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상북도 성주는 참외로 유명하다. 하지만 택견배틀 판에서는 또 하나, 무적의 경북 성주 전수관으로 성주는 잘 알려져 있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는 가지 않고 아직 인터넷으로 동영상 하나 올리기가 어렵던 2004년 무렵 느닷없이 등장한 이 팀은 그간 택견배틀에서 독보적인 택견꾼들이 우글거리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 동아리와는 달리 공백기가 없고 오랜 세월 전력이 쌓여져 가는 이점이 최대한 발휘된 성주전수관 팀은 도창주와 배승배라는 터미네이터 2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스카이넷에 버금가는 전략가인 강호동 감독이 차례차례 다른 팀들을 말살해가고 있었으며 이에 대(對)성주전수관 팀을 구성하자는 다른 팀의 견제가 있을 정도로 이 성주 전수관은 막강했다.

2010년도는 그런 판에 성주전수관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성주전수관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올해 겨울 성주 전수관 팀이 무언가 일을 벌이며 준비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고 어떤 이는 전설의 도창주, 배승배 선수가 다시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대, 또는 걱정의 또아리가 칭칭 감겼던 것이 마침내 풀리는 날이 왔다. 그 날은 바로 2011년 5월 14일.

상대 팀은 수원전수관이었다. 스카이넷에 맞서 싸우는 인간 지도자 존 코너라고 비교를 해야되나? 어쨌든 김재광 감독 역시 강호동 감독에 못지않은 전략가라고 소문이 나 있었고 수원전수관도 역시 전수관으로써 선수들의 공백이 없이 꾸준히 실력이 쌓여가는 명문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고 특히 뉴 짐승이라고 불리는 이창용의 활약이 두드러지기에 사실 승부의 예측은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선수들이 입장했고 먼저 청팀인 성주전수관이 입장했다. 성주 전수관은 예의 참외를 가지고 입장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달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성주는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참외를 인심 좋게 나눠주었다. 참외를 받으며 문득 사람들이 강팀임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꾸준히 성주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참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K-1의 절대 강자 세미슐츠도 참외는 아니더라도 경기장에 들어오며 초밥이라도 좀 뿌렸으면 더 많은 이들이 응원하지 않았을까?

다음은 수원전수관이 입장했다. 작년과는 다른 파란색의 유니폼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고의 적삼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위에 철릭을 덧대 입는 방식의 다른 택견 협회보다 이런 다양한 모습의 유니폼을 보는 것도 택견배틀의 또 다른 재미다.

뒤이어 강호동 감독의 딸인 보라와 미르가 배정석 선수를 상대로 재미있는 공연을 보였다. 아이답지 않은 그 강렬한 위력의 발길질은 보는 이가 다 탄성을 질렀고 배정석 선수의 능글맞은 연기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언젠가 택견배틀 게시판에 달린 댓글처럼 보라와 미르의 연애자에게 최대의 강적은 성주 전수관의 터미네이터들이 아니라 보라와 미르의 발길질이라는 말도......

그런 잔재미들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어 성주전수관에서 오른쪽 어깨에 문신을 한 문신남 이태희 선수가 등장했다. 이에 맞서 수원은 무술소년(늙은...) 김동욱 선수가 등장. 둘은 서로를 견제하며 아래까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태희 선수가 좀 더 공격적으로 힘을 실었고 그런 공격적인 기세에 살짝 김동욱 선수가 당황한 틈으로 이태희 선수의 곁차기가 작렬했고 힘이 실린 그 곁차기로 첫 번째 승부는 끝났다.

성주의 승리에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뒤이어 수원전수관에서는 해결사 박경식 선수가 본때를 뵈며 등장했다. 그리고......시작하고 10초도 안되는 무렵 박경식 선수가 번개같은 곁차기로 김동욱 선수의 빚을 갚아버렸다. 송조현 선수의 3초승보다는 시간상 못하지만 체감으로는 거의 같은 초살에 사람들은 느닷없는 환호를 질렀고 아나걸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승부가 나니 다들 눈 감지 말고 지켜보셔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으로 강호동 감독이 내보낸 선수는 리틀 배승배라고 불리는 괴물 손병준 선수. 특기가 시비걸기-_-;;; 인 그는 본때뵈기는 쑥쓰러운 듯 보이지 않았지만 심판의 시작 신호가 나자마자 강렬한 엎어차기로 상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동방예의지국 백성답지 않은 뜻밖의 시비에 박경식 선수는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하고 몇 차례 엎어차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도창주 선수와 배승배 선수를 터미네이터 1, 2에 비교를 했다면 손병준 선수는 터미네이터 3쯤 되는 것 같았다. 도창주, 배승배 선수가 태질과 잡아 거는 기술에 능했던 반면에 손병준 선수의 엎어차기는 보는이가 다 아플 정도로 펑펑 소리를 내며 박경식 선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렇게 신경이 쏠린 틈에 올라간 후려차기에 결국 박경식 선수는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참 난감한 강호동 감독의 패에 김재광 감독은 뉴짐승 이창용을 내보냈다. 괴물과 뉴짐승이 으르렁대며 배틀장에 들어섰고 이어 격돌하기 시작했다. 첫 포문은 괴물의 엎어차기. 뉴짐승은 순간 휘청했고 그 틈에 괴물은 또다시 엎어차기를 박아넣었고 뉴짐승은 그걸 잡아챘지만 이미 힘이 실린 엎어차기가 작렬한 후라서 힘이 빠진 탓에 그걸 그대로 넘어뜨리지 못하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선수필승(先手必勝)......이창용 선수는 이어 몸을 날리며 그대로 몸통 돌려차기를 해보았지만 감각이 좋은 괴물은 그걸 간발의 차이로 두 번 모두 회피해버렸고 결정적으로 이창용 선수의 오금잽이가 들어갔지만 위에서 누르는 통에 결국 메쳐버리지는 못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 다리를 많이 맞아서 힘이 풀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뉴짐승은 포기하지 않고 어금니를 드러내고 있었고 이에 괴물 손병준 선수도 딱히 결정타를 꽂아 넣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기가 끝났고 둘 다 경고가 없이 무승부로 결정이 나 괴물과 뉴짐승은 씩씩대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택견의 기본인 아래까기를 강렬하게 구사하는 손병준 선수가 이제 다른 기술에 대한 대응책과 연습을 해 나온다면 어떻게 될지......배승배 선수의 뒤를 잇는 전설적인 택견꾼(의 탈을 뒤집어쓴 터미네이터)이 탄생할 것인가? 하는 기대가 들었다.

