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스포츠 뉴스에서 곧잘 제목에 달리곤 하는 '신승'이란 말은 매울辛에 이길勝, 즉 매우 힘들게 겨우 이긴다는 뜻인데요. 오늘 K-1 최초의 여성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임수정 대 레나의 경기에서 임수정의 승리에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스타일 상에서는 두 선수 모두 정면승부를 거는 타입이라 꽤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끝에 전적이나 경험 면에서 앞서는 임수정이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죠. 다만 DEEP에서 레나가 미쿠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접전은 생각보다 맷집이 좋겠구나, 초반 KO승리는 안 나오겠다 정도까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레나의 잠재력은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풀컨택트가라테 출신다운 돌진력, 반면 상대의 공격은 끊어주는 앞차기의 적절한 활용과 슛복싱 특유의 상대 펀치에 따라붙는 움직임으로 임수정의 공격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어찌 보면 약간은 더티해보일 수도 있는 레나의 변칙 스타일에 말려든 임수정은 클린치 상태에서의 맞씨름에 힘을 쏟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3라운드가 되어서야 겨우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죠.

일단 저력을 되찾은 임수정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레나의 변칙 스타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힘으로 눌러버린 후에 특기인 펀치 러시로 레나를 몰아붙였습니다. 3라운드까지 종료된 후 판정 결과는 30-29(레나), 30-30, 30-30으로 오히려 레나가 우세한 무승부로 가슴을 쓸어내리게도 했지만, 이어진 연장전에서는 완벽하게 레나를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죠. 레나의 끈질긴 반격에서 뿜어져나온 투지가 부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요. 첫 부심은 임수정의 손을 들어줬지만, 두번째 부심은 레나의 승리를 판정했습니다. 조마조마한 순간, 마지막 부심의 판정 결과는 임수정의 승리! 2-1 스플릿 판정승, 그야말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겨운 승리였습니다.
 

레나 선수는 마지막 순간에 자기 이름이 불리길 얼마나 갈망했던지, 임수정 선수의 코너인 '레드'가 불리는데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긴 것으로 착각하고 기뻐하다가 황망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보고 달래던 임수정도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더군요.


어쨌든 17년째를 맞는 K-1 히스토리에 처음으로 여성 선수로서 승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장본인은 우리나라의 임수정 선수가 됐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오랜 휴식과 부상, 상대 선수의 낯선 스타일 등으로 꽤 고전을 했습니다만,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보다 화끈하고 보다 완성된 스타일로 세계 격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바라봅니다.


반응형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