을 알린 정찬성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주스잔을 앞에두고 미소짓는 정찬성]

- 이번에 상당히 큰 일을 했다. 상대였던 가르시아는 상당히 심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들었는데 외견상 본인은 멀쩡해 보인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 경기 후 가르시아랑 찍은 사진을 보면 팔 깁스를 하고 있던데?

▲ 감사하다. 모두 우리 KTT 팀원분들과 관계분들 국내 팬들이 응원해 주신 덕분이다. 부상은 팔 인대가 조금 늘어났던 것 이외에는 없다. 나중에 가르시아를 보니 나는 멀쩡한데 심하게 대한 거 같아 조금 미안했다. 

- 북미 팬들에게도 '좀비' 정찬성의 임팩트가 컸던 듯 하다. 꽤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 기자도 종합격투기에서 관중들이 발을 구르는 응원은 처음 접해봤을 정도다. 경기 전부터 그렇게 반응이 좋았나?

▲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상대가 워낙 WEC에서 오래 뛴 선수라서 그런진 몰라도 입장하고 링 아나운서가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거의 야유 일색이었다. 내 스타일대로 열심히 경기를 푸니 차츰 나 반, 가르시아 반 정도로 나를 응원해주는 목소리가 차츰 커지는데 북미팬들은 실력이 있으면 인정해 준다는 말을 세삼 깨닫게 됐다. 

- 이번 경기는 북미 전문 매체들로부터 '올해 최고의 경기' 감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UFC, WEC의 총 수장인 다나 화이트도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극찬을 한바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WEC가 방영되지 않아 코어 팬이나 관계자, 언론인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경기를 접하기 어려웠다. 아쉽지 않았나?

▲ 경기를 하고 귀국하니 인터넷이나 관련 게시판은 난리가 났더라. 조금도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너무 얼굴이 팔리는 것도 꽤 부담스러울 것 같다. 훈련하기도 불편하고...적당한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번 경기의 판정은 논란의 여지가 컸다.. 국내 관계자들이랑도 얘기를 해보면 백이면 백 정찬성 선수의 승리였다고 언급했으며, 일본 저명한 한 관계자도 '저렇게 압도적인 경기를 해놓고도 판정이 이렇다면 정찬성에겐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아쉬웠던 이번 판정에 대해 어찌 보나.  

▲ 솔직히 나도 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점수 면에서 크게 압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 차분히 경기를 풀자고 생각해서 조금 더 밀어붙이지 않았던게 후회가 된다. 하지만 항의한다 한들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가르시아에게도 인정해 줄 부분이 있기에 패를 인정하고 훌훌 털어버렸다. 꽁해 있어봤자 무슨 도움이 되겠나? 화이트 대표를 비롯한 북미 관계자들도 내가 승자라고 다들 인정해 줬으니 그걸로 된 거 같다.   
 
- 경기 내용이 센고쿠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1라운드에 가르시아에게 퍼부은 엘보를 이용한 파운딩은 그동안 링에서만 활약해 온 파이터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2라운드엔 유술 블랙벨트인 가르시아에게 펀치 카운터로 백포지션을 빼앗기도 했다. 실력이 좋아진 비결이 있다면?

▲ 엘보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거고...지난 번 무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센고쿠에서 뛸 때에는 인대가 파열되거나 해서 레슬링 훈련을 거의 못할 정도로 몸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이번엔 KTT 팀원들도 함께 였지만 특히 팀 윤의 정부경 선수가 그래플링과 레슬링을 매우 많이 도와주어서 큰 도움이 됐다. 정부경 선수와 훈련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엘리트 출신이란 건 정말 대단하더라. 

                             [가르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정찬성. 사진제공=Zuffa LLC]

- 국내 토종 파이터로서는 유일하게 일본과 북미의 메이저 단체를 모두 경험해 본 파이터가 됐다. 스스로가 느끼는 동양과 서양의 메이저 단체의 차이가 있다면?

