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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뿌리 택견팀은 신한승 선생님이 정리한 현대적인 충주쪽의 택견을 하는 팀이다. 활갯짓을 크게 돌리며 무엇보다 태질을 중요시 여겨 따로 대걸이라는 태질 방식의 견주기도 있는 충주쪽의 택견은 서울 지역의 구한말의 택견판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규칙이 살짝 다름에도 불구하고 충주 뿌리팀은 그동안 계속 택견 배틀에 출전하면서 그들만의 스타일로 인기를 끄는 팀이었다. 그런 뿌리팀에 맞서는 상대는 국민대학교 미르. 인기스타 믹키재동, 홍윤석 선수들이 포진한 미르 팀은 성적은 크게 뛰어나지 않더라도 언제나 풍류를 즐길 줄 아는 팀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 두 팀이 오늘은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심판의 출전요구에 청팀인 미르에서 믹키재동이라는 별명의 신재동 선수가 나왔다. 오늘은 좀 이른 출전이네? 신재동 선수는 보기에는 힘으로 밀어붙일 것 같은 타입이지만 실상 주특기는 낚시걸이다. 이 낚시걸이로 전설적인 택견꾼인 배승배도 위기일발로 몰아갔던 전적이 있지만 일단 겉보기에는 다들 잘 모를테니 오늘 저 얌전한 고양이 낚시걸이에 희생자가 또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홍팀은 박병주 선수를 내보냈다. 훤칠한 키의 박병주 선수는 충주택견 스타일로 활개를 빙빙 돌리며 시원스런 상단발길질을 하며 본때를 보였다. 그리고 경기 시작. 아......이런이런. 역시나 박병주 선수는 덩치가 있는 신재동 선수와 거리를 두어 윗발길질을 하려 했지만 신재동 선수는 그런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고 그 중심다리를 노려 낚시걸이를 했고 박병주 선수는 벌렁 넘어져버렸다. 시간을 보니...7초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동글동글한 선수가 의외의 테크닉으로 상대를 걸어 넘어뜨려 버리자 관객들도 환호를 질렀다. 뒤이어 뿌리택견팀에서 김정수 선수가 나왔다.

충주쪽의 택견은 경기장이 넓기 때문에 윗발질이 많이 나오는 편이고 김정수 선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며 시원시원하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믹키재동은 그런 김정수 선수의 발질을 잡아채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의외로 그 상태에서 낚시걸이가 나오지 않아 불발에 그쳤고...그러던 중 다시 한번 신재동 선수의 낚시걸이가 작렬했다. 이제는 별명을 믹키 재동이 아니라 낚시재동으로 해야할 듯......

뿌리택견팀에서 키가 큰 이영록 선수가 나왔다. 분위기가 또 윗발질 위주의 선수인 듯 한데 또 낚시걸이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니...이거 원 오늘은 영 맞지가 않네-_- 9초만에 이영록 선수가 후려차기로 신재동 선수를 퇴치(???)해버렸다. 리치가 긴 것을 잘 활용한 후려차기였다.



미르에서는 이경훈 선수가 나왔다. 이경록 선수가 크게 잡아채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로 이영록 선수의 윗발질을 이경훈 선수가 잡아채려는 양상이 벌어졌다. 그런데 충주쪽에는 곧은발질의 기준이 좀 틀려서 그런가 중간에 이영록 선수의 정확한 곧은발질-_-; 이 작렬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영록 선수는 작년의 유영환 감독 못지 않은 화려한 윗발질로 들어찧기를 시전하며 승리를 가져갔고 뒤이어 나온 이환 선수에게도 발을 잡혔지만 되치기로 넘겨버리며 연승 행진을 했다. 다리만 긴 줄 알았더니 중심도 좋네...-ㅁ-

미르의 다음 선수는 송명근 선수...허허허 딱 봐도 힘이 좋아보이는 것이 발질을 잡아채서 넘기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예상대로(누구나 예상하는 것이겠지만-ㅅ-) 송명근 선수는 거리를 주지 않으며 잡아채서 몇 번이고 이영록 선수를 넘겨버렸지만 번번히 장외......예전에 이점술 선수가 장외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ㅁ- 충주 뿌리택견팀에서 “장외!! 장외!!” 하는 함성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실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은 보답받는 법인지 결국 송명근 선수는 이영록 선수의 왼쪽 다리를 잡아 외발쌍걸이를 성공시키며 팀에게 승리를 가져왔다.

뿌리팀에서는 여동연 선수를 내보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부진 체격이 어쩐지 저 선수는 발길질보다는 태질이 좋을 것 같다. 어디 좀 볼까...했더니 숨도 돌리기 전에 송명근 선수의 왼쪽 다리를 뽑아들더니 그대로 뒤로 집어던지며 승리를 장식!!! 화려한 뒤집기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 대단한데? 예전에 2004년에 배정석 선수의 뒤집기 이래로 이왕하, 백승기 선수들이 뒤집기의 달인들이었는데 여동연 선수도 그런 멋진 뒤집기를 보여주며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미르의 마지막 선수는 안성훈 선수. 으어...덩치가 무지 좋다......마치 오락실 게임인 파이널 파이트(스트리트 89라는 제목이었던가...)에 나오는 안드레-_- 같은걸? 억, 게다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덜미를 잡아 내팽개쳐버리는 바람에 경고까지 먹었다.-ㅁ-; 그렇지만 여동연 선수는 힘에서 좀 밀리는 경향을 극복하면서 파고들더니 이내 다시 이전의 멋진 뒤집기를 성공시키며 결국 뿌리택견팀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다시 한번 작렬한 뒤집기에 장내는 아우성치는 것이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뭘 내팽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지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는 말이 있다. 뿌리 택견팀의 지난 행적을 보면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는 것이 타 협회지만 택견배틀에 꾸준히 출전하며 노하우를 쌓아 뿌리를 내린 뿌리택견팀은 그 이름만큼이나 튼튼한 택견 실력을 보여주었다. 택견배틀에서 올킬이 나와도 즐겁지만 각자 특기가 다른 선수들이 서로간에 협력하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선수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약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묘미가 있다. 뿌리가 깊으면 물을 잘 빨아들이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가지가 나오는 법인데 발길질이 좋은, 또 태질이 좋은 선수들이 잘 포진해 있는 뿌리 택견팀은 올해도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듯 싶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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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제일 먼저 벌어졌어야 했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인하여 제일 나중에 하게 된 강산과 북새통의 경기. 양쪽 다 활발할 대학 동아리답게 응원단도 많아서 보기가 참 좋았다. 아 정말 비만 오지 않았다면......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면 또 가뭄 든다고 뭐라 할 간사한 나-_-; 하여튼 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 팀이 경기장에 마주 섰다. 의외로 용인대 팀은 작년 우승의 주역보다 신진 선수들이 보였다. 군대들 갔나...? 택견배틀 초창기에 큰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려 드디어 작년에는 성주와 아리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용인대. 그 기세를 쭉 이어나갈까 생각했는데 신진 선수들이 더 눈에 띄어 약간 불안해 보였다.

반면 강산은 전적이 꽤 되는 선수들이 쭉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휴가를 나온 전인기 선수도 눈에 띄었다. 전통이 있는 팀답게 과연 오늘 어떤 좋은 경기를 보여줄지......궁금해 하는 내 앞에서 심판 선생님이 뚜껑을 열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요리처럼 강산의 박호성 선수와 김종원 선수가 발을 마주쳤다. 김종원 선수는 다리에 묶은 행전이 돋보였는데 첫 출전 선수답지 않게 비가 오는데도 기세 좋게 발길질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왼발 후려차기를 성공시키며 1승의 기쁨을 누렸다. 풀컨택 가라데 식으로 쭉 울라간 호쾌한 발길질이었다.

강산의 두 번째 선수는 장현석 선수. 본때를 보니 역시 명문출신답게 기본적인 품놀기가 볼만했다. 하지만 비가 와 비닥이 XX 같아서...(나랏말싸니 듕국에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여린 백성들을 위하여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고귀한 뜻을 받들고저 아름다운 금수강산 같은 어휘를 사용하기 위한 국가 언어 심의 규정을 준수하야 삭제처리) 잘 될지......바닥에 익숙해진 것인지 품을 잘 놀아서 그런 것인지 의외로 두 선수는 별 미끄러짐 없이 경기를 진행해 나갔다. 품놀기가 다른 무술의 스텝과는 달리 꾹 눌러밟는 형태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까? 이전의 경기와는 좀 다른 양상을 보였고 선수들의 중심이 잘 잡혀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다음에 품밟기 논문 쓸 때 참고할까나......

김종원 선수는 이전 경기처럼 활발하게 공세를 퍼부었고 장현석 선수도 그에 지지 않고 맞불을 놓던 차, 김종원 선수의 발길질을 번개같이 잡아챈 장현석 선수는 그대로 외발쌍걸이를 성공시키면서 시원하게 1승을 올렸다. 김종원 선수가 들어가고 북새통은 권혁산 선수가 출전했다. 역시 올해 첫 출전. 경기가 시작되었고 이전에 승리한 장현석 선수가 대접으로 정강이를 툭 차주고 권혁산 선수는 악수를 하는데...악...아, 앙대......역시나 주심인 장태식 선생님이 경고를 주었다.

이게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기 어려운 상황인데 친절하게도 해설자인 회장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서양에서는 만나면 서로 악수를 하는 것이 인사이듯 택견판에서는 서로 정강이를 가볍게 툭 차주는 것이 바로 그런 인사이며 택견판의 에티켓인 것이다. 툭 차주고 다시 악수를 하는 것은 ‘역전 앞’ ‘모래사장’ 과 같은 중복 어휘이며 이를 허용하게 되면 택견판의 전통적인 에티켓 하나가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 경고 받은 권혁산 선수 너무 서운하게 생각말길 ;ㅅ;

어쨌든 경기는 계속 되었다. 권혁산 선수는 유도를 했다는데 엉덩걸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서 슬립다운을 겪기도 했으나 기세 좋게 장현석 선수를 계속 몰아붙이며 딴죽도 성공시켰으나 물렀거라가 먼저 선언되기도 했다. 시원한 딴죽 한번 볼 수 있을까 했는데...아, 장현석 선수가 다시 권혁산 선수의 발질을 잡아채며 외발쌍걸이를!!! 앞서가기 시작한 강산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이번에 등장한 선수는 김성준 선수. 몸이 날렵하게 생겼는데 특이하게 활개를 올린채로 손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꼭 무스를 바르는 행위 같았다. 뭐지 저건?+_+ 작년에 나왔던 충무로K 강영훈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 같은데? 두 선수가 서로 공방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김성준 선수가 기습적으로 몸을 들이밀며 덜미를 잡고 체중으로 밀어붙여버리자 장현석 선수는 아쉽게도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강산에서 거구가 나왔다. 박병준 선수. 100킬로라는 체중이 아주 힘이 좋을 것 같은 선수였다. 호리호리한 체구와는 달리 의외로 덜미를 잘 잡는 김성준 선수가 잘못 공격하다가는 역습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마침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경기장에서 맞붙은 두 선수는 덜미잽이로 서로를 잡아챘고 마치 소싸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또 그런 경기 답지 않게 매우 격렬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계속 덜미를 잡고 공격에 소홀했던 김성준 선수가 경고가 누적되어 3분 30여초만에 경고패를 당했다. 김성준 선수의 열린 도복 사이로 보이는 식스팩이 들어가자 여성팬들이 아쉽다는 한숨을 쉬었다.

용인대에 남은 두 선수는 작년 우승의 주역. 네 번째로는 안기중 선수가 나왔다. 안기중 선수는 유도가 전공이라던데 의외로 발질 공격이 매우 날카로웠다. 초장에 곁차기가 번개같이 올라갔지만 아쉽게도 스친발로 판정이......두 선수가 격렬하게 경기를 하던 가운데 안기중 선수가 그만 박병준 선수의 소중한 곳을-_-; 가격하고 말았다. 아흑......보호대를 차도 아픈 그곳......아픈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들은 낄낄대며 웃고 있었고 두들겨주는 선배들도 피식거리며 새나오는 웃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다른 무술 시합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

다시 경기가 시작이 되었는데 박병준 선수 오늘 일진이 좋지 않은지 이번에는 바지가 내려가는 사태가...-ㅅ-; 이거이거 ㅋㅋㅋ 안기중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칼잽이와 오금잽이로 박병준 선수를 눕혔지만 아쉽게도 장외. 그렇게 흘러가다 결국 경기는 5분을 다 채웠고 경고가 더 많았던 박병준 선수가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동점.

