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오전 10시
공도 소년부 경기는 성인 경기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헤드기어를 착용하는 것은 같지만 팔다리보호대와 몸통호구까지 다 착용해야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같은 경우는 꼭 깡통로봇을 보는 것처럼 귀엽다. ^^ 규칙상으로도 안면 공격이나 하단차기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제한이 많은데 왠지 우리나라 합기도 경기 규칙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차이점이라면 몸통에 대한 주먹 공격을 마음껏 허용한다는 정도? 단, 기술을 골고루 사용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발차기 없이 주먹 공격만 계속 할 경우 ‘교육적 지도’를 받는다. (이 점은 역시 일단 발차기부터 나가고 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낯선 규정이다. ^^)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안면보호구를 착용함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대한 앞차기나 옆차기 등의 공격을 금지한다는 것. 우리 전통무예 택견에서 규정하고 있는 곧은발질 금지와 같은 규칙을 일본의 신종격투기에서 발견하다니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많은 제한을 가지고 있어서 경기 내용도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막상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꼬마들이 어찌나 잘 싸우는지 무서울 정도. 격렬하게 타격전을 펼치다가 기회가 오면 잡아서 메치는 센스가 성인들 못지않고, 중등부로 가서는 타격전의 파워나 기술의 날카로움도 성인부의 그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지고나면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은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 싶은 장면이다.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열기도 뜨거웠는데, 심지어 어떤 어머니는 경기 전에 직접 아이의 미트를 잡아주기도 해서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 잡아주지는 못하더라는 ^^;)
여학생과 남학생이 겨룬 초등1-2학년부 경기 모습. 한눈에도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2월 15일 오후 3시
너무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칠 지경 -_-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래서 오전에 소년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의 긴 시간을 이용해 시내의 격투기용품점까지 다시 쇼핑을 다녀왔다.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건지... ^^;;
어쨌든 드디어 비즈니스맨클래스(이하 BC) 대회 개막식을 앞두고 있다. 이제 슬슬 몸도 풀고(따로 대기실이 없기 때문에 복도 바닥에서 뒹굴뒹굴대며 스트레칭했더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는 -_-;;) 대진표를 보며 어떤 상대들과 싸우게 될지도 예상해본다. 임재영 선수의 기본룰 중(重)량급 부문에는 총 4명이 출전한다. 총본부 소속의 외국인 선수가 한 명 끼어있어 조금 걱정이 되지만 예상대로 파란띠에서 노란띠 정도의 초심자들이 대부분이고 다른 격투기 경력도 없는 편이라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만 하다.
그리고 대회가 비지니스맨 대회이다 보니 선수 프로필에는 각자 직업도 적혀있다. 미용사도 있고 교직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들... 그런데, 한 선수의 직업이 묘하다. SE? 도대체 SE가 뭘까, 셋이서 머리를 굴려가며 혹시 ‘시큐리티’의 약자가 아닐까 하고 짐작도 해봤지만 결국 우리는 상대 정체를 모른 채 싸워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SE는 IT계통 직종인 시스템 엔지니어를 뜻하는 말이었다.)
경기 순서상으로는 우선 내가 먼저 1차전을 치러야 하는데, 내가 출전하는 공도룰 중(中)량급에는 모두 7명의 선수가 나왔다. 그 중 A블록 3명은 리그전 방식으로 각각 2번씩 싸워서 승률이 높은 사람이 결승에 진출하고, 내가 속한 B블록 나머지 4명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결승에 진출한다. 그런데 B블록 출전자들의 경력이 장난이 아니다! 일단 모두들 검은띠 혹은 1급에 작년 전국BC대회 준우승에 관동대회 우승자 등 실력자들뿐... -_-;;
게다가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다들 나보다 체중이 10kg 가까이 더 나가는 상대들이다. (원래 공도대회는 키와 몸무게를 합한 ‘체력점수’라는 것을 체급 구분에 사용하는데, BC대회에서는 거기서 만 나이를 뺀 ‘BC지수’를 체급 구분에 사용한다. 따라서 원래는 나보다 체급이 높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체급에 배정된 것.) 아무리 경험 삼아 나와 본 대회라고는 하지만, 이거 좀 너무하시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 총본부 수련을 마치고 나서는 약간 자신감이 붙어서 1승을 노려볼까 했지만, 대진표를 보고 나니 다시 ‘한판패만 당하지 말자(-_-)’라는 애초의 소박한 목표로 돌아가야 할 듯. ㅋㅋ
드디어 출전한 공도 경기! 앞차기 견제까지는 좋았지만...
