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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지만 실감나는 발차기를 시범보이고 있는 타케다 리나와 니시 후유히코 [사진_ 이상재]

지난 18일 '하이킥걸'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을 찾았습니다. '여고생'과 '액션'이라는 묘한 조합이 주는 기대감 때문인지 영화는 일찌감치 인터넷 예매가 끝났고, 당일 현장 예매분 또한 빠른 시간 안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모았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GA)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니시 후유히코 감독과 함께 주연 배우 타케다 리나가 등장하자 상영관 내 관객들은 박수로 이들을 맞았고, 영화에 쏠렸던 관심, 그리고 영화의 특이한 연출(이 부분에 대해서 뒷부분에서 다시 자세하게 언급하겠습니다) 때문인지, 영화제 관계자가 당황해할 정도로 계속해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액션 시범을 기대했던 저 같은 사람들은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의 타케다 리나의 모습에 '아, 시범은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해야 했죠.

하지만 액션의 리얼함과 부상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니시 후유히코 감독이 "조금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면서 타케다 리나를 바라봤고, 타케다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고 겨루기 자세를 잡았습니다.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죠. '헉, 원피스... 치마를 입었는데? 설마... 발차기는 안 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니시 감독의 친절한 '영화 액션용 발차기의 4가지 종류'에 대한 설명과 함께, 타케다 리나는 치마 차림에 아랑곳 않고 시원스런 하이킥을 몇 차례나 보여주더군요. (물론 속에는 검은 타이즈를 입고 있었습니다. 전지현이 '블러드'에서 입었던 것 같은 ㅎ) 이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 만점의 GA에 기자며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다른 상영작에 비해 월등히 길었던 GA가 끝난 후에도 타케다 리나는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했고요.


느닷없는 시범에 급히 디카를 꺼내 찍느라 화면도 어둡고 화질도 영 안 좋습니다.
후반부 일본어 통역도 약간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좋았던 현장 분위기와는 별도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썩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평가는 사람에 따라 갈리겠습니다만, 촬영이나 편집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 차치하고서라도 플롯의 빈약함은 무엇보다 큰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8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게다가 슬로우 모션을 이용한 다시 보여주기 장면이 1/3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량은 1시간도 안 되는 영화인데, 지나치게 많은 악역 캐릭터가 줄줄이 등장해 싸움 장면만 계속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캐릭터 간의 개연성 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은데 그것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고 단지 가라테만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다보니 마치 RPG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니시 후유히코 감독의 전작들로 알려진 '쿠로오비'나 '소림소녀'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매우 뜻밖인 부분이었는데, 사실 그는 그 영화들에서 무술감독과 제작을 맡았을 뿐이고 이번 '하이킥걸'이 실제 감독 데뷔작입니다. 게다가 유명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닌 지라 예산 문제로 인해 촬영 기간 자체가 채 2주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담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예상하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 니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가라테만의 독특한 매력이었다고 하는데요. 가라테, 특히 전통파 가라테 자체가 단순질박한 기술이 많고 '일발필도'를 추구하는 무술이기 때문에 영화로서의 볼거리로 가라테 액션을 만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정두홍 감독을 인터뷰 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중국무술은 다양한 화려한 기술이 많기 때문에 합을 짜기가 쉬운 반면, 한국 무술은 그러기가 어렵다는 거죠.)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마지막에 총을 뽑아드는 최종보스에게 마츠무라가 뛰어들며 상단지르기 일발로 쓰러트리는 장면을 이 영화에서 가장 '가라테 다운 액션'이자 백미로 꼽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최종 보스가 뭐 그리 약하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처럼 같은 무술영화를 보더라도 무술적인 관점과 일반 관객들의 관점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니시 감독은 아직은 '영화감독'으로서보다는 '무술감독', 그리고 한 사람의 '무도가'로서의 마인드가 더 강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극복하고 양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니시 후유히코를 비롯한 무술 연기자 및 감독 모두의 과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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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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