강산의 허스키라는 별명의 김재흠 선수가 본때뵈기를 보이며 등장했다. 역시 중심이 잘 잡힌 모습을 보여주던 김재흠 선수였고 5분 동안 체력을 많이 소모한 안기중 선수를 20여초만에 오금잽이로 메치며 강산이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런 상황에서 씨름장사 백승기 선수가 등장했다. 백승기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특유의 자세로 김재흠 선수를 구석으로 몰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봐온 백승기 선수의 전략은 십중팔구 차는 발을 잡거나 오금잽이로 뽑아든 뒤 뒤집기를 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타입은 초장에 승부를 내버리는 편이 편할텐데 과연 김재흠 선수가 어떻게 할지......아니면 낚시걸이로 승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김재흠 선수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듯했고 아랫발질을 날쌔게 차고 회수하고 경기장을 돌면서 영리하게 백승기 선수의 마수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던 중 백승기 선수가 김재흠 선수의 오금을 잡아챘고 한번의 실수도 없이 그대로 뒤로 들어 던져버리며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제 마지막 선수들끼리의 결전. 휴가를 나왔다는 전인기 선수와 백승기 선수가 경기를 하게 되었다. 백승기 선수는 얼굴만 맞지 않고 다리는 얼마든지 내주겠다는 전략인지 팔을 아래로 내리지 않았고 전인기 선수는 신중하게 아랫발질로 살짝 간을 보며 공략을 시작했다. 그러나 둘다 기다리는 스타일로 경기를 한 덕분에 소극적 경기로 경고를 하나씩 먹어버렸다. 뭐 백승기 선수에게 잡아 채이면 거의 끝장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그러던 차에......아나운서와 회장님이 전인기 선수의 전력을 소개하며 막강한 선수라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왠지 전인기 선수 불길하다.-_-;;; ......했더니 악......백승기 선수가 순간 몸을 낮추며 전인기 선수의 오금을 잡은 뒤 뽑아 올려 뒤로 뒤집어버리며 매트에 메쳐버렸고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아나걸과 회장님의 저주를 쌍으로 먹었으니...-ㅅ-;;

이렇게 강산과 북새통의 경기는 대거 신진선수를 기용한 북새통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비가 내리는 하늘과 신나서 펄쩍펄쩍 뛰는 용인대를 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용인대에게 승기가 있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작년에 승천해 여의주를 문 주역들 대신 올해는 북새통에 이무기들이 뭉쳤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힘겹게 결국 다시 승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와 용은 원래 친하니까. 신진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공격력을 보여주던 북새통의 선수들을 보니 비바람을 뚫고 승천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으로 변신한 모습 같았다. 과연 올해도 최종적인 여의주 쟁탈에 성공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그 활력과 패기를 보니 이번 택견배틀에서도 북새통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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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는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인 덕에 야외에서 경기를 하기로 했고 이것저것 준비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역시 택견배틀은 야외에서 관중들과 해야 제 맛. 하지만 하늘을 보니 잔뜩 찌푸린 것이 곗돈 탔다가 아내에게 모조리 압수당한 남편 같아서 언제 비가 다시 쏟아질 지 알수가 없었다. 어쨌든 선수들은 열심히 걸레질을 해서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준비팀의 분주한 발놀림 덕에 잠시 후에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풍악에 맞춘 입장과 선수소개가 없는 밋밋한 경기......망할 놈의 청개구리. 왜 엄마 말은 안 들어가지고 비는 오게 만드나...-_-

하여튼 다무의 첫 선수는 합기도를 수련하는 한길준. 한길준의 상대로 녹두장군은 민병진 선수를 내보냈다. 주특기는...애교와 교태......-_- 전북대 팀 못지 않게 아스트랄한 주특기로다. 설마 본때뵈기 대신 애교뵈기나 교태뵈기를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상상해보다가 소름이 돋았다. 난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곰이니까. 다행히 민병진 선수는 보통의 본때뵈기로 몸을 풀었고 나의 눈은 아름다운 세상을 계속 감상할 수 있었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경기장에 택견화를 신고 있다보니까 슬립이 잦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한길준은 이전에 택견배틀에 나온 경험을 살려서 타유파 선수답지 않게 로킥보다는 딴죽 위주로 민병진 선수와 경기를 풀어나갔고 결국 그 경험이 도움이 되며 덜미를 잡고 딴죽을 걸어 민병진 선수가 손을 땅에 대게 만들었다. 소박하지만 정석을 살린 승부였다.

녹두장군의 두 번째 선수는 정기명 선수. 주특기는 수줍음이다. ......주특기에 대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하여튼 체격이 좋은 정기명 선수는 즐겁게 웃으며 몸을 풀었고 다시 경기장에 섰다. 힘이 좋은 선수답게 오금을 잡고 뽑아 올렸지만 한길준이 공중에서 몸을 흔들자 미끄러운 바닥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치기를 당했지만 아쉽게도 장외. 다무팀에서 안타까운 소리가 나왔다. 아무래도 바닥이 너무...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양 감독님 합의 하에 택견화를 벗고 경기를 진행하기로 해 양 선수가 택견화를 벗고 맨발로 경기장에 다시 마주섰다. 아~그러나 중심이 좀 잡히자 체격이 좋은 정기명 선수가 아까의 아쉬움을 달래듯 오금잽이로 한길준을 뽑아들며 바닥에 던져버렸다. 에구.

다무 다음 누구지? 하며 보는데 김광수가 몸을 푼다. 헐, 벌써 내보내? 대도숙 도복을 입은 김광수가 나와서 로킥으로 몸을 간단하게 풀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발이기에 더 부담이 없는 듯 시작하자마자 김광수 선수는 로킥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안다리, 바깥다리로 번갈아 로킥을 갈기고 로킥 더블로 같은 곳을 공략하기도 하며 안다리를 내줬다가 그걸 노리고 차는 정기명 선수의 발길질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준 안다리를 뒤로 빼 스위치를 하며 다시 앞다리로 공격이 빗나간 정기명 선수의 허벅지를 인정사정 없이 걷어찼다. 딴죽, 정강차기, 촛대걸이 등 다양한 형태의 발길질을 추구하는 택견과 달리 오로지 로킥 하나를 죽자고 연습하는 풀컨택 가라데 계통의 로킥은 보기만 해도 아파보였다. 발등보호대가 없어서 차는 선수들도 아파보인다고 했지만 문제는 김광수는 정강이로 걷어차버리니 발등보호대의 의미가......-_-;

정기명 선수도 택견에 다양하게 있는 발등걸이나 여러 발질들로 그걸 견제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움직임보다 엎어차기 위주로 공격을 해 나가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로킥이 전문인 상대에게 같은 공격을 한다는 것은 상대의 흐름에 말려들어가는 것일텐데......그렇게 공방이 오가던 중 결국 정기명 선수가 경고를 받았고 시간이 모두 흘러 승리는 김광수에게 돌아갔다. 데뷔전도 경고승이었는데 또 경고승이네. 훗, 뭐 이긴건 이긴거지.

녹두장군에서 다음으로 이만재 선수를 내보냈다. 황현희를 매우 닮은 이만재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상대의 로킥을 번개같이 오금잽이로 잡아채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미리 그 대비훈련을 했던 김광수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미는 손을 걷어내버렸고 미는 힘이 배제된 오금잽이는 힘을 잃고 결국 상대를 뒤로 날려버리지 못했다. 칼잽이와 오금잽이를 함께 쓰는 기술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상대가 시전자보다 체격조건이 좋을 때는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배제되면 되려 자신이 눌려버릴 수가 있는 위험도가 있는 기술이다.

김광수는 사바키 스텝을 쓰려고 발동을 걸......다가 미끄러져버렸다-_-; 그리고 미끄러지다가 상대의 옷을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경고......이어서 상대 덜미를 잡다가 덜미 깃을 잡아버려 경고 누적으로 경고패......경고로 흥한 자 경고로 망하는 것인가-_-;; 대도숙 공도에서는 상대의 도복을 잡고 메치거나 넘기는 기술이 많은데 그 습관이 배인 탓인 것 같다.

다무의 중견은 이재우 선수. 대도숙에 입문해서 수련하고 있는 흰띠. 그래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흰띠면 대도숙에서 아직 유술계통을 수련하지 않는 단계로 타격기만 연습할테고 그렇다면 쓸 무기는 로킥과 하이킥밖에 없는데 어설픈 로킥은 오금잽이의 밥이 될 수가 있으니......라고 생각했더니 초반부터 강한 로킥으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발놀림과 스피드가 빨랐고 이에 호응하듯 이만재 선수의 품놀림도 분주해졌다. 비가 오는 매트에 적응력이 쌓인 듯 이만재 선수는 시원하게 들어찧기, 곁차기도 올렸고 이재우 선수가 반응을 잘 하지 못했지만 타점 자체가 좀 빗나가서 이재우 선수는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이만재 선수는 이재우 선수의 로킥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오금을 잡아채서 그대로 넘겨버렸다. 녹두장군에서 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다음 선수는 누가 나오려나 하고 돌아보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안에는 폭탄이 든)처럼 앉아있던 파란 도복의 이전국 사범이 나섰다. 악......드디어 출전하는구나. 로킥만은 극진공수도의 김경훈 사범이 자신보다 세다고 했던, 그리고 최무배 관장을 스파링에서 로킥 두 방으로 다운시켰던 굇수.-ㅅ-; 부처의 얼굴을 했지만 악마의 로킥을 가진 이전국 사범이 다시 택견배틀 장에 섰다. 2009년에 출전했다가 택견배틀이 너무 재미있다면서 또 나가보고 싶다고 했으나 다무팀이 2010년에는 어른의 사정으로 출전을 하지 못했고 2011년에 다시 복귀. 그래도 비가 와서 중심을 잡기가 어렵기에 로킥의 데미지는 좀 줄어들지도?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외로 이전국 사범은 슬금슬금 압박하다가 덜미를 잡고 돌리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강력한 로킥으로 이만재 선수의 다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쩍쩍 소리가 나면서 로킥이 미사일처럼 이만재 선수를 파고들자 이만재 선수도 물러서지 않고 그 다리를 잡아채서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월등히 덩치가 큰 이전국 사범이 체중을 가하자 결국 넘기지 못하고 몇 번의 찬스가 날아가 버렸다. 송덕기 옹의 기술 시범을 보면 오금잽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며 외발쌍걸이도 그런 쪽이다. 지금은 칼잽이 오금잽이가 주류기술이 되었지만 이렇게 덩치 차이가 난다면 발목을 잡아채서 외발쌍걸이를 하거나 회목을 잡아채고 낚시걸이나 딴죽을 건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전국 사범은 몇 번 간을 보더니 이내 쓸어차기로 이만재 선수를 바닥에 넘어뜨리며 첫 승을 장식했다.

다음으로 방종득 선수가 나왔다. 택견배틀은 순서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때 상황따라 다른 선수들이 나갈 수 있어서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방종득 선수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 그 전술의 묘가 느껴졌다. 아마도 로킥 타이밍을 노려서 상단을 차거나 하단에 대한 맞불을 놓으려는 것일까? 예상대로 방종득 선수는 비가 와서 바닥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긴 다리를 이용해 촛대, 엎어차기, 딴죽 등의 다양한 발길질로 이전국 사범을 공격했고 안다리로 정확하게 엎어차기가 들어가자 이전국 사범이 좋은데? 라고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롱다리를 이용한 곁차기까지 시원하게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자 관중들이 호응을 보내기 시작했다. 오오...재미있다+_+ 그 동안 수련을 많이 했나봅니다- 하는 아나걸의 멘트가 있자마자 녹두장군 쪽에서 일제히 “안했습니다~” 라는 함성이 나온다. ......방종득 선수.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일본 속담을 명심해야할 듯 -ㅂ-

하지만 문제는 평소에 로킥으로 서로 차주면서 단련한 이전국 사범의 다리에는 그런 엎어차기 계통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차라리 딴죽으로 차거나 걸어버리는 방법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슬슬 감을 잡은 이전국 사범의 로킥이 점점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중심이 흔들릴까봐 슬슬 차기는 했지만 그래도 타격이 점점 쌓이는지 방종득 선수가 로킥을 허용하는 횟수가 늘어가는 것이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강력한 타격의 로킥을 왼쪽 허벅지에 맞고 미끄러졌고 이전국 사범은 2승을 거두며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선수는 권세준 선수. 몸이 이만재 선수처럼 날렵해보였지만 이전국 사범이 로킥으로 압박하기 시작하자 별 대응을 하지 못하고 초반부터 여러 차례 타격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다리에 타격이 벌써 축적되어버린 것이 얼굴에도 나타났다.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권세준 선수의 발을 잡아 이전국 사범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한번 들어가며 쓸어차기만 하면 되는 상황!!! 인데......그걸 그냥 놔줘버렸다.-_-

그걸 왜 놔주냐며 허탈하게 다무팀에서 안타까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기회를 잡은 권세준 선수가 촛대를 차고 곁차기를 올리며 다시 활기를 찾는 듯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차도 끄떡없는 철옹성에 기운이 빠진 것인지 상단차기가 올라오지 않아 방심한 것인지 기습적인 왼발 상단 돌려차기에 그만 권세준 선수는 얼굴을 맞아버리고 말았다.

아......정말 공도에서 운동하면서 그 로킥 맞아봐서 오늘 이전국 사범, 김광수 선수에게 로킥을 맞은 선수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집에 가면 더 아플텐데-_-; 경기를 보다보니 역시 택견이 아무리 경기 위주로 발달한 무술이라고 해도 역시 기본기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택견의 기본기는 품밟기이고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에 특화되어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택견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하체 공격에 대해서도 촉을 발달시켜 그것을 견제하고 날카로운 윗 발질로 승부를 냈어야 했을 텐데 오히려 상대의 전술에 말려들어가 버린 것이 녹두장군의 패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강력한 로킥을 구사한다 해서 그것에 말려들어 택견 본래의 다양한 아랫발질, 특히 딴죽을 거의 쓰지 않은 모습이 아쉬운 경기였다. 그런 것에 더 충실했다면 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뭐 비온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이런 상대가 나타났으니 이제 그동안 오금잽이 위주로만 흘러가던 택견판에 기본이 되는 품밟기와 품놀기에 더 고찰을 하고 수련을 하는 분위기가 탄생된다면 그것도 긍정적인 반응이 될 듯 하니 오늘의 패배가 녹두장군에게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어쨌든 아무리 차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전국 사범을 보면 그 압도적인 체격과 실력 등으로 볼 때 역시 부동명왕이라는 칭호가 적절할 듯 하다. 그래도 얼굴은 환하게 둥글둥글하고 사람 좋은 이전국 사범이 싱글거리며 다무팀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헹가레를 쳐주지 않냐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방금 경기에서의 그 모습답지 않은 순진한 모습이었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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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해보이는 인상으로 사람 다리 조지는데 일가견이 있는 이전국 사범.