2월 15일 오후 7시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였다. 임재영 선수는 2번의 경기에서 각각 유효와 절반을 뺏는 인상적인 경기 내용을 남기며 우승을 차지했고, 나는 1차전에서 패퇴. 하지만 1차전 상대가 우승까지 차지했는데 포인트를 내주지 않고 판정패했다는 데서 목표 달성은 한 셈(^^;)이다. 내 상대 선수였던 사토 준씨는 우리 나이로는 무려 마흔세살의 교직원. 나중에 얘기를 나눠보니 대학에서는 한일관계를 전공하기도 했다고. 솔직히 처음에는 나이도 있고 인상도 좋아보여서 어쩌면 그리 세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하자마자 사람 좋던 표정은 어디 가고 맹렬한 펀치러시로 몰아치는 것이 아닌가. '쿠' 위로 쏟아지는 풀파워의 펀치의 느낌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정말 낯선 것이었고, 거기서 나름대로 세워놨던 게임 플랜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급한대로 뒤로 빠지면서 뒤차기로 반격을 노려봤지만 오히려 더 균형을 잃는 결과를 낳았고, 이어지는 클린치 상황에서 배대뒤치기를 당해 마운트포지션까지 뺏겼다. (나중에 2차전에서도 배대뒤치기가 나온 것을 보니 특기였던 듯.)
다행히 그라운드 상황에서 점수를 뺏기지 않고 포지션을 뒤집는 것까지 성공했으나 거기서 30초 간의 그라운드 시간 종료. 이제는 타격과 메치기 기술만으로 싸워야 한다. (공도에서는 입식 상태에서의 서브미션이 전면 금지) 남은 경기 시간은 40여초, 역전을 시키기 위해서는 뭔가 큰 한 방으로 유효 이상의 포인트를 노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몸통돌려차기나 하단뒤후리기 같은 기습성 단발 공격을 노려봤지만 상대의 기세를 무너트릴 수는 없었다. 결국 계속해서 펀치 세례를 당한 채로 경기는 끝났다. 솔직히 효과 정도의 포인트가 나왔어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지만, 다행히 끝까지 점수는 내주지 않았다.
1분 30초의 짧은 경기를 마치고 많은 아쉬움이 몰려왔다. 급하게 결정된 출전이었고 준비 기간도 약 2주 정도로 짧았지만, 집중적으로 연습해온 타격 컴비네이션을 하나도 써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후회되고 훈련을 도와줬던 후배에게도 미안했다. 경기 시간이 좀 더 길었더라면, 좀 더 내 쪽에서 공격적으로 나갔더라면, 오른쪽으로 돌면서 왼손잡이의 이점을 살렸더라면 하는 뒤늦은 후회들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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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그래서 많이 아쉽습니다.
아래글은 하혜정 싸이의 다이어리를 복사해 온 겁니다. 귀엽네요.
2009.04.05 일 18:56 다이어리 내용
스타킹. 나갔습니다.
나의 진로에 대해 공허했던 맘들,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기도를하고있었습니다.
작가언니께서
몇년전 택견 동영상을 보고 연락했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진정 하나님의 인도하심인지요..
난 말도잘못하고
수줍어죽겠고
더군다나 운동안한지 오래되었는데..
괜찮으시겠냐고 여쭈었습니다.
작가언니께서 괜찮다고하셨습니다.
아니근데,,
그래도방송인데,,
어찌 이틀이란 시간만을 주시는지요..
너무나 열악하고 불안한 조건에서
그래두.. 그래두.. 다들 고생해가며..
준비를 하였습니다..
맨 첫번으로 녹화하려했는데.
두번째로 밀려나고.
앞 팀 녹화가 너무 길어진 탓에
방송용 메이크업과 헤어...;;;그 상태로
수줍게 학교를 부랴부랴 갔다오느라.
녹화는 맨 마지막으로 하게되었었드랬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수업듣고 오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쪼옥♥)
나에게 맞아줄 착한 친구 정진이와
착한 고딩 둘..
배나온다며 밥안먹고 나를 기다리고있었고..
그래도 젊은 청춘들.
쉬지 않고 움직이는 그들.
미안했고.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더하기.
일끝내고 온 둘리와.
보살펴주신.둘리엄니.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내가 녹화를 할때즈음.
다들 약간 지쳐보였습니다.
부디 다들 다치지않고
실수 없이 한번에 끝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중얼중얼 기도했습니다.
무대위에서는데.
어찌나 울렁거리던지..
슈주가 .. 닉쿤이.. 그들이 연예인으로 보이지않았습니다.
그건그렇고
깍아내려차기를 하는데.
정진이의 목덜미를 차버렸습니다.. ... ...
그생각만하면아직도아찔합니다.
까맸던 정진이의 얼굴은 황갈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나는 그 얼굴색을 본 순간.
끊고 다시해야하나. 했지만,
사과는 나중에 미친듯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발로 차 주었습니다.. 휴..
마음이아팠습니다.만..
역시..
정진이는.. 진정싸나이었습니다.
정진이가 웃으며. 나에게 달콤한 말을 해준 것이 생각납니다.
나를 절대 잊지 못할꺼라는.. kkk.. - _-
정진이는 정말이지 착하고 듬직한 싸나이중에싸나이입니다.
나는 붐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습니다.만.
몹시 괜찮은 남성인 것 같습니다.
까불까불은. 방송을 위함이었음을. 진정 깨달았습니다.
최강의 호신술에 대해 얘기하고 살짝 시범을 보여야했습니다.
