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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0 여성호신술, 배워도 소용없을 것 같은 이유 (25)
오랜 기간 무술이나 격투기는 남성의 영역이었습니다. 물론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자 무사의 존재도 심심찮게 존재했습니다만, 그 아래에는 남성의 것을 하는 여성이라는 의미에서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히 깔려있죠. 이런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며 여성 무도가나 격투가의 존재도 그다지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는 각 무도 종목이 특정계층만을 상대로 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체육'으로서 변화해온 것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실질적으로 좀 더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성을 새로운 소비자로 맞아들이기 위한 무술격투계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른 바 '다이어트'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피트니스적인 효과이고, 또 하나는 보다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여성호신술'로의 활용성입니다. 여성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수도 있다는 것이죠. 더구나 이런 여성호신술은 힘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으며, 손쉽게 상대를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반 여성들에게 호신술을 배우길 추천하면 십중팔구는 "그거 배워도 (나는) 못 쓸 것 같다."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또, 현장에서 여성호신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지도자에게 물어봐도 "실제로는 쓰기도 힘들고 위험하다. 그냥 도망가는 게 최선이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인지 세간에는 보다 쉽고 효과적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호신술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우선은 일반적으로 자주 보여지는 호신술 시범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여성호신술 시범은 대개 남성 한둘이 여성 시연자에게 접근하고, 이 때 여성은 몇 번 약한 척(?)을 하다가 호신술을 사용해 상대를 제압합니다. 이 때 사용되는 기술은 대부분 유도나 합기도식의 메치기와 꺾기, 태권도식의 고난도 발차기가 주를 이루고, 때로 하이라이트는 프로레슬링식의 아크로바틱한 공중살법까지 선보이기도 하죠. 물론 이 기술들은 좋은 호신술입니다. (프로레슬링 공중살법은 일단 논외로 하고 ^^;;) 하지만 '여성'호신술로 어떤가 하면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은 학교 체육과 취미 활동 이상의 운동 경험, 즉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위에서 언급한 화려한 기술 시연은 여성들로 하여금 '정말 여자들도 적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저런 걸 어떻게 해?'라고 오히려 포기하게 하거나 '저런 게 가능해?'하고 부정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더구나 이런 시범은 대부분 약속대련의 형태로 행해지기 때문에 기술을 받아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실 여성 시연자가 남자 2명을 한꺼번에 던져버리는 2인처리술이나 발차기 모션 한 번에 과장된 낙법으로 몸을 날리며 쓰러지는 남성을 보면, 대개 '저게 실제로 가능할 리가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죠. 더구나 실제로도 그런 기술이 가능한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많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시범이 이런 '연출'을 가미하는 데에는 그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따로 하도록 하죠.) 그러나 일단 여성호신술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실제로 호신술을 원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기술, 즉 "아,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범 기술들은 그런 대입이 어려운 까닭에 오히려 호신술의 실전성에 대한 의심을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호신술의 상황 설정이나 기술 형태, 훈련 방법 등의 비현실성에서 비롯됩니다. 쉬운 예로 국내에 알려진 상당수의 호신술은 첫 단계로 남성이 여성의 손목을 잡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남성은 손목을 잡은 채 멀뚱히 서있거나, 단순히 손에 힘만 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주 익숙한, 전통적인 합기도 방식의 손목수 연습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을 추행하거나 강제로 끌고 가려는 남성이라면 손목이 아닌 손 자체를 잡는 경우도 많고 (여러 손가락을 통째로 혹은 깍지낀 채로 잡히면 합기도식의 술기를 사용하기가 무척 어려워집니다), 가만히 잡고 있기보다는 이리저리 끌고 가려고 하거나 다른 손으로 여러가지 행위를 시도할 것입니다. 호신술을 실제 상황에서 쓰기 힘들었다고 하는 경험담을 들어봐도 이와 같은 '예상 외' 혹은 '경험 외'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찌 해야할 바를 몰랐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에 일일이 다른 기술로 대응하도록 하거나, 또 한 가지 상황에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가르치는 방법 또한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성이 돌려차기를 할 때 방족술을 사용하는 등 실제로 여성의 입장에서는 경험할 확률이 낮은 상황과 기술을 의례껏 가르치는 사례도 많고요.

그런가 하면 일상적으로 여성이 남성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경우, 이를테면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 내에서 은근슬쩍 벌어지는 성추행이나 직장 상사에 의한 성희롱 등은 여성 입장에서 매우 분통 터지고 답답한 일이지만 거기서 사람의 팔을 비틀어 꺾거나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때려눕혀서 해결할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이럴 땐 보다 이성적이고 사회적인 대응 방법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대개의 무술/격투기를 바탕으로 한 여성호신술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의 '격투적 관점'과 자기 유파의 기술 체계에서만 상황에 접근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자칫 과잉방위나 오상방위 등으로 법적책임을 거꾸로 지게 될 수도 있는 방법을 '정당방위'라는 명분 아래 무책임하게 가르치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고요.

'올댓호신술' 어플 실기 촬영 중. 100회 분량의 성폭력 상황에 대한 대응법을
격투기 경험이 전무한 여성 모델에게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전수하면서
하루 만에 촬영을 마쳤을 정도로 ASAP 여성호신술 시스템은 효과적이다.

이런 오류들이 반복되면서 여성호신술은 언젠가부터 단순한 '도장 홍보용 문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제대로 된 여성호신술의 보급을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으로 여성의 입장을 고려한 상황 설정과 실제로 실행 가능한 기술 및 훈련 체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武Zine과 공도KOREA는 이와 같은 여성호신술에 대한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이라는 새로운 성폭력 예방/퇴치 및 여성호신술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지난 여름 제작해 9월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어플인 '올댓호신술'은 지금까지 6천5백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다운로드 링크 http://j.mp/dvXi5x  ) 또 기업 사보 연재, 지역 사회체육센터 및 각종 대학과 단체 대상의 여성호신술 특강도 활발히 추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연재를 통해서도 ASAP만의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여성호신술을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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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