그는 현재 목동에서 대도숙 공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도숙 목동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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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려 결국 첫 번째 경기인 강동 전수관과 전북대 택견지킴이의 경기는 실내 전수관에서 하게 되었다. 택견배틀 최대의 적은 다름 아닌 날씨. 그래도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며 야외 준비도 되어 있는 상황이었지만 평소 같으면 벌써 시끌벅적한 난장이 벌어졌을 경기장에 비만 내리는 것을 보니 어쩐지 을씨년스러웠다.

전수관 안이 선수들과 응원단으로 꽉 찼다. 이럴때는 전수관 벽이 열리면서 전수관안쪽에 본부석이 차려지고 그 바깥에 경기장이 마련되면 어떨까, 돔구장처럼 비가 오면 징~하면서 돔을 만들면 어떨까 별의별 생각을 다해보지만 빌게이츠급의 스폰서라도 구하지 않는 이상 한바탕 좋은 꿈일뿐......하여튼 망상은 해수욕장 이름이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강동의 전필홍 선수가 나와서 예도통천의 풍악에 맞춰 몸을 풀었고 전북대는 권규형 선수가 나왔다. 양쪽의 프로필을 보니 전필홍 선수는 손목잽이가 특기라고 되어있고 권규형 선수는......카이로 프락틱? 이, 이걸 어떻게 택견에서 써먹는 거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시작하자마자 바로 올라간 곁차기에 그만 권규형 선수가 얼굴을 맞고 말았다. 어라......-ㅁ-;

예상 못한 초살에 신난건 풍물패 예도통천. 신나게 풍악을 울려대자 그제서야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난 관객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다음 선수는 손정관 선수가 나왔다. 프로필을 제대로 알지 못해 책자를 다시 뒤적였더니......특기가 건강달리기??? -_-; 이, 이걸 대체 택견배틀에서 어떻게 써먹......다시 경기는 시작되었고 정석적으로 손정관 선수가 아랫발질로 공격을 했지만 이번에도 7초만에 전필홍 선수가 오금잽이로 손정관 선수를 바닥에 눕혀버리며 2연승에 성공했다. 슬슬 분위기가 고조되는 듯......전필홍 선수가 승리의 본때를 보이는 동안 전북대의 프로필을 봤다.

......뭐냐 이거... 주장인 김대현 선수는 주특기가 몸개그, 조국 선수는 주특기가 잠자기- -; 고종구 선수는 밥짓기, 이한선 선수는 숨쉬기, 임창현 선수는......주특기가 도핑이라고??? ......뭐야 이거...무서워......

공포에 휩싸인 내 기분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정하게도 시간은 흘렀고 전필홍 선수의 본때뵈기가 끝나고 다음은 도핑이 주특기인-_-; 임창현 선수가 등장했다. 아빠곰이라는 별명답게 큰 덩치를 앞세워 아래까기로 전필홍 선수에게 공세로 나섰고 전필홍 선수도 그에 맞불을 놓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아서 경기 양상이 매우 재미있었다. 보통 한쪽이 밀거나 하면 밀리며 장외로 나가게 되기도 하고 또 덩치가 큰 선수가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밸런스가 잘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필홍 선수가 꾸준히 올린 곁차기 하나가 임창현 선수의 활개를 뚫고 적중해버렸다.

이번에는 아까부터 열심히 전북대 선수들의 이름을 알려주던 김대현 선수가 출전했다. 안경을 벗고 경기장에 들어섰고 시작하자마자 전필홍 선수의 아랫발질을 잡아채며 그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낚시걸이를!! 조, 좋은 기세다...!!! 근데, 으억......이럴수가. 공중에 몸이 들렸던 전필홍 선수가 순간 몸을 비틀어버리자 낚시걸이를 넣느라 외발이었던 김대현 선수가 되려 되치기를 당해 바닥에 누워버렸다. 뜻밖의 반격과 승리에 엄청난 환호가 울렸다. 보통 오금잽이를 하게 되면 그대로 잡아서 넘기는 양상이 전개된다. 김대현 선수의 오금잽이로 들어올린 후 낚시걸이는 정석적인 공격이었지만 한발로 중심을 잡는 상황에서 몸무게가 더 나가는 전필홍 선수가 위에서 몸을 틀어버리는 바람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하지만 굉장히 좋은 공격이었는데 몹시 아쉽다는 생각이......

이래저래 마지막 선수로 전북대에서는 물개라는 별명의 조국 선수가 출전했다. 전필홍 선수도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것이 지쳐보였고 조국 선수의 실력도 알 수가 없기에 기대를......하는 순간 전필홍 선수의 곁차기가 다시 작렬했고 승부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경기 시간을 재보니 총 3분이 지나기 전이었다. 택견배틀 역사상 가장 짧은 경기 시간을 기록한 셈이다. 이전의 최단 시간 경기는 2006년 열린 고려대와 다무의 경기였는데 5년만에 그 기록이 갱신되었고 앞으로 이것보다 짧은 경기는 나오기가 어려울 듯 하다. 그야말로 찰나(刹那)의 승부.

찰나(刹那)는 산스크리트의 '크샤나', 즉 순간(瞬間)의 음역인데,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권136에 따르면, 120의 찰나를 1달 찰나(一怛刹那:tat-ksana, 순간의 시간, 약 1.6초), 60달 찰나를 1납박(一臘縛:lava, 頃刻의 뜻, 약 96초), 30납박을 1모호율다(一牟呼栗多:muhūrta, 약 48분), 30모호율다를 1주야(一晝夜:24시간)로 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면 1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설도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간다고 가르치는데, 이것을 찰나생멸(刹那生滅)·찰나무상(刹那無常)이라고 한다.

......라고 네이버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_-; 작년에 1전 1패를 기록했던 전필홍 선수가 올해는 첫 경기에서 판쓸이를 하며 강동에게 1승을 안기다니 그 동안 요단강을 오락가락하며 절치부심 수련을 한 것일까? 마치 삼국지에서 관우가 차가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오겠다고 하고 나선 기세가 느껴졌다. 실제로 3분이면 차가 식을 시간은 아니지......찰나(刹那)의 승부.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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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택견협회가 주관하는 택견배틀의 경기들을 보다보면 흔히

"재미는 있는데 왜 선수들이 품밟기를 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이 나온다. 규칙으로 정해 강제로 항상 앞발을 주고 굼실을 해야 한다는 상황을 정해놓은 대한택견의 모습에 익숙한 일반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대한택견은 전신을 는질러찬다는 명목아래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세게 다리를 찰 수 있는 결련택견협회의 경기들보다는 굼실한다는 느낌이 더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랫발질을 세게 까지 않는 특성상 나오는 움직임인데 문제는 송덕기 옹에게 오래 배웠던 제자들이 한결같이 다리를 세게 걷어차는 것으로 배웠다는 점에서 하체공격을 는질러찬다는 것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현재 택견계의 헤게모니를 크게 쥐고 있는 쪽은 대한 택견이다. 이크에크(사실 이건 신한승 선생의 작품), 허리를 크게 흔드는 움직임(능청이라 함), 역품,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밀어차기(는질러차기)라는 이론들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고(일반인 기준에서) 그렇게 택견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박혀 있다.

품밟기를 왜 하지 않는가? 라고 하는 질문은 원래 모습이 아니라 현대화된 대한택견의 모습에 익숙해져있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송덕기 옹은 품밟기가 어느 정도 기본을 뗀다 싶으면

'어디 품 놀아봐라.'

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품밟기를 해라.' 가 아니라 '품 한번 놀아봐라.' 라는 말은 뉘앙스 차이가 크다. 흔히 택견배틀에서 품밟기를 안한다는 표현과 질문이 나오는 것은 기본적인 품밟기. 굼실 하며 무릎을 굴신하는 그 움직임이 크지 않고 항상 한 발을 앞으로 내주는 삼각형의 움직임을 잘 만들지 않는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나온 최적의 움직임이다. 하체를 세게 찰 수 있고 손으로는 얼굴이나 몸통을 가격하지 못하는 상황, 발질이 자유로운 상황이고 아랫발길질이 주무기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것에 맞는 최적의 발놀림이 나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품밟기라는 발놀림이다. 왕십리 지역에서 까기 놀이를 배웠던 김명근 선생의 경우는 처음에는 태질을, 그 다음에는 아랫발질과 윗발질을 배웠으며 이것을 다 배우며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덧 품밟기와 같은 동작이 나온다고 증언했다. 역시 이것도 필요에 의해서 나오는 발놀림과 몸놀림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모든 무술이나 스포츠는 대련이나 경기규칙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서 최적의 움직임이 발생하게 된다.

복싱에서 난타전이 벌어질 때 어떤 선수들은 위빙을 하거나 헤드슬립등으로 펀치를 회피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 선수 위빙이 좋네."

"헤드슬립 좋은데."

하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택견도 '다리로 상대방을 차거나 걸어서 넘어뜨리며 발길질을 잡을 수 있다.' 라는 대전제 아래 상대의 아랫발질을 피하는 움직임, 잡아채는 움직임에 대항해서 옆으로 빼거나 아래로 다리를 꾹 하고 눌러 상대가 다리를 뽑아들지 못하게 하는 것, 이런 움직임들 모두가 품밟기라는 발놀림에 속하며 이런 것을 잘 하면

"저 친구 품을 잘 노는데?"

하고 표현하게 된다. 품밟기는 명사이고 택견의 표현에서는

"품이 날래다" "품이 둔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주로 표현한다. 언어에는 구성적 권력이 있기 때문에 '품밟기' 라고 표현을 하면 우리에게 인식된 언어 구조상 '밟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보면 결국 접어밟기로 다리공격을 피하는 모습이 주로 나오는 결련택견협회의 경기 모습에서는 '품밟기를 안한다.' 는 질서가 구성되어버린다. 사실은 이미 택견꾼들이 품을 '놀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는 품밟기라는 모습에 있어서 매우 지엽적인 모습만 보는 것이고 틀린 표현이다. 품은 상대의 다리 공격을 원활하게 피하고 반격, 공격하는 모든 발놀림을 의미하는, 품을 노는 것이지 그저 꾹꾹 밟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품밟기를 하며 품을 노는 움직임은 아랫발질의 공방을 위한 최적의 발놀림이지 결코 정형화된 모습으로 강제규칙을 부여해서 모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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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간의 경기, 그리고 이번에 지게 되면 최단시간 예선탈락팀이 되어버리는 위기를 맞게 된 고려대학교의 처지로 관심을 모았던 안암비각패와 고려대학교 한울의 경기가 열렸다. 고려대학교는 택견의 강호로 호랑이라는 학교 상징답게 강력한 택견꾼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고 그 열정에 OB들이 모여 안암비각패라는 택견패를 결성할 정도로 택견에 대한 사랑도 대단한 곳이 고려대학교였다. 그렇지만 선후배간이라도 승자와 패자는 나오는 법.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나 동방예의지국으로나 안암비각패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택견의 경기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고 아나걸의 저주라는 변수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역시 택견이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기로 결정했다.

안암의 첫 선수는 용인대를 졸업한 양관호 선수. 풍운아라는 별명답게 용인대, 연극배우, 노원구 선수, 왜놈-_-;; 같은 역을 하다 이번에 안착한 곳은 안암비각패. 그가 있기에 예능배틀이라는 신조어가 다 생길 지경이었다. 양관호 선수는 큰 키와 긴 다리에서 나오는 본때뵈기를 보이고 경기장에 섯다!! 하고 외친후 고려대의 어떤 선수를 지목하며 “니가 나와! 난 니가 좋아!”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등장한 선수는 허허실실 송조현 선수-_-; 택견배틀 2011 최단시간 승리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송조현 선수의 어눌해보이는 등장에 사람들은 왠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미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던 나로서는 쉽게 웃기가 어려웠......지는 않고 다만 이번에도 혹시 이변이 일어나는 건가? 하는 기대를 가졌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양관호 선수는 한수 가르쳐 주듯이 송조현 선수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호통도 적절히 쳐가며 전지훈련에서 선배가 후배 교육시키듯이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직속 선배도 아니면서 가르치는 양관호 선수가 얄미웠는지 문득 송조현 선수가 거세게 공격했고 양관호 선수는 그래 해봐!! 하듯이 그 공격을 맞아주기로 했나보다. 오오 소년 스포츠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전개!!! .........그리고 송조현 선수는 거세게 손따귀로 양관호 선수의 허벅지를 찰싹 후려쳤다.......

............뜻밖의 공격에 양관호 선수의 이마가 구겨졌고 그 구겨진 것만큼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선배가 후배의 실력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경기를 진행하다가 망가져서 그런지 양관호 선수는 거칠게 송조현 선수를 밀어붙였고 이내 후려차기로 금방 결판이 났다.

이어 고려대학교에서는 덩치가 좋은 박재우 선수가 등장했다. 양관호 선수는 여전히 예능감을 잃지 않고 박재우 선수를 상대하다가 박재우 선수의 거친 힘과 파이팅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진지하게 품을 밟으며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본색은 못 속인다고 양관호 선수는 이내 후려차기를 차다가 스스로 넘어지면서 다시 예능감을 발휘했고 다시 택견배틀은 예능배틀로 돌아갔다. 예능이 지나친 탓일까? 그런 틈을 파고든 박재우 선수는 양관호 선수가 공격하는 발길질을 잡아 특유의 힘으로 외발쌍걸이를 걸어 양관호 선수를 바닥에 눕혀버렸다.

뒤이어 호떡이라는 별명의 윤홍덕 선수가 등장. 아니 이 양반도 분명 용인대인데......올해는 팀마다 스카웃 대전쟁이라도 벌인 건가. 하여튼 전설의 빨간바지 류병관 선생의 제자로 출중한 택견 실력을 자랑하는 윤홍덕 선수가 등장했고 덩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윤홍덕 선수가 박재우 선수의 힘을 이용한 되치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예상이 맞았다. 택견배틀 토토는 없나? 역시나 상대적으로 작은 윤홍덕 선수에게 태질을 걸던 박재우 선수는 윤홍덕 선수가 순간 중심을 비틀며 힘을 흘려버린 탓에 역으로 되치기에 걸려 바닥에 누워버렸다. 다음으로 등장한 성준혁 선수에게도 윤홍덕 선수는 뒤엉킨 상황에서 센스있게 오금걸이로 걸어버리며 바닥에 상대를 눕히며 2연승을 달렸다.

더 이상 연승을 하게 둘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려대학교에서는 강태경 선수가 등장했다.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에 맞게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내하는 강태경 선수의 스타일 상 오히려 윤홍덕 선수가 역공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뭔가 날인지 예상대로 그렇게 끝나버렸다. 다시 뒤엉킨 상황에서 강태경 선수가 윤홍덕 선수를 순간적으로 낚시걸이로 걸어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윤홍덕 선수는 이전에도 김성복 선수에게 낚시걸이로 시원하게 넘어간 적이 있는데 이거 징크스가 되지 않기를. 승자인 강태경 선수는 뒤이어 등장한 박상혁 선수도 호쾌하게 칼잽이 오금잽이로 잡아버리며 시원하게 2연승을 하며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안암비각패에서 김지훈 선수를 내보냈다. 힘이 장사인데다가 무영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른발 후려차기가 능한 김지훈 선수와 그 후계자라고 불리는 강태경 선수의 경기인만큼 눈을 떼지 못할 듯 했고 선후배간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비슷한 스타일의 두 선수의 경기는 아직은 더 노련한 김지훈 선수의 오금걸이로 끝났다. 강태경 선수의 발길질을 잡아챈 김지훈 선수는 강태경 선수가 오금잽이에 넘어지지 않자 센스있게 금세 오금걸이로 기술을 바꾸며 강태경 선수를 눕혀버렸다.

이제 고려대의 마지막 선수는 송승엽 선수. 특별히 본때뵈기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얌전하게 등장한 그 모습에 아무래도 김지훈 선수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오늘 잘 맞던 감이 여기서 틀려버렸다. 역시 잘나갈 때 예상을 그만 뒀어야 하나-_-; 송승엽 선수는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거칠게 공격을 시작했고 그 발길질이 매우 날카로운 것이 김지훈 선수 못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에서 잘 쓰이지 않는 옆발따귀 공격까지 하며 예상 밖으로 김지훈 선수를 몰아붙이더니 결국 김지훈 선수를 오른발 후려차기로 잡아버리는 쾌거를 거둬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사이 안암비각패도 마지막 선수인 권오희 선수를 내보냈다. 마지막 경기. 송승엽 선수는 이전처럼 거칠게 몰아붙였고 권오희 선수는 노련하게 그런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송승엽 선수의 빠른 발길질을 잡아채려고 시도했다. 마침내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그 발길질을 잡아채나 했는데......아!! 그 전에 이미 송승엽 선수의 후려차기가 권오희 선수의 얼굴에 적중한 후였다. 권오희 선수의 힘에 밀리면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뻗은 후려차기가 정확하게 권오희 선수의 안면에 직격했던 것이다.

예상은 안암비각패가 유리했지만 막상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고려대학교가 오늘 지면 너무 일찍 탈락이 확정되니 고려대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가 하늘에도 들린 것인지 행운의 여신은 고려대학교의 편에 가서 섰다. 선후배와의 경기, 양관호 선수가 주도한 예능배틀은 그렇게 결말이 났다.

동아줄을 잡고 기사회생(起死回生)한 호랑이 한울. 동화에서 보면 썩은 동아줄을 잡고 매우 불쌍한 모습으로 곤두박질쳤는데 역시 동화와 현실은 많이 틀린가보다. 아니면 오래 전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 해님과 달님이 된 오누이가 그래도 미운정이 든 호랑이에게 좋은 동아줄을 내려준 것일까? 어쨌든 2주 연속된 경기에서 처음은 일격을 맞았지만 전의를 가다듬어 승리를 한 고려대학교의 앞으로의 경기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by 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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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상북도 성주는 참외로 유명하다. 하지만 택견배틀 판에서는 또 하나, 무적의 경북 성주 전수관으로 성주는 잘 알려져 있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는 가지 않고 아직 인터넷으로 동영상 하나 올리기가 어렵던 2004년 무렵 느닷없이 등장한 이 팀은 그간 택견배틀에서 독보적인 택견꾼들이 우글거리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 동아리와는 달리 공백기가 없고 오랜 세월 전력이 쌓여져 가는 이점이 최대한 발휘된 성주전수관 팀은 도창주와 배승배라는 터미네이터 2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스카이넷에 버금가는 전략가인 강호동 감독이 차례차례 다른 팀들을 말살해가고 있었으며 이에 대(對)성주전수관 팀을 구성하자는 다른 팀의 견제가 있을 정도로 이 성주 전수관은 막강했다.

2010년도는 그런 판에 성주전수관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성주전수관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올해 겨울 성주 전수관 팀이 무언가 일을 벌이며 준비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고 어떤 이는 전설의 도창주, 배승배 선수가 다시 참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대, 또는 걱정의 또아리가 칭칭 감겼던 것이 마침내 풀리는 날이 왔다. 그 날은 바로 2011년 5월 14일.

상대 팀은 수원전수관이었다. 스카이넷에 맞서 싸우는 인간 지도자 존 코너라고 비교를 해야되나? 어쨌든 김재광 감독 역시 강호동 감독에 못지않은 전략가라고 소문이 나 있었고 수원전수관도 역시 전수관으로써 선수들의 공백이 없이 꾸준히 실력이 쌓여가는 명문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고 특히 뉴 짐승이라고 불리는 이창용의 활약이 두드러지기에 사실 승부의 예측은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선수들이 입장했고 먼저 청팀인 성주전수관이 입장했다. 성주 전수관은 예의 참외를 가지고 입장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달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성주는 자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참외를 인심 좋게 나눠주었다. 참외를 받으며 문득 사람들이 강팀임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꾸준히 성주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참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K-1의 절대 강자 세미슐츠도 참외는 아니더라도 경기장에 들어오며 초밥이라도 좀 뿌렸으면 더 많은 이들이 응원하지 않았을까?

다음은 수원전수관이 입장했다. 작년과는 다른 파란색의 유니폼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고의 적삼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위에 철릭을 덧대 입는 방식의 다른 택견 협회보다 이런 다양한 모습의 유니폼을 보는 것도 택견배틀의 또 다른 재미다.

뒤이어 강호동 감독의 딸인 보라와 미르가 배정석 선수를 상대로 재미있는 공연을 보였다. 아이답지 않은 그 강렬한 위력의 발길질은 보는 이가 다 탄성을 질렀고 배정석 선수의 능글맞은 연기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언젠가 택견배틀 게시판에 달린 댓글처럼 보라와 미르의 연애자에게 최대의 강적은 성주 전수관의 터미네이터들이 아니라 보라와 미르의 발길질이라는 말도......

그런 잔재미들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어 성주전수관에서 오른쪽 어깨에 문신을 한 문신남 이태희 선수가 등장했다. 이에 맞서 수원은 무술소년(늙은...) 김동욱 선수가 등장. 둘은 서로를 견제하며 아래까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태희 선수가 좀 더 공격적으로 힘을 실었고 그런 공격적인 기세에 살짝 김동욱 선수가 당황한 틈으로 이태희 선수의 곁차기가 작렬했고 힘이 실린 그 곁차기로 첫 번째 승부는 끝났다.

성주의 승리에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뒤이어 수원전수관에서는 해결사 박경식 선수가 본때를 뵈며 등장했다. 그리고......시작하고 10초도 안되는 무렵 박경식 선수가 번개같은 곁차기로 김동욱 선수의 빚을 갚아버렸다. 송조현 선수의 3초승보다는 시간상 못하지만 체감으로는 거의 같은 초살에 사람들은 느닷없는 환호를 질렀고 아나걸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승부가 나니 다들 눈 감지 말고 지켜보셔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으로 강호동 감독이 내보낸 선수는 리틀 배승배라고 불리는 괴물 손병준 선수. 특기가 시비걸기-_-;;; 인 그는 본때뵈기는 쑥쓰러운 듯 보이지 않았지만 심판의 시작 신호가 나자마자 강렬한 엎어차기로 상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동방예의지국 백성답지 않은 뜻밖의 시비에 박경식 선수는 미처 대처를 하지 못하고 몇 차례 엎어차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도창주 선수와 배승배 선수를 터미네이터 1, 2에 비교를 했다면 손병준 선수는 터미네이터 3쯤 되는 것 같았다. 도창주, 배승배 선수가 태질과 잡아 거는 기술에 능했던 반면에 손병준 선수의 엎어차기는 보는이가 다 아플 정도로 펑펑 소리를 내며 박경식 선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렇게 신경이 쏠린 틈에 올라간 후려차기에 결국 박경식 선수는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참 난감한 강호동 감독의 패에 김재광 감독은 뉴짐승 이창용을 내보냈다. 괴물과 뉴짐승이 으르렁대며 배틀장에 들어섰고 이어 격돌하기 시작했다. 첫 포문은 괴물의 엎어차기. 뉴짐승은 순간 휘청했고 그 틈에 괴물은 또다시 엎어차기를 박아넣었고 뉴짐승은 그걸 잡아챘지만 이미 힘이 실린 엎어차기가 작렬한 후라서 힘이 빠진 탓에 그걸 그대로 넘어뜨리지 못하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선수필승(先手必勝)......이창용 선수는 이어 몸을 날리며 그대로 몸통 돌려차기를 해보았지만 감각이 좋은 괴물은 그걸 간발의 차이로 두 번 모두 회피해버렸고 결정적으로 이창용 선수의 오금잽이가 들어갔지만 위에서 누르는 통에 결국 메쳐버리지는 못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 다리를 많이 맞아서 힘이 풀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뉴짐승은 포기하지 않고 어금니를 드러내고 있었고 이에 괴물 손병준 선수도 딱히 결정타를 꽂아 넣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기가 끝났고 둘 다 경고가 없이 무승부로 결정이 나 괴물과 뉴짐승은 씩씩대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택견의 기본인 아래까기를 강렬하게 구사하는 손병준 선수가 이제 다른 기술에 대한 대응책과 연습을 해 나온다면 어떻게 될지......배승배 선수의 뒤를 잇는 전설적인 택견꾼(의 탈을 뒤집어쓴 터미네이터)이 탄생할 것인가? 하는 기대가 들었다.

다시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경기가 재개되었고 다음 선수는 손과 발이 큰(도둑이라는 말이잖아......)황인동 선수였다. 작년 마지막 경기에서 고려대학교를 상대로 판쓸이로 다섯을 모조리 잡아버렸던 황인동 선수가 등장하자 수원에서는 정형진 선수가 나왔다. 키가 큰 황인동 선수는 슬금슬금 거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정형진 선수는 아래까기로 그런 황인동 선수를 견제했다. 정석적인 플레이였지만 손이 워낙 큰 황인동 선수의 오금잽이에 잡혀 그대로 넘어가버리는 불운을 당해버렸다. 시원한 오금잽이에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뒤이어 살인미소를 지닌 이진욱 선수가 황인동 선수를 잡기 위해서 뛰쳐나왔고 둘이 경기장을 돌며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황인동 선수의 특기가 태기질이라는 것을 아는지 이진욱 선수는 아래까기를 하면서도 쉬이 잡히지 않게 타이밍과 거리를 조절하며 다른 종류의 아랫발질을 구사했고 뒤이어 갑자기 달려들어 덜미를 잡고 흔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대처를 했다. 황인동 선수도 이에 기습적으로 곁차기를 올리는 등 서로간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작렬했으나 그 수싸움에서 슬그머니 이진욱 선수가 곁차기를 작렬시키는 바람에 경기는 끝나버렸다. 아랫발질이 들어오는 줄 알고 잡아채려던 황인동 선수의 오른쪽 얼굴에 이진욱 선수의 오른발 곁차기가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살인미소를 보고 싶다던 아나걸의 멘트 덕인지 승리를 한 이진욱 선수는 시원하게 살인미소를 날려주었다.

다음으로 성주전수관에서 등장한 선수는 바로 배정석 선수. 2004년 택견배틀 원년에 성주전수관 팀에 고등학생으로 출전해 자신보다 월등히 큰 상대를 맞아 멋진 뒤집기로 승리를 장식하던 배정석 선수도 이제 베테랑이 다 되었다. 양반다리 자세에서 양팔로 몸을 띄워 물구나무서기까지 하는 묘기에 가까운 본때뵈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수원의 마지막 선수와 성주의 네 번째 선수가 경기장 중앙에 섰고 서로의 승리를 위해 조용히 품을 밟기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서 서로 아랫발질의 공방을 주고 받으며 덜미를 잡기도 했고 또 서로간의 공격에 대한 방어도 아주 좋았다. 그런 기본기의 공방은 결국 기본기로 승부가 났다. 서로 엉킨 상황에서 배정석 선수가 순간적인 딴죽으로 이진욱 선수의 발목을 걸어버렸고 순간 중심이 흐트러진 이진욱 선수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배정석 선수는 그대로 덜미를 잡아 땅에 상대를 굴려버렸다.