다시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경기가 재개되었고 다음 선수는 손과 발이 큰(도둑이라는 말이잖아......)황인동 선수였다. 작년 마지막 경기에서 고려대학교를 상대로 판쓸이로 다섯을 모조리 잡아버렸던 황인동 선수가 등장하자 수원에서는 정형진 선수가 나왔다. 키가 큰 황인동 선수는 슬금슬금 거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정형진 선수는 아래까기로 그런 황인동 선수를 견제했다. 정석적인 플레이였지만 손이 워낙 큰 황인동 선수의 오금잽이에 잡혀 그대로 넘어가버리는 불운을 당해버렸다. 시원한 오금잽이에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뒤이어 살인미소를 지닌 이진욱 선수가 황인동 선수를 잡기 위해서 뛰쳐나왔고 둘이 경기장을 돌며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황인동 선수의 특기가 태기질이라는 것을 아는지 이진욱 선수는 아래까기를 하면서도 쉬이 잡히지 않게 타이밍과 거리를 조절하며 다른 종류의 아랫발질을 구사했고 뒤이어 갑자기 달려들어 덜미를 잡고 흔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대처를 했다. 황인동 선수도 이에 기습적으로 곁차기를 올리는 등 서로간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작렬했으나 그 수싸움에서 슬그머니 이진욱 선수가 곁차기를 작렬시키는 바람에 경기는 끝나버렸다. 아랫발질이 들어오는 줄 알고 잡아채려던 황인동 선수의 오른쪽 얼굴에 이진욱 선수의 오른발 곁차기가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살인미소를 보고 싶다던 아나걸의 멘트 덕인지 승리를 한 이진욱 선수는 시원하게 살인미소를 날려주었다.

다음으로 성주전수관에서 등장한 선수는 바로 배정석 선수. 2004년 택견배틀 원년에 성주전수관 팀에 고등학생으로 출전해 자신보다 월등히 큰 상대를 맞아 멋진 뒤집기로 승리를 장식하던 배정석 선수도 이제 베테랑이 다 되었다. 양반다리 자세에서 양팔로 몸을 띄워 물구나무서기까지 하는 묘기에 가까운 본때뵈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수원의 마지막 선수와 성주의 네 번째 선수가 경기장 중앙에 섰고 서로의 승리를 위해 조용히 품을 밟기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서 서로 아랫발질의 공방을 주고 받으며 덜미를 잡기도 했고 또 서로간의 공격에 대한 방어도 아주 좋았다. 그런 기본기의 공방은 결국 기본기로 승부가 났다. 서로 엉킨 상황에서 배정석 선수가 순간적인 딴죽으로 이진욱 선수의 발목을 걸어버렸고 순간 중심이 흐트러진 이진욱 선수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배정석 선수는 그대로 덜미를 잡아 땅에 상대를 굴려버렸다.

수원 전수관은 성주를 상대로 물러섬 없이 자존심 높은 택견꾼들로 어금니를 드러내며 싸웠고 오늘은 비록 패배했지만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하며 어깨를 당당히 펴고 경기장을 퇴장했다. 이렇게 스카이넷과 존 코너의 싸움은 새로운 모델의 터미네이터를 시험 가동시킨 성주의 승리로 끝났다. 구형모델들도 구형모델의 탈을 뒤집어썼을 뿐 꾸준한 업데이트로 더욱 강력하게 변신을 했다는 점에서 올해도 성주전수관의 롱런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시대가 갈수록 더욱 강력한 터미네이터들을 계속 내보내는 성주 전수관. 아무래도 참외농사에 뭔가 있기는 있나보다......대학팀들은 방학이 되면 단체로 농활을 가보는 것도 대처방법 중 하나가 될 듯 하다.

인류의 적인 스카이넷과 터미네이터들이 농사 지어 나눠준 성주 참외를 갉아먹으며 인심 좋은 그들이 또 참외를 바리바리 싸들고 택견배틀을 찾을 날을 기다린다......근데 스카이넷과 터미네이터는 인류의 적이 아니었던가...영화에서도 참외로 인간들을 현혹했다면 정복이 수월했을지도......-┏;; 생각해보니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난다.

"촌장동무,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일단 멕여야지-"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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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飛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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