방송 안 살꺼라며 중얼거리시며..
미간을 살짝 찌뿌린 호동아저씨를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무안하고 민망하고 죄송한 감정들이
스믈스믈 퍼질 즈음.
붐오빠(?)께서 속삭여주었습니다.
"내입에 손을 넣어. 괜찮아괜찮아."
난..
괜찮지않았습니다.만...
그럴때가 아니란건 파악할 수 있었기에..
손가락을 넣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촬영하기 전, 무대뒤에서 새까매진 나의 발바닥을 보고 놀라
손으로 털었던 기억이납니다..
그에게도 참.. 죄송하네요...
어쨌든,
울렁거려 버벅이던 나의 모습이 방송되는 것이 불안했고..
생각만해도 오그라들었습니다..
나름신비주의로살고파했는데. 우습게나올까봐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기도했습니다.
'난몰라요,하나님.
하나님이시키셨으니까.알아서해주세요.- _-'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교회 셀 모임을 나가서 다같이 기도와 말씀을 나누고,
주희언니가 예약해 놓은 쌈밥♥집에 갔습니다.
다같이 밥을 먹으며 스타킹을 시청하자고 하셨습니다.
혼자 티비보며 괴로워하는 것 보단 나을 것 같단 생각이었습니다.
울렁이는 속을 애써 가라앉히며 밥을 삼켜내었습니다.
드디어 내가 티비에 나왔습니다.
내가 뿌옇게 보였습니다.
다행인건 내가 걱정했던(?) 버벅이는 부분들은
알아서들 편집을 해주셨드랬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몹시..
여기저기서
살쪘다는둥, 놀랬다는둥, 신기하다는둥, 귀엽다는둥(으흐),,
연락이왔습니다.
와우..- _- 난 내가 티비를 안봐서.. 다들 그럴 줄 알았는데..
많이들 본다는걸 알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 검색해서 검색순위1위 시켜달라고 말했습니다.kkkkkkk.
근데.. 1위는 안됬나봅니다. kkkkkkkkk.
싸이를 켰습니다.
일촌신청 창이 마구마구 떴습니다.
쪽지도.. 방명록도..
사람들이 말을 시킵니다.
근데.. 나.. 어찌해야할지모르겠습니다- _-
이거참..
이자리를빌어(?)
당신들의 관심..
감사하다는 말만 전할밖에요...
무엇보다 하나님.
음음, 감사해요. 히히. 사랑해요. 으흐.
앞으로도.. 아멘. 쪼옥쪽쪽쪽
준비가 너무 급했군요.
억지로 웃기려는 부분은 보면서도 너무 눈에 띄어서 그러잖아도 불편했더랬습니다. 본인 입으로 '5천 벌었구요' 라고 말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고생 많았다고 전해주세요. ^^
첫술에 배부르기 어려운 법. 아루키잇뽀 아루노미!
택견배틀 쪽(도기현쪽)에서 하해정 양을 계속 데려가기는 어려웠을 듯.
왜냐? 그쪽에선 연예매니지먼트를 할 능력이 안되니까.
그래도 거기서 키워준 건데 완전 짜지는 것도 보기는 안좋다.
공존공생 할 방법이 많았을 건데 아쉽네.
예를 들어 스프링MC의 데이니스 케인도 스프링측과 모종의 협의를 통해
후라이드에 나가면서도 스프링 무대에 오르고 협찬도 받고 했지.
참 보기 좋았는데 그런 모습이.
전례가 안 좋게 남았기 때문에 택견배틀도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꺼려질 거고...
앞으로는 아날걸 슬로걸 같은 애들 나오기 어려울 듯.
슬로우걸은 잘 모르겠지만 아나걸 같은 경우는 좋은 관계 유지하면서 잘 하고 있는 케이스고, 결련택견협회 쪽도 '미녀스타' 작전으로 재미를 많이 본 편이라 발굴에 애를 쓰고 있는 듯 하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 ㅋㅋ
사실 택견보다는 택견 여성들이 좋다는 ㅋㅋㅋㅋ
잼있게 잘봤어요,, 첨에 얼굴만 보고 일반인이 참 예쁘게 생겼다 연예인 해도 되겠는데?,, 하고 생각 했음.. 근데 좀있다 cf 나왔다는 말듣고 아,,, 역시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음,,, 암튼 타고난 끼가 보이더군요... 잘 풀리면 티비에서 자주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대성 하시길 빌어요..
확실히 느꼇음 방송은 방송일뿐...
이기자님이 쓴글을보면 방송에서모습 인데 다보면 설정에 설정 인모습을 가지고 판단을 하시긴엔 좀.
파인애플차기도 출연진들 다 못차는거엿음 물구나무서서 억지로차고 하지만 편집신공으로
잘찰수있게나옴 왜? 슈퍼쥬니어니까.. 당시 방청객 으로 구경햇던 저로서는. 안타까운부분이네요
네, 전갈차기를 그것도 그 정도 힘을 실어서 아무나 못찬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무나 다 차는 것인양 보여졌다는 게 아쉽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