수원 전수관은 성주를 상대로 물러섬 없이 자존심 높은 택견꾼들로 어금니를 드러내며 싸웠고 오늘은 비록 패배했지만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하며 어깨를 당당히 펴고 경기장을 퇴장했다. 이렇게 스카이넷과 존 코너의 싸움은 새로운 모델의 터미네이터를 시험 가동시킨 성주의 승리로 끝났다. 구형모델들도 구형모델의 탈을 뒤집어썼을 뿐 꾸준한 업데이트로 더욱 강력하게 변신을 했다는 점에서 올해도 성주전수관의 롱런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시대가 갈수록 더욱 강력한 터미네이터들을 계속 내보내는 성주 전수관. 아무래도 참외농사에 뭔가 있기는 있나보다......대학팀들은 방학이 되면 단체로 농활을 가보는 것도 대처방법 중 하나가 될 듯 하다.

인류의 적인 스카이넷과 터미네이터들이 농사 지어 나눠준 성주 참외를 갉아먹으며 인심 좋은 그들이 또 참외를 바리바리 싸들고 택견배틀을 찾을 날을 기다린다......근데 스카이넷과 터미네이터는 인류의 적이 아니었던가...영화에서도 참외로 인간들을 현혹했다면 정복이 수월했을지도......-┏;; 생각해보니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난다.

"촌장동무,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일단 멕여야지-"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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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老將)은 죽지 않는다.

종로 장산곶매와 경기대학교 아리쇠의 경기가 다가왔다. 흰 바탕의 옷에 등에 시원스럽게 새겨진 멋진 매의 모습이 돋보이는 장산곶매 팀이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매처럼 등장했고 뒤이어 노란색 겉옷을 입은 아리쇠가 대조적으로 덤덤하게 등장해 경기장을 채웠다.

경기 전의 예상은 기량이 갈수록 붙고 있는, 동면에서 깨어난 날쌘 곰 이하람과 날카로운 야옹이 김현호, 암사자 이건희 등 동물농장(그것도 무시무시한)을 만들어버린 이영훈 선생의 스카웃이 빛을 발한 장산곶매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반면 아리쇠는 노장들의 체력문제, 겨울동안 다량의 탄수화물과 지방질을 섭취한 김성용의 체중증가로 인해 불리하다고 평가되었는데 더구나 감독님까지 오늘 부재한 상황이었다.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지는 않았다. 명약관화(明若觀火)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쓰는 말이었으니까.

풍악이 울리며 이에 맞춰 청팀인 장산곶매에서 선수가 출전했다. 예상외로 이하람이 먼저 출전을 해서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면 김현호, 이건희가 있으니 이하람이 선봉으로 출전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는 배치였다. 보통 장기는 졸(卒)부터 출격하는데 장산곶매의 졸은 졸의 탈을 뒤집어쓴 차(車)가 나와 버렸다. 이에 맞서 아리쇠는 김상준 선수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큰 이하람을 맞아 발질 위주로 공격을 하리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하람의 기습적인 곁차기에 김상준은 당해버리고 말았다.

이어 출전한 아리쇠의 선수는 김상일. 작년에는 새신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선수로 키가 크고 훤칠한, 발길질을 잘 쓰겠다고 보이는 선수였다. 이하람이 예상 외로 곁차기를 잘 썼지만 아무래도 길이에서 차이가 날 듯하다. 예상대로 김상일 선수는 이하람의 덜미잽이에서 이어지는 곁차기를 잘 견제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그 틈을 파고든 것일까, 갑자기 이하람은 날렵하게 김상일의 오른쪽 오금을 양손으로 잡고 뽑아 올리더니 그를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곁차기와 아랫발질을 너무 생각했던 것일까, 순간적인 오금잽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말았다.

기세가 오른 장산곶매를 상대할 아리쇠의 선수는 윤성군이 등장했다. 원조 짐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가 과연 장산곶매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반반쯤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직장일에 피곤한 비즈니스 맨이 과연 얼마나......라는 생각을 저리 날려버리듯이 짐승은 주특기인 칼잽이와 오금잽이로 날쌘 곰 이하람을 날려버렸다. 장내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유독 새로운 관중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 한 번에 덩치 큰 이하람을 쓰러뜨리는 택견 특유의 늘어짐 없는 태기질이 신선했던 모양이다.

얌전한 본때뵈기로 등장한 장산곶매의 다음 선수는 김선호 선수. 방금 전의 임팩트 있는 끝내기 덕에 기력이 올라간 윤성군을 맞아 견제를 하다가 저돌적인 공격을 들어가는 김선호였으나 역시 노장은 노련했고 윤성군은 그것을 되쳐버리며 김선호를 바닥에 눕히고 2연승을 달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 기세를 둘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영훈 감독은 야옹이 패를 뽑아들었다. 야옹이 패를 배틀장에 던지자 야옹이 패는 김현호라는 날쌘 택견꾼으로 둔갑해 신명나게 본때를 뵈며 몸을 풀었고 날렵해 보이는 그의 움직임에 풍물패는 흥겹게 장단을 맞췄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며 시선을 집중했다. 야옹이라는 별명답게 김현호는 날쌔게 품을 밟으며 윤성군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진중한 윤성군은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듯 체력 안배 차원에서 마치 뻘에서 미끄러지듯이 대조적으로 정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했다. 마치 권투에서 아웃복서와 인파이터 복서가 만났을 때와 같은 상황이 경기장에서 벌어졌고 승부는 뜻밖에 기습적인 후려차기로 김현호의 얼굴을 가격한 윤성군의 승리로 끝났다. 태질로 승부를 낼 것이라는 예상을 시원하게 깨버린 윤성군은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고 장산곶매는 승부를 던지려는 듯이 이영훈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새로운 패, 최강의 패를 꺼내들었다.

그 패는 바로 암사자 패. 야옹이 패로 짐승의 체력을 갉아먹으며 이번 턴을 마감한 뒤 암사자 패로 사냥을 마무리하려는 연속적인 고양이과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암사자 이건희는 시작하자마자 강하게 짐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말해주는 암사자의 경력은 화려했고 그 경력과 공격하는 패기에 사람들은 이미 승부가 결정이나 난 듯 어떤 멋진 기술이 나올까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때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아나걸이 응원하거나 소개하는 선수는 꼭 지던데......”

택견배틀의 유명한, 이름하여 ‘아나걸의 저주.’ 그 저주에 희생된 원혼들이 전수관과 동아리에서 울고 있다는 괴소문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저주다.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했더니......이런......역시 아나걸의 저주는 사실이었다. 시종일관 밀어붙이며 지친기색이 역력한 짐승의 급소를 물려고 달려들던 암사자는 그만 짐승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어 버렸고 태질로 마무리를 하려는 이건희를 윤성군은 재빠르게 뒤집어버리며 이건희를 바닥에 무릎 꿇려 버렸다. 장내에는 엄청난 환호성이 들끓었다.

강적인 암사자와 맞서 싸우느라 윤성군은 이제 진이 다 빠진 모양이었고 이번에는 조련사이자 마지막 선수인 김용주 선수가 출전했다. 중심이 낮고 노련해서 여간해서는 꼼수에 걸리지 않는 김용주 선수는 비록 장산곶매의 마지막 선수였지만 힘이 다 빠진 짐승을 조롱하듯 본때를 뵈며 윤성군의 바로 앞에서 솟구치는 발길질을 하는 여유를 보였고 보통 짐승들이라면 으르렁 했겠지만 힘이 다 빠진 윤성군은 으르렁댈 힘도 없다는 듯이 축 늘어져 있었다.

지친 윤성군의 주변을 돌며 김용주 선수는 아랫발질로 사정없이 윤성군을 괴롭혔고 체력이 있었다면 오금잽이를 했을 윤성군은 타이밍을 놓치며 점점 김용주 선수에게 말려들어가는 듯 했다. 특기인 오금잽이를 놓치는 모습에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힘이 다 빠진 짐승의 목을 잡아 쓰러뜨리려는 듯이 김용주 선수는 짐승을 힘차게 잡아챘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몫을 담아 바닥에 짐승을 눕혀버리는......가 싶었는데, 아뿔싸, 이것도 역시 짐승의 함정이었다. 그 순간 앞서 결전에서 보였던 화려한 되치기가 작렬하며 바닥에 누워버린 것은 김용주 선수였다. 와!!!! 하는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아리쇠 선수들이 펄쩍 뛰며 일어나 윤성군을 들었다. 지쳐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지만 윤성군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보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화려하게 부활하고야 만다. 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직장의 스트레스와 체력저하를 뒤집어 승리, 그것도 판쓸이로 상대 팀 다섯을 모조리 쓸어버린 짐승 윤성군. 60전의 경력에 다시 5전, 그것도 모조리 승리가 추가된 그에게는 노장이라는 말 앞에 ‘백전’ 이라는 말을 붙여주어야 할 것 같다. 노장이라 하면 어쩐지 좀 나이 들고 찌들고 약해졌고 하는 감정이 들지만 그 앞에 백전이라는 말이 붙어 백전노장(百戰老將)이 되는 순간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어 용이 된 것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백전노장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하나하나 목표를 쌓아나가고 어느덧 정신차려보면 목적을 모두 달성하고야 만다. 마치 만화 더 파이팅에서 주인공 일보가 자신의 체력이 저하되자 라운드마다 상대에게 목표를 설정해 하나씩 쌓아나가 결국 승리했던 그 시합 모습을 오늘 백전노장 윤성군의 경기에서 다시 현실로 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 중에 살아간다. 산전, 수전, 공중전에 화생방전도 겪는다고 할 정도로 현대 사회는 노장들의 사회인지도 모른다. 또 그런 상황에 많은 이들이 안 좋은 방법으로 그 문제들을 풀거나 도피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윤성군의 경기처럼, 우리 모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하나하나씩 침착하게 조금씩 달성해 나가보면 어떨까. 그러다가 어느덧 경기에도 승리하고 판쓸이라는 덤까지 얻은 백전노장 윤성군처럼 우리도 우리 이름 앞에 ‘백전’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뿌듯해할 수 있지 않을까.

by 곰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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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되던 시절의 일본에서는 전쟁을 시작할 때 효시를 쏘아 공격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전쟁에서의 예의 같은 것이 있었다 한다. 효시는 우는살이라고도 불리는 화살인데 화살을 날리면 화살촉 부근의 장치에 의해서 귀신 우는 소리가 나는 화살이다. 이 효시의 단어가 바탕이 되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릴 때 보통 효시라는 표현을 쓴다.

이제는 8년째에 접어들어 봄이면 절로 발길이 가곤 하는 그곳, 인사동 문화마당 조선극장 터에는 드디어 택견배틀 2011을 알리는 효시가 울려 퍼졌다.

오늘의 경기는 대전 전수관과 고려대학교, 장산곶매와 아리쇠의 경기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오늘 경기는 어떨까 하는 궁금함을 가득 담고 택견배틀 장에 앉았다. 이미 지난주에 열렸어야 할 경기지만 엄청난 비가 오는 바람에 연기되었고 오늘도 아침 무렵까지만 해도 비가 와서 걱정했으나 오후가 되며 거짓말처럼 날이 개고 햇님이 방긋 웃는 모습을 보였고 바람까지 선선한 것이 최고의 날씨라 할 만했다.

올해 아나걸 송지유 양의 똑 부러지는 소개와 함께 대전 전수관과 고려대학교 팀이 입장했다. 두 팀 다 작년 택견배틀에서 경북 성주 전수관에게 쓴 잔을 마셨던 기억이 있는 팀이다. 대전 전수관은 성주에게 져서 탈락했고 고려대학교는 3,4위전에서 성주 전수관의 황인동에게 판쓸이를 당하며 마지막 경기에서 그만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대전전수관의 첫 선수는 길게 기른 파마머리가 인상적인 오효섭 선수였다. 대전 전수관의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마치 그런 교과서를 보여주듯 상대로 나온 성준혁 선수를 맞아 전형적인 아랫발질의 견제를 하다 기습적으로 올라간 곁차기로 다음 선수를 불러들였다. 뒤이어 등장한 송조현 선수는 특별히 아크로바틱한 본때뵈기를 하지는 않았고 얌전히 경기장 중앙에 가서 섰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는 훌륭한 잠언을 남겨주셨고 얌전한 고양이 송조현 선수는 대접이 끝나고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곁차기를 올렸으며 얌전한 송조현 선수의 겉모습에 속아 넘어간 오효섭 선수는 택견배틀 2011 퍼스트 위너(First Winner)의 위명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치며 3초만에 패배해버리고 말았다.

뒤이어 등장한 함지웅 선수는 덩치와 힘을 바탕으로 송조현 선수를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았지만 후려차기를 잘 쓰는 함지웅 선수는 순간 빈틈을 노려 송조현 선수의 왼편 얼굴을 오른발 후려차기로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러나 얼굴이 아닌 후두부를 가격했기에 재경기.

송조현 선수는 여전히 뭔가 알 수 없는 듯한 움직임으로 함지웅 선수를 공략했고 함지웅 선수의 아랫발질에 악! 소리를 내며 반격하기도, 물구나무 쌍발차기, 일명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공격을 하기도 했다.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한 그런 모습에 점점 말려들어갔고 결국 시간이 다 지나 경고 수가 많은 함지웅 선수가 경고 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것이 허허실실 전법인가......

대전 전수관에서 오태호 선수를 내보냈다. 오태호 선수는 대전 전수관 팀에서 유일하게 머리를 물들였던 선수고 세간의 인식처럼 뭔가 반항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아주 거세게 송조현 선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지쳐버린 송조현 선수는 결국 오태호 선수에게 잡혀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너무 밀어붙이는 것에 연연한 오태호 선수도 이미 경고를 두 개나 받아버리고 말았고 뒤이어 등장한 고려대학교의 임한국 선수에게 또 하나의 반칙을 범하며 경고를 받아 결국 경고 패를 당하고 말았다.

