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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지 훈련 중이던 추성훈이 어제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약 2개월 만의 일본 귀국이다 보니 취재진이 입국 현장에 나갔던 모양인데요. 여기서 추성훈은 오는 다이너마이트에서 미사키 카즈오와 재대결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있었다는 깜짝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UFC110에서의 반델레이 시우바와의 대결이 취소된 직후, FEG 타니가와 사다하루 대표가 추성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경기가 없어졌으니 연말에 어떻게 안 되겠느냐?"라며 미사키와의 재대결 의사를 타진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추성훈은 UFC와 계약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대결이지만, 지금은 무리입니다"라고 확실히 잘라 말했다고요.


사실 UFC가 선수로 하여금 타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있음은 잘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타니가와 프로듀서도 그다지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쉽게 해볼 수 있는데요. 추성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제 목소리가 듣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요?"라며 농담을 덧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타니가와 대표가 어지간히 급했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UFC가 독점 조항을 내세운다고는 하지만, 과거 크로캅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UFC 쪽에서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선수이고 일본 측에서 충분한 보상 조건을 내건다면 타대회 출전도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죠. 

그리고 추성훈과 미사키의 재대결이라면 드림 vs 센고쿠의 합동이벤트로 치러질 이번 다이너마이트가 과거 이 둘의 대결이 있었던 야렌노카의 성격(이 때도 일본 격투기계의 단결을 내세우며 선수 파견이 이뤄졌었죠)을 잇는다는 명분도 설 뿐 아니라, 일본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는 큰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매치업입니다. 타니가와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였던 셈이죠.

자서전 '가라테초바카이치다이'의 출판기념회에서 이시이 카즈요시 '관장' (사진 출처_ boutreview.com)
사실상 '관장'이라는 직함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모두가 그를 '관장'이라고 부르고 있어 별명처럼 굳어진 듯


특히나 타니가와 프로듀서는 최근 K-1의 원래 주인(?)이었던 정도회관 이시이 카즈요시 전 관장의 현역 복귀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무척 불안해진 상황입니다. 이시이 전 관장은 특별경기총괄프로듀서라는 긴 직함을 가지고 지난 WGP 결승 대회에서 7년 만에 K-1 링 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존의 경기총괄프로듀서인 카쿠다 노부아키 심판이 현재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단순히 얼굴만 비친 것이 아니라 대회가 시작되기 전 직접 선수들의 실연과 더불어 일일이 룰 설명을 하며 약 10분 동안이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자신의 복귀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대회 전에 그 대회의 룰을 설명하는 것은 수많은 실험적 시도가 있었던 90년대 일본 격투기 계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사라진 풍경 중 하나인데, 이것을 굳이 되살렸다는 것부터가 이시이 관장의 원점회귀 의지를 드러내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때 이시이 관장은 다리를 거는 행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브레임 선수가 잘 사용하는데요, 확실히 말해서 반칙입니다."라고 콕 집어 얘기를 해서 순간 장내에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는군요. ^^)

이는 곧 앞으로 FEG가 K-1이나 드림을 운영함에 있어 초기 K-1이 지향했던 "실력에 의한 승부 중심의 운영"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동안 흥미성 매치업에 주력해왔던 타니가와 이벤트 프로듀서의 역할이 자연히 줄어들 것임을 의미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어디까지나 제 추론이긴 합니다만 위기감을 느낀 타니가와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뭔가 큰 성과를 냄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보전해야할 필요성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죠. 추성훈 - 미사키의 매치업이라면 이벤트성도 강하거니와, 실력 승부라는 점에서 봐도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니까요. 

야렌노카 이후, 재대결에 대한 의사 표명을 하는 추성훈과 타니가와 프로듀서 (사진출처_GBR)

그럼 추성훈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분명히 미사키와의 재대결은 추성훈 입장에서도 언젠가 풀어야 할 과제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과거 미사키와의 경기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추성훈은 "(미사키가 뛰고 있는 단체인 센고쿠까지) 쫓아가서라도 다시 싸우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죠.

그러나 UFC와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그런 마음은 많이 사그라진 것 같습니다. (사실 단순히 미사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당시 때를 같이 해서 출간했던 자서전 내용을 읽으면서 추성훈이 일본 격투계 전반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UFC라는 더 큰 무대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생긴, 더구나 데뷔전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껴야 했던 추성훈 입장에서는 느닷없이 튀어나온 미사키와의 재대결 이야기는 오히려 뜬금 없는 얘기로 받아들여졌을 지도 모르겠네요.

또, 미사키와의 재대결이라는 테마가 추성훈에게 주는 무게감을 생각해봐도, UFC와의 계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들 지금 당장 이런 식으로 급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겠지요. 악연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몸과 마음을 준비해서 완벽한 상태에서 대결을 하고 싶은 것이 추성훈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격투계의 정서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런 정도 고레벨의 악연은 적어도 5년 쯤은 지나서 -_- 아니면 한 10년 정도 푹 묵힌 후에 은퇴 경기로 하는 게 정석 아닌지... ㅎ)

어쨌든 타니가와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카드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카드를 꺼내는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다고 밖에 할 수 없겠네요. 


한편,  뺑소니 사건으로 인해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이 내려졌던 미사키 카즈오는 어제 SRC(센고쿠) 측으로부터 처분 해제를 받고, 곧바로 다이너마이트 출전 후보에 오르게 됐다고 합니다. 상대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미사키 입장에서도 만약 추성훈과의 대결이 성사됐더라면 꽤 부담스러웠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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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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