 이런 말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국내 MMA는 아직 멀었다는게 내 솔직한 심경이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엔 진짜 이렇게 파이터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곳도 있구나라면서 감탄했었는데, 북미는 더하더라. WEC의 의료진들에게 비염이 심하다고 하니 경기 전날 와서 치료해주고, 경기 끝나고 치료해주고, 돌아갈 때 약까지 챙겨줄 정도로 선수를 돌본다.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게 일본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경기를 펼쳐도 자국 선수랑 대결을 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응원을 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북미에서는 MMA 이벤트가 남녀노소가 즐기는 축제이고 자신의 실력만 뛰어나다면 어떻게든 인기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예라고 하긴 뭐하지만 이미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말한 건데, 경기 끝나고 얼마 있다가 조그만한 백인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우시며 경기 훌륭했다고 칭찬하시는데 속된 말로 정말 짠했다. 한마디로 참 부럽더라. 우리나라에서도 당장은 힘들더라도 종합이 발전하기 위해선 이러한 분위기의 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 그날의 가장 격렬한 경기인 '파이트 오브 더 나잇(Fight of the Night)'을 수상했다. WEC 사상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 최초의 수상인데다가 UFC 경영진이 스파이크 TV와의 계약을 기점으로 직접 경영에 참가하면서 상금역시 상당한 거금이 됐다. 수상을 예상했었나? 거금을 손에 쥔 소감이 어떤가?

▲ 난 그냥 주어진 대로 열심히 싸웠을 뿐인데 이런 큰 상과 거금을 준다는 사실에 아직도 좀 얼떨떨하다. 수표로 받았는데 아직 환율이 그다지 좋지 않으나 바꾸지 마라라는 말을 들어서 아직 수표인 상태라 그런지 몰라도 그다지 거금을 벌었단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라는 뜻으로 준 상일테니 더욱 열심히 싸워야 하지 않겠나? 받은 만큼은 보답할 작정이다. 참 약속과는 달리 손이 부러져서 테이크다운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워준 가르시아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정선수가 성공적인 WEC 데뷔전을 한 지난 4월 25일(한국시각)에는 CMA에서 이둘희가 챔피언 벨트를, 아스트라에서 차정환이 베테랑 초난 료를 KO로 꺾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 물론 잘 알고 있다. 본의 아니게 내 경기 성과를 내시고도 묻히시는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아무튼 우리나라 파이터들이 계속 해외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WEC에서 지지 않도록 열심히 할 거다.   

- 또한 같은 날 라이트급 챔프이자 한국계 파이터인 벤 핸더슨이 판정논란이 있었던 도전자 도널드 세런을 장기인 길로틴 초크로 손쉽게 꺾었다. 경기를 어떻게 봤나? 핸더슨과는 만났다면 어떤 얘기를 나눴나?

▲ 두말할 것 없는 핸더슨의 깔끔한 작전 승리였다고 본다. 핸더슨과는 훈련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등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체급은 다르지만 서로 격려해 줄 수 있는 동지가 생긴 것 같아 좋았다. 근데 이건 좀 사담인데 세런은 핸더슨한테 패한 뒤라서 그런진 몰라도 '한국인들' 어쩌구 투덜대는데다가 플레이보이 풍이라 인상이 좀 별로였다.

- 당시 메인이벤트에서는 동체급의 챔피언 호세 알도가 장기 집권했었던 전 챔프 유라이어 페이버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승리를 거뒀다. 언젠가는 붙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대인 알도를 어찌 생각하나.

▲ 스트라이킹, 그래플링, 레슬링이 모두 뛰어난 토털 파이터로 딱히 찝어낼 약점이 없다. 아직은 페이버나 전 챔프였던 마이크 브라운, 매니 감바리안 같은 넘어야 할 강자들의 산이 잔뜩 있지만, 나도 WEC로 이적한 이상 WEC의 챔피언이 목표이다. 여러 파이터들을 차례대로 잡는다면 그 경험이 알도를 쓰러뜨릴 수 있는 양분이 되지 않을까?  

- 다음 경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다나 화이트 등 WEC 측과는 차기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 사실 내일 당장이라도 경기는 가능하다. 이벤트 종료 기자회견 때 화이트 대표가 '부상만 다 낳으면 언제라도 경기를 잡아 줄 테니  졌다고 짤린다는 생각말고 언제라도 연락만 하라'고 하더라. 난 부상이 전혀 없지만 이번 주에 비염 수술은 하는데 회복되면 상황봐서 팀과 상의해서 연락해 보려 한다. 

- 이번 경기로 인해 데니스 강이나 추성훈, 김동현 등 뛰어난 실력파 선배 파이터들을 우러러보는 입장에서 다른 후배 파이터들이 우러러보는 입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느끼는 각오 같은 것이 있나?

▲ 후배들에겐 '아이콘(Icon)' 같은 파이터가 되고 싶다. 동현이 형도 마찬가지지만 나 역시 종합격투기를 바닥부터 시작해 이만큼의 위치에 올라다는 것에는 긍지가 있다. 그 긍지를 지키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파이팅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도 밑바닥에서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사인이 된 글러브를 들어보이는 정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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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Ip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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