임한국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온 대전 전수관의 선수는 윤창균 선수. 그는 압도적인 위력의 엎어차기로 임한국 선수를 걷어찼고 펑펑 울려 퍼지는 소리는 관객들이 다 아프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다리를 세게 걷어차면 장사 없어!!’

라고 하시던 송덕기 옹의 말씀처럼 결국 버티다 못한 임한국 선수는 윗발질을 올렸으나 그 와중에 그 발이 잡혀 윤창균 선수의 외발쌍걸이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보는 사람이 다 호쾌한 외발쌍걸이였다.

뒤이어 나온 한경덕 선수에게도 윤창균 선수는 똑같은 방식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정말 기본기를 제대로 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기본기에 힘과 체중까지 바탕이 되니 이건 정말 답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번 다리를 잡히기도 했지만 체중이 있다 보니 그걸 그대로 잡아 넘기기가 수월치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승기를 잡은 윤창균 선수는 되치기로 한경덕 선수를 들여보냈다.

뒤이어 강태경 선수가 나왔다. 역시 우직하게 같은 방식으로 밀어붙이던 윤창균 선수를 맞아 강태경 선수는 이전의 선수들과는 달리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오랜 인고 끝에 결국 특기인 후려차기로 윤창균 선수를 들여보내고 장창수 선수를 불러냈다.

대전의 에이스인 장창수 선수와 강태경 선수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둘 다 마지막 선수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의외로 승기가 보이면 파고드는 발길질과 태기질은 맞는다는 두려움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택견꾼들의 자존심과도 같았다. 둘 다 경고를 받을 정도로 침착하면서도 거세게 진행된 경기는 결국 한순간의 차이를 승리로 끌어낸 장찬용 선수의 태기질로 결판이 났다.

효시를 시원하게 쏘아올린 두 팀의 승자는 치열한 접전 끝에 대전 전수관이 되었다. 효시는 활터에서 쏘면 귀신울음이 난다고 해서 궁사들이 쏘기를 꺼려하는 화살이다. 택견배틀이 아무리 즐겁다고 하나 결국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고 그 결과는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아마 속으로는 누구도 효시를 울리기 싫어할지도 모른다. 패배라는 기록은 당연히 본인들에게 좋은 기억이 아니다. 승리의 눈물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면 패배의 눈물은 가슴 아픈 아릿함을 주는 법이고 효시를 쏘면 결국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마련이지만 대전 전수관과 고려대학교는 용감하게 효시를 쏘았고 그 효시의 귀신울음을 이겨낸 팀은 대전 전수관이 되었다.

하지만 그 승리는 고려대학교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없었다면 애초에 탄생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화 ‘바람의 검심’에서 유신지사들에게 패배하고 사라졌던 신선조의 3번대 조장인 사이토 하지메는 이렇게 말한다.

“승자인 너희 유신지사 뿐만 아니라 우리 신선조도 패자로서 역사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했어.”

인기 판타지 소설이었던 퇴마록의 엔딩을 보면 세상을 파괴할 징벌자와 세상을 구할 구원자가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를 끌어안으며 파괴의 에너지도, 구원의 에너지도 모두 중화되며 사라져 마침내 그 자리에는 그저 환하게 웃는 행복한 갓난아이들만이 남았던 것처럼 오늘의 경기에서 승자가 된 대전 전수관도, 패자가 된 고려대학교 팀도 그런 관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졌다고 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슬퍼하거나 분하다고 땅을 치는 일이 없고 오히려 서로에게 덕담을 나눌 수 있는 매력적인 격투기 택견배틀. 어쩌면 사람들이 택견배틀을 좋아하고 구경하는 이유는 승자와 패자로 명확하게 갈려 항상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화합과 행복은 승자와 패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슬기를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by 곰 =ㅅ=)/

www.tkba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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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무카스(http://www.mookas.com)에 칼럼을 연재하는 대한 수박협회의 송준호 선생이 제기한 의견은 이렇다.

1. 재물보의 '탁견' 은 무형의 어떤 종합적인 무술을 지칭하는 말이다.
2. 그러므로 송덕기 옹에게 전수받아 오늘에 이르는 택견단체들은 재물보의 탁견과 아무 연관이 없다.
3. 현재의 택견은 각희로 발로만 하는 놀이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세가지 주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쓰고 여기서는 다만 각희라는 기예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기록에 보면 각희는 말 그대로 다리로 하는 놀이다. 언뜻 보면 지금의 택견과 같은데 김명근 선생님은 왕십리에서 '까기' 라고 해서 배웠다고 한다. 어느 분은 까기는 정강이 뼈를 차는 방법과 각희라는 단어가 발음도 비슷하고 하다보니 까기라는 것으로 변해 말이 전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탁견, 태껸, 택견 이런식으로 발음 비슷하게 변하는 것은 있으니까.

고용우 선생 측의 윗대 택견의 모습이나 결련택견협회에서 하는 옛법들을 포함한 택견 모습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경기적인 모습의 택견과는 많이 틀리다.

아마 전에 몇번 이야기를 한 것처럼 탁견이라고 불리우는 종합적인 무술로서의 기예가 있었는데 병장기를 다루는 법이나 화기를 다루는 법과는 달리 맨손기예는 어느 정도 유출의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민간에 수박이 성행하고 전해진 기록 역시 있으니 이런 어떤 무술적 기예가 있었고 이를 익힌 서울 지역의 한량들이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 서로간에 힘을 겨룰 수 있는 구조로 탄생한 것이 바로 각희가 아닐까 생각된다.

각희(김명근 선생님이 배운 까기라는 것과 같다고 보고 이야기 하겠음, 그리고 현재 택견단체들의 경기 방법이기도 함)의 방법을 보면 참 고난이도의 기술들로 이루어져 있다. 상대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거나 순간 잡아채서 넘어뜨려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무술을 좀 했다 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말로만 쉬운 것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이미 무술적 완성도가 된 사람들이 서로간에 크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합의를 본 규칙이 바로 각희가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이런 각희를 하는 사람들은 탁견을 익힌 택견꾼들이었으니 이것이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편하게 '택견한다.' 라고 전해지고 이것이 굳어져서 택견은 곧 각희라는 식으로 조선시대에서 구한말에 이르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실제로 송덕기 옹은 자신의 기예에 대해서 '탁견' 이라고 분명히 언급했고 탁견을 하는 사람을 '택견꾼' 이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1. 탁견을 익힌 택견꾼 한량패들이 서로 간에 각희로 겨루고 있다.
2. 지나가던 사람들이 구경한다.
3. 택견꾼들이 서로간에 겨루니 사람들은 '저 치들 택견하는 구먼.' 하고 말한다.
4. 또 다른 지나가던 사람의 머리 속 '택견은 발로 차거나 순간 잡아채서 넘어뜨리면 이기는 거구나.'
5. 기록: 택견이란 곧 각희로 발로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기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태권도와 합기도의 시합방식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1970년대의 합기도 시합을 보면 아주 약간 변형된 태권도와 똑같다. 처음 그 영상을 본 문외한은 그것을 태권도라고 보지 합기도라고 보지 않는다. 택견과 각희의 관계도 이렇게 뒤섞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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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과 현대 사이에 침체기를 겪었던 택견이라는 한국의 전통은 중요 무형문화재 76호로 등록되면서, 또 협회들이 각자의 노선과 사상대로 서로 경쟁구도를 그리면서 서울지역에 국한되었던 전통에서 이제는 대한민국 전역에 널리 알려진 삶 속으로 녹아든 전통이 되었다.

전통이란 오랜 세월 면면히 흘러 내려온 것이고 오랜 세월 잊혀 지지 않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이어진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많은 관심과 사랑 때문인데 그런 전통들은 인습과는 달라 사람 사는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전통이라는 이름과 더불어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이라는 전통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현대 한국사회를 철학이 부재한 사회, 천민자본주의라고 많은 식자층이 개탄한다. 철학이 부재한 사회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다. 철학이 없어 인간의 가치를 매몰시키며 자란 것이 산업혁명 시기이며 그 산업혁명의 시기가 바로 제국주의 열강의 시대를 낳았으며 그 제국주의 시대의 직접적인 피해를 우리 조상들은 입었다. 그리고 제국주의 열강의 시대는 결국 전 세계를 미치게 만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오늘날 한국도 철학의 부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들은 함께 뛰노는 것보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에 더 열을 올리거나 남 앞에서는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악성 댓글로 배설하기도 한다. 밖에서 노는 쪽이라 해도 건전한 취미 쪽으로 발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견이라는 우리의 전통은 많은 것을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한다.

먼저 택견이라는 기예는 격투기에서도 독특한 분류로 속한다. 타격과 유술을 공존하면서 승부는 한 판제를 도입함으로 경기는 상대의 얼굴을 정확하게 발로 한대만 차거나 넘어뜨리면 이기게 된다. 간혹 택견 경기를 보면 덩치가 큰 선수가 발길질을 하거나 잡으려다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선수가 거는 딴죽이나 낚시걸이에 어이없게 쓰러져 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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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격투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택견의 방식이 격투기 치고는 너무 밋밋하다고 한다. 그러나 격식을 갖추어 싸워 겨루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가진 격투기(格鬪技)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기존의 격투기들이 과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그런 기존의 격투기와는 전혀 다른 택견의 승부방식이 각박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넉넉함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 경쟁사회 시대, 모 웹툰은 고등학교를 정글에 비교할 만큼 사회적 인식이 심각해져 있다. 남을 밟고 내가 올라가야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그런 사회. 그러나 언제나 백척간두에서 불안한 균형을 잡는 사람들의 마음은 과연 편할까?

그러나 택견은 내가 힘이 남아있어도 상대의 절묘한 한수에 승복하며 물러날 줄 알며 그것은 참으로 신사적이다. 내가 어이없게 당한 것에 씩씩대며 들이닥쳐 힘으로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긴 상대의 수법에 수긍하며 박수를 치며 물러나 줄 수 있는 것은 극한으로 치닫기 쉬운 현대에서 자신을 다스리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택견이 가진 넉넉함의 철학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이 아닐까?

택견이 이런 넉넉함의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면 그럼 택견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나는 그 모습을 결련택견이라고 보고 있다. 그냥 협회구분의 용도로 자주 쓰이는 어휘지만 결련택견의 본래 뜻은 다음과 같다.

[결련(結連)택견의 사전적 해석]

결련태껸: 갑동(甲洞)과 을동(乙洞)이 각각 편을 먹고 승부를 결하는 태껸

(문세영, 조선어 사전, 1938)

결련태 : 여러 사람이 편을 짜 가지고 하는 택견(동아국어사전, 1971)

보다시피 결련택견은 단체전 택견이라는 의미이다. 신한승 선생님은 결연택견이라고 해서 결연하게 하는 택견, 즉 싸움수까지 포함한 택견이라고 하셨지만 사전만 보아도 그것은 오류이며 송덕기옹도 결련택견에 대해 사전과 동일하게 설명하셨다. 이보형 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송덕기옹이 결연택견이 막찬다는 의미, 호신술로서의 의미라고 설명하셨지만 그것은 인터뷰가 잘못 흘러간 것이라는 판단이 맞을 것이다. 이보형 위원이 자신이 얻어낼 답을 위해 인터뷰를 이끌어 나간 것은 택견을 한 계층이 어떻게 됩니까? 하고 묻는 것에 대해서 송덕기옹이 깡패라고 하자 당황해서 무술인이군요- 하고 얼버무린 것만 봐도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택견의 기예를 서로 편을 짜서 겨뤄보는 판인 결련택견은 개인의 기예로서의 택견을 떠나 동료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넉넉함과는 또 다른 철학을 찾아볼 수 있다.

무예24기 협회의 최형국 사범은 자신의 글에서

'삶이라는 글자를 컴퓨터 자판으로 타자를 치다보면 종종 -사람- 이라고 오타가 나곤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울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에 컴퓨터 자판조차 그런 것을 보여주는 신비함이 아닌가 합니다.'

라고 서술한 적이 있다. 이 말처럼, 그리고 어느 학자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데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개인사회에 너무나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현대 사회가 양극화로 인해 서로에게 스스로 계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련택견은 개인과 개인의 겨룸으로 최상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동료들 상호간의 조화를 이루어 윗대, 아랫대, 동네간의 팀을 이룸으로써 그들 각자 구성원이 팀에서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

전술했다시피 택견은 규칙으로 인해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기는 경우도 있고 발질이 뛰어난 선수에 대해서 힘이 좋은 선수를 내보내기도, 힘이 좋은 선수를 빠른 발질이나 기묘한 발질로 제압하기 위해서 그런 선수를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한 개인만의 잘난 것이 아니라 택견패의 각 구성원마다 특기가 다르고 그렇기에 구성원은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어느 선수는 귀하고 어느 선수는 별 볼일 없는 그런 구분이 아니라 모두가 패를 이루는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직업의 귀천을 나누고, 그것을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 미친 듯이 사교육의 열풍에 휘말리는 모습과 결련택견 패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사상은 알게 모르게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다. 미국의 어느 실험처럼 영화 시작 전 광고의 짧은 프레임 안에 코카콜라 선전을 끼워 넣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인식한 관객들이 다른 콜라가 아닌 코카콜라만을 구매했다는 것처럼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택견을 수련함으로써 넉넉함을 키우고, 또 그런 기예로서의 택견을 익혀 흥겨운 결련택견 패로서 경기에 나가며 패의 구성원 모두를 나와 같이 소중하게 하는 그런 마음을 키워나간다면 어느새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택견꾼들은 그런 넉넉함과 구성원의 소중함을 체화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기예로서의 택견, 그리고 단체전으로서의 결련택견이라는 우리의 전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풍요로움을 준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전통이 끊어지는 일 없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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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 Q&A 시즌2 끝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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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 회장 도기현.

12월 22일 오후, 인사동에 위치한 결련택견협회 중앙 전수관에서 도기현 회장님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Q는 필자, A는 도기현 회장님의 답변이다.

Q: 요즘은 뭐하고 지내십니까?
A: 요즘은 박사과정 논문 때문에 바쁘다. 그래서 택견에 관한 책을 내는 것도 미뤄지고 있고 무카스의 칼럼도 연재를 중단한 상태다. PPT도 학생들에게 배우느라 여전히 바쁘다.

Q: 무슨 논문이십니까?
A: 양생택견에 대한 논문이다. 택견의 경기화 외에도 양생쪽과 택견의 품밟기, 활개짓을 결합해서 체조로 만들어보급하는 것이 미래의 택견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열을 올리는중이다.

Q: 양생쪽에만 치중되는 것 같다고 해서 말들이 좀 있습니다.
A: 사실 지금 시점에서는 이제 나는 양생에 치중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무슨 말씀이신지?
A: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내가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다 알려줬기 때문이다.

Q: 다 알려주셨다는 말씀은 옛법에 대한 비전이나 이런 것도 다 나왔다는 것입니까?
A: 그렇다. 예전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내가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서울 택견계승회 사람들 모아놓고 술 마시면서 우리 없으면 이제 송덕기 할아버지의 택견 모습 다 사라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한택견은 할아버지가 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품밟지, 충주도 신한승 선생님식이니 우리가 아니면 송덕기 할아버지의 몸짓이 끊어진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내가 죽거나 다른 예전 서울 택견계승회 회원들이 다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걸 배운 젊은 택견꾼들이 아주 많다. 나는 유학가기 전까지 4년을 배워왔고 물론 송덕기 할아버지의 택견을 다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것은 모두 사람들에게 알려줬고 개중에 내가 황주환 선생님의 쿵후계열에서 배운 것들은 따로 분류해서 꼭 말해주었다. 옛법들도 이제 다 공개되었고 그것들을 이제 어떻게 발전시키거나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이제 그들에게 택견의 경기화에 대한 것을 맡기고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도 택견이라는 기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생에 신경을 쓰고 싶다. 품밟기와 활개짓의 몸짓들이 양생적인 체조와 잘 맞고 또 그것을 통해 쉽게 접근한다면 그 가족들 역시 택견에 접근이 용이할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양생쪽으로 택견을 정리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Q: 택견의 경기화 부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A: 택견의 경기 부분에 있어서는 택견배틀을 매년 매주 개최하면서부터 젊은 택견꾼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생각대로 진행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 사실 내 세대에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내가 누리지 못했던 택견의 즐거운 경기들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것을 마련해서 매우 기쁘고 이제 그들을 통해서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택견 경기를 마련할 수 있어서 매우 즐겁다.

Q: 현재 결련택견협회의 경기 부분에 있어서 현황은?
A: 알다시피 택견에 있어서 오랜 화두는 기술과 거리의 문제였다. 분명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의 대부분은 걸이 위주인데 일단 둘을 붙여놓으면 떨어지려고 하기에 이것에 대해서 매우 고민했었다. 태권도의 인식이 지배적인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거리를 어떻게 좁히게 하느냐가 고민이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대한택견은 대접이라는 것을 적용해서 거리를 강제로 좁히지만 분명 그건 송덕기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방식이 아니다. 그것이 강제되는 것이었고 그것이 있어야만 택견의 경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부터 가르쳤을텐데 우리는 그런 것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경기장 자체를 좁혀버리는 것이었다. 택견배틀의 경기장을 좁혀버리고 송덕기옹 추모대회를 서로 거의 제자리에서 하도록 택견배틀보다도 더 경기장을 좁히고 실행해봤는데 이것이 해가 지나면서 점점 좁은 거리에서 서로의 기술을 쓰게 되고 택견배틀처럼 넓은 곳에 가져다 놔도 이전처럼 거리두고 빙빙 돌지 않고 좁히려고 스스로 하더라.

Q: 마치 좁은 곳에 벼룩을 넣어놓으면 그 좁은 곳만큼밖에 못뛰는 그런 겁니까?
A: 예가 좀 그렇지만 비슷하다.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나는 그런 판을 만들었고 젊은 택견꾼들이 즐겁게 경기도 하고 또 그것을 맞춰 나가는 모습이 참 좋다. 나는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직접 배웠고 나름대로 서울 택견 계승회의 회장역이라서 많은 것을 나에게 기대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 잘난 인간이 아니다. 나는 아는 것을 모두 알려줬지만 실제로 내가 택견 경기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오히려 지금 택견꾼들이 훨씬 기량이나 수준이 높다.

내 역할은 그들이 송덕기 할아버지의 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런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빛을 보고 있으니 즐겁지 않을수가.

Q: 경기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대한택견쪽과 비교를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A: 대한택견에 대해서야 많이들 알고 있지만 다시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주장하는 역품, 대접, 뱃심을 내는 능청, 밀어차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모르는 그들만의 주장일 뿐이다. 짧게든 길게든 송덕기 할아버지를 거쳐간 사람들은 꽤 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송덕기 할아버지가 대한택견처럼 품을 밟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지 않는다. 영상으로 남은 기록만 보아도 안다. 도대체 송덕기 할아버지가 어떻게 품을 밟았나?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다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그런 것은 본인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지 않은가? 내가 이러쿵 저러쿵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Q: 밀어차기에 대한 의견은?
A: 밀어차기도 아무도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송덕기 할아버지는 몸통에 대해서는 장기가 모여있고 갈비가 부러지니 발을 먼저 대고 밀어야 한다는 말씀만 하셨을 뿐 하체랑 얼굴에 대해서는 밀어차기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서울 택견 계승회에서 배운 사람들 모두, 나부터도 할아버지에게 아래 다리를 까여가며 멍들면서 배웠는데 무슨 온 몸을 다 밀어차야 한다는 것인가? 그걸 현대적인 상생공영으로 이용복 회장님이 새롭게 했다면 모르지만 분명히 송덕기 할아버지는 그런방식으로 모든 곳을 밀어 차라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예전에 젊은 시절 친구들과 가볍게 대련하면서 서로 대련하는데 나름 실전적으로 한다고 해서 맨손으로 얼굴도 치되 얼굴은 주먹으로 때리지는 말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탁탁 미는 방식으로 하자고 해서 한 적이 여러번 있다. 그것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간혹 내가 살짝 밀려고 하는 찰나에 상대가 파고들다보면 손바닥이 코를 쳐서 아프기도 하는데 발로 그렇게 얼굴을 밀어차서 상대가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만약 공격자는 굼실 능청을 통해서 밀어찼는데 맞은자가 들어오다가 잘못 맞아서 코피가 난다면 그건 타격인가 아닌가? 누가 이긴건가?

이것을 대한택견의 한 관장님과 이야기를 했더니 10년 정도 수련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송덕기 할아버지는 한 3~4년 배우고 택견판에 나가기 시작했다. 옛날 사람들이 무슨 10년이나 택견 수련에 전념할 여건이 되느냔 말이다.

Q: 그럼 과거의 택견판은 어떤 모습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과거의 택견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서울지역에 국한된 기예였다. 그리고 당시 웃대 아랫대의 구분도 한강 아래는 생각도 못했고 모두 강북 지역에서 이루어졌기에 동네 자체도 다들 알고 지내는 한량패들이었고 그들이 모여서 서로 겨룸을 하다보니 서로 크게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서 적당히 규칙을 정하고 경기를 하는 그런 형태였을 것이다. 즉 어느 정도 원시적인 형태였을 것이다.

게다가 택견꾼은 거기서 승자가 된다고 해서 씨름처럼 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별 다른 인센티브가 없었기에 상금을 주고 하는 요즘의 택견판에 비해서 규칙을 파고들어 그것에 집중적으로 기술을 연습하는 그런 모습도 드물었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택견판과 요즘의 택견판 사이에 생기는 괴리는 그것도 클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사고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별 것 아닌 택견 승리가 요즘에는 상금과 더불어 명예 같은 것이 주어지니까 규칙 안에서 한도까지 기술을 끌어내고 룰을 파고드는 점이 아마 차이점일 것이다.

Q: 요즘 옛법시범이나 전통적인 택견경기와 현대적인 택견배틀을 분리하는 것을 보면 결련택견협회도 변화를 가져오려는 모양입니다.
A: 그렇다. 사람의 체형도 변하고 사고방식도 변했는데 무작정 옛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물론 옛것 전통 자체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큰 문제기에 그 전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도 다 물려주었고 또 그렇다보니 이제 변화도 주어야 한다.

옛법의 경우 송덕기 할아버지가 시범을 보이신 것과는 달리 우리가 몇가지 더 몸동작에 대해서 단장을 한 것은 맞다. 그걸 뭐라 하더라, 그 옛법이 너무 러프하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배울 당시에 중국무술이나 일본무술처럼 기본적인 동작이 이것이고 응용동작으로 이렇게이렇게 전개가 되는 것이라고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기본동작만 대충 보여주시면 나나 제자들이 상대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고 질문하면 그것에 대해서 '그때는 이렇게 하면 되지.' '그럴때는 요렇게 활개를 쓰는 거야.' 하면서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그런 응용방법이 있었다.

내가 늘 자책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 당시에 내가 택견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 귀찮게 여쭤보고 했다면 더 많은 기술의 응용방법과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을텐데 당시에는 나도 택견을 과히 대단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저서에 밝혔듯이 택견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깨달았던 것은 미국에서였다.

자네도 알겠지만 배우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막 궁금해하고 열정이 있어야 공부를 해도 제대로 하지 않겠나? 하지만 당시에 나는 택견에 대해서 그런식으로 열정을 품으며 달려들지 못했고 그냥 오랜 세월 내가 찾던 우리 전통이고 송덕기 할아버지와 인연도 있어서 계속 하게 된 것인데 지금도 그것이 무척 아쉽다.

Q: 변화의 폭을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변화가 용인되지 않는 것은?
A: 품밟기와 밀어차기 논쟁에서처럼 품밟기와 경기에서 타격의 유무가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없는 것을 그랬다고 말할수는 없다. 물론 그것이 멋져보이고 상생공영에 우리 민족의 평화성을 상징한다고 광고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아닌 것이다. 그런 것은 그런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것을 개인의 연구물이라고 하면 모를까나 원래 그랬다는 것은 절대 용인해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품밟기의 모습과 경기에서 몸통을 제외한 부분의 타격 허용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Q: 택견 단체들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가장 큰 것은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권도와 합기도를 생각해본다면 그 답은 자명하다.태권도가 세계적인 무술과 스포츠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초창기에 확 조여서 단체를 통합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합기도는 그것을 못해서 계속 갈라졌고 오늘날에는 단기 연수에 서로 관들마다 한마디씩 하는 형국으로 분열되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택견 역시 언제까지나 이런 형태로 갈수는 없다. 분명 통합은 되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 나는 협회들의 각자 발전의 방향은 그대로 두도록 협회는 유지하되 이 위에 상위 단체인 연맹을 만들자고 했다. 그리고 이 연맹에 대해 단체간에 회의를 할 때 나는 이런데서 한자리 맡는것 안해도 된다고 했다. 내가 본의 아니게 택견협회의 장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 배우고 했다보니 내가 인간문화재나 무슨 그런거 한자리 노리려고 하는게 아니냐고들 생각하지만 난 그런 생각이 없다. 오히려 연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이용복 선생님 보고 대장 하시고 박만엽 관장님 전무이사 같은거 하시고 난 빠져도 된다고 했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맹에서 경기 규칙에 대해서 통합하는 것이었다.

각 단체마다 생각이 다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품을 밟든 역품을 밟든 그거야 각자 협회의 판단에 맡기되 다만 경기의 규칙은 통합시켜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대한택견의 방식 처럼 가기만은 어려운 것이 일단 택견이 대중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객관성 역시 지녀야 한다. 하지만 대한택견의 밀어차기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다른이들이 수긍을 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대한택견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 점에 있어서는 대한택견쪽의 양보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Q: 하지만 결련택견협회는 대한택견연맹에 소속되지 않고 협조단체로만 있습니다.
A: 예전에 밝혔다시피 대한택견연맹 자체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택견에 신경을 쓰는데 그 문화재 택견은 현재 신한승 선생님의 모습만이 있기 때문에 그쪽에 가입을 해버리면 송덕기 할아버지의 모습은 묻혀질 것이다. 그렇기에 협조단체로만 남았다.

Q: 현재 대한택견연맹은 대한체육회도 가맹되어있고 이제 시범경기도 열립니다. 이에 대해서 다른 택견 단체에 비해서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
A: 과거에야 대한체육회에 가맹이 되고 안되고, 사단법인이 되고 안되고에 따라서 큰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는 지났다. 그런 것의 혜택을 받는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내 생각은 틀리다. 협회 선생단의 대부분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Q: 그럼 만약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을 달리 하고 결련택견협회를 떠나 다른 택견협회로 이동 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그거야 개인의 자유기에 나는 그런 것을 막을 생각도 없다. 오히려 그 점에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더 충족시키지 못했는가에 대한 반성을 할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체육회에 가맹을 하든 올림픽 종목이 되든 그런 것보다는 택견이라는 우리의 전통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헬스장이 대한체육회 가맹이고 거기 다니는 사람들이 다들 보디빌딩 대회 나가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다.

대전에 최진석 선생이 전수관을 개관할 때 택견 전수관으로 내길래 내가 그렇게 이름을 택견으로 못박아서 내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최진석 선생은 진가구에서 7년간 태극권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정무전수관이라는 이름만 걸고 그 안에서 택견도 가르치고 태극권도 가르치라고 권했다. 여건이 되면 태극권 가르치는 강습도 나가라고 했고. 최진석 선생이 자기가 명색이 택견 선생인데...라고 하길래 그런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준 적이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왜 써먹지 않으려고 하는가?

Q: 고용우 선생이라는 사람이 최근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나는 그 분을 잘 모른다. 하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다. 나는 그런 만남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결련택견협회 홈페이지에 적은 글을 봐도 알겠지만 난 떳떳하게 내가 송덕기 할아버지의 택견을 모두 배웠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듣고 배운 것만 전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때로는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다른 무술을 보고 생각을 해본 적도 있고 그런 수련에서 방편을 채용해보기도 했지만 그렇게 도입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리해서 가르쳤다.

내가 많이 모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모른다. 그럼 서로 교류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쪽은 경기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배운 한도 내에서 경기를 진행해보았고 그래서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었다. 그쪽이 경기를 모른다면 서로가 교류하면서 내가 모르는 기술도 배우고 못들었던 송덕기 할아버지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쪽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는지 만나자든지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다.

Q: 그쪽은 택견의 경기쪽보다 무술쪽의 입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기술의 유출 같
은 것에 대해서도 걱정할지도......
A: 그것은 괜한 걱정이다. 이미 사람들은 결련택견협회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다 안다. 자네 말대로 한 때는 무술의 기술 수법으로 무술의 정체성을 파악하던 때가 있어서 기술을 잘 안보여주고 그런적도 있었지만 또 나도 옛법 기술을 잘 공개하지 않고 그랬었지만 이제는 정보화로 인해서 모든 것이 공개되었고 우리 협회도 수련표가 다 나와있고 누구나 알 수 있다.

뭔가 더 숨겨져 있는 것이 있고 쨔쟈쟈잔!! 하고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웃긴 것이다. 이미 우리의 기술 정보는 모두 공개되어 있다. 이런 판국에 거짓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한다면 우리는 순식간에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짓을 어떻게 하겠는가? 나를 믿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런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사기꾼보다 더 나쁜 개XX다. 순진한 제자는 뭣도 모르고 내 말을 그대로 믿을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진실인 줄 알고 또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전할테고 말이다. 이게 바로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가 아닌가?

나는 그런 면에 있어서 내가 가끔 오버해서 생각하는 것은 있지만 그것을 말할 때도 내 생각이라고 말하지 그것이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용우 선생과 내가 만나서 그 분의 기술을 본다 해도 그걸 가져다가 우리 협회 뒤에서 히히덕 거리며 어느날 갑자기 사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런 기술도 있지롱!! 이걸 모르는 니들은 가짜다!! 할 것 같은가? 천만에.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럴 거였으면 옛법도 더 깔끔하게 정리해서 몇가지만 시범 보이고 나머지는 우리 협회에 와서 오랜 세월이 흘러야 배울 수 있다고 선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는 없다. 나 자신조차도 4년동안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십년 20년 배우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떳떳하다.

뭐 내가 많이 못배웠다고 치자. 그렇다면 선배인 그 분이 보기에 내가 더 기특해 보이지 않을까? 그 못배운 것에서 여기까지 택견 경기를 하도록 판을 만들기 위해서 아둥바둥 열심히 뛰고 고민한 나나 다른 결련택견협회 선생단들이 이뻐보이지 않을까? 양창곡 관장님도, 다른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분들, 사범님들도 다들 그런 면에서는 내가 적어도 송덕기 할아버지의 몸짓과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기에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고용우 선생이라는 분도 그런 나를 좋게 보시지 않을까? 나는 적어도 송덕기 할아버지에게 배운 기초적인 품밟기와 몸동작에 대해서는 변화시키지 않고 잘 간직해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반대 입장 이라면 참 기특해하면서 '그 쪼금 배운 것 가지고 참 열심히 해왔구나. 그런데 네가 모르는 송덕기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기술들이 있어 그러니까 이것도 한번 배워봐서 택견 경기에서 잘 기술이 나올 수 있게 더 연구해봐라.' 하고 말할 것 같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그 입장이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교류의 생각은 있다. 그쪽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택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도, 그리고 예전에 여러 사범님들에게 확인받았던 것처럼 품밟기와 활개짓, 그리고 배우던 과정에 대해 보여드리고 이야기도 해드릴 수 있다.

그 분이 나보다 연배도 높으신 것 같은데 내가 예의를 갖출테고 말이다. 나는 언제든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고 기술 유출 같은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절대 그렇게 사기를 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마디만 더 할게.' 를 한 일곱번쯤 들었던 인터뷰 시간이었다.-_- 사실 그 전에도 종종 도기현 회장님과 택견에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저 경기에 관한 이야기만 했었고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자신의 택견 경력에 대해서 부담스러워도 하지만 자신이 배운 것과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대로 전하는 모습은 참으로 솔직해보였다.

너무 열정이 넘치시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하나 질문하는데 답변은 폭포수처럼 이것저것 스르르륵 흘러나와서 정리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참 솔직한 분이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필자가 그런 것은 좀 아니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의견을 내는 것에는 흥미도 있어하고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하며 또 현재 택견판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술의 한계 같은 것을 생각하며 동조도 해 주셨다.

현재 부각되는 고용우 선생이라는 분에 대한 의견도 솔직담백하게 들을 수 있었고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결련택견협회에서는 그 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기에 좋았다고 생각된다. 인터뷰 내용처럼 도기현 회장님은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되어있고 기술유출해서 원래 우리는 이런 것도 했었다는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니 두 분의 만남을 기대해도 괜찮을 듯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흥분해서 '나는 4년 배운거 가지고 아둥바둥 여기까지 열심히 노력해왔다. 그런 날 보신다면 이뻐해 주시지 않을까? 다른 사범님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서 이뻐해주셨는데.' 하며 눈을 빛내는 모습은 무슨 칭찬 받고 싶어서 안달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또 품밟기와 밀어차기에 대해서는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이전에 배웠던 다른 모든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그런 것은 없었기에 그것만은 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확고한 의지 역시 보였다.

젊은 시절에는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배우고 유학을 다녀오느라 바빴고 다녀와서는 송덕기옹의 택견 모습을 보존하느라, 그리고 송덕기옹이 말씀하신 택견의 경기에 대해서 구현하느라 열심히 달려와 이제는 인사동 명물이 되어버린 택견배틀의 판을 마련한 도기현 회장님. 그리고 이제는 더욱 많은 세대들이 택견이라는 이름을 함께 공유하기를 바라면서 양생과 택견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시도 중인 그 행보에 지금까지처럼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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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는 [도서출판 밝터]

밝터 출판사에 가보니 2010년에 새로 나올 예정인 책에 태견 역사편이 있었고 그 소개에 이런 사진들이 있었다.

태견책이라는 책이 나오고 그 동안 전혀 볼 수 없었던 송덕기옹의 자료들이 나오면서 한풀이 대체 택견과 무슨관계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한풀은 김정윤 선생이 1965년 창시한 무술이다. 김정윤 선생은 최용술 도주에게 야와라를 배웠고 그 야와라가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무술이며 그것이 최용술 도주에 의해서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최용술 도주가 다케다 소카쿠에게 배우며

'이것은 본래 너희 민족의 것이니 너에게 돌려주마.'

라고 했다는 말에서 유래한다.(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리고 최용술 도주를 마지막까지 모셨다는 임현수 관장님의 대구 정기관도 이런 스승의 주장을 그대로 잇고 있다.

김정윤 선생은 야와라를 배우고 그것에 대한 체계를 따로 잡으며 새롭게 한풀이라는 무술을 창시했는데 이 와중에 1985년 송덕기옹을 만나고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1969년에 처음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배우기 시작했던 고용우 선생은 택견을 배우고 나중에 한풀도 가승(사범)수준까지 배웠다고 하는데 그 자신이 배운 택견 기술을 한풀 사람들에게 풀지는 않았던 듯 한풀쪽에서는 택견과의 만남이 1985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1985년의 만남에서 송덕기옹의 택견 기술을 본 김정윤 선생은 자신이 배운 야와라(데고이)와 택견의 기술들, 그리고 비전기술까지 같은 것을 보고 데고이가 고대 한반도에서 태껸이었고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택견이 고구려 시대에 '덕견이' 라고 불렸다던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여 발음도 흡사하다고 여긴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김정윤 선생은 택견에 많은 애착을 가진 듯 했고 그래서 송덕기옹의 택견 기술 촬영에도 전적인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한풀 쪽의 말에 의하면 김정윤 선생이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가지고 가실건지 아니면 남기고 가실건지 물었고 송덕기옹이 남기면 좋다고 하셨다고 해서 김정윤 선생이 자신이 남겨드리겠다고 하길래 송덕기옹이 언제 다 배우시게요? 묻자 김정윤 선생이 책으로 남겨드리겠다고 해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와중에는 송덕기옹이 친자식처럼 아꼈던 이준서씨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또 다른 제자인 고용우 선생도 송덕기옹을 설득했다고도 하고.

한풀 사람들이 송덕기옹에게 택견을 많이 배웠는지 어땠는지는 정확하게 사정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풀 자체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수련해 나가는 그곳에서 멀쩡히 완성된 한풀이라는 무술을 내버려두고 택견을 굳이 많이 배웠을 것 같지는 않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품밟기와 활개짓을 배우는 정도의 교류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여튼 한풀사람들은 꾸준히 송덕기옹과 교류를 가져서 송덕기옹의 장례식 때도 상여가마를 메었다고 한다. 저 사진을 보니 송덕기옹 장례식도 보인다.


하지만 한풀과 기존의 택견협회와는 친하지 않은 모양이다. 충주나 대택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결련택견협회의 경우도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는 것이 김정윤 선생의 태견원전비화라는 책을 보면 송덕기옹을 '할아버지' 라고 부르는 대학생 수련자들이 김정윤 선생과 송덕기옹의 만남을 방해하고 집요하게 훼방을 놓았다고 한다. 송덕기옹을 할아버지라며 친근하게 부르던 사람들은 당시 서울택견보존회, 오늘날의 결련택견협회 선생님들일텐데......

아마 이준서씨가 한풀을 하면서 한풀 사람들을 마구 데려오는 바람에 그걸로 인해 기존의 회원들과 상호간에 뭔가 알력다툼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태견 원전을 내기 며칠 전까지도 송덕기옹의 제자라는 사람들이 전화로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세 단체중 어디가 그랬는지도 의문이다. 2003년 당시 대택과 충주는 대한체육회 가맹문제로 서로 열을 올리며 싸우기 바빠서 새로 뭔 책이 나오는지 관심도 거의 없었을테고 결련택견협회의 경우는 도기현 회장님이 '한풀에서 이러이러한 책이 나온다는데 내가 배우지 못한 스승님의 기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며 관심을 가지고 한번 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쨌든 한풀쪽의 택견에 대한 입장은 택견과 야와라(데고이)는 같은 무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풀은 최용술 도주에게 야와라를 배운 김정윤 선생이 야와라의 취약점까지 보완했기 때문에 무술적 완성도라는 면에서 한층 더 높다고 말하고 있다. 즉 택견과 야와라는 같은 무술이지만 한풀은 그것을 바탕으로 정리되고 보충되어 새롭게 탄생한 무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한풀쪽에서는 택견이나 한풀이나 거의 유사하고 원형은 같은 무술이라고 하는 것인데 반면 고용우 선생 측에서는 한풀과 택견은 전혀 무관한 무술이라고 말해서 또 이채롭다. 한국에도 고용우 선생에게 배우는 현암 위대태껸 연구회가 있는데 그곳의 고용우 선생은 한풀과 택견은 기술은 비슷한게 있을지언정 그 기술들을 풀어나가는 흐름이 완전히 틀리기 때문에 둘은 전혀 별개의 무술이라는 것이다.

아마 고용우 선생 측에서는 택견은 한풀과 전혀 다른 무술이라고 하는 것은 한풀의 주장인 데고이=택견이라는 것에 대한 반박이라고 보인다.

최용술 도주에게 김정윤 선생이 거의 모든 진전을 다 물려받은 것은 사실인 듯 한데 김정윤 선생의 주장이나 이런 것이 전형적인 무술판에서 오컬트 취급을 받는 주장이라서 사람들의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

최용술 도주가 다케다 소카쿠에게 야와라를 배우면서 마지막에 이건 너희 것이니 가지고 돌아가라는 말을 했고 결국 그 무술이 돌아왔으며 김정윤 선생이 그것을 다시 재정리하고 새롭게 한풀이라는 무술을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그 고대의 무예가 한국에 아직 전승자가 존재하더라-

참 가슴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다케다 소카쿠에게 너희 것이니 가지고 돌아가라는 말도 대한 합기도회(아이키도) 측에서는 다케다 소카쿠 자신이 극우적인 인물이었는데 퍽이나 그런 소리 했겠다 하는 말을 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와 가치 있는 것]

사실 이런 이야기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재미도 있고......가능성이라는 것은 무한하게 열려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과거 반세기 동안 한국의 거의 모든 전통무술 단체들의 역사왜곡 덕분에 저런 주장에 대해서는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태권도, 검도, 유도, 그리고 해동검도......역사왜곡이 한두군데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한풀쪽의 이런 주장에 대한 것은 각자의 믿음으로 남겨두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한풀에서 저런 방대한 양의 자료를 남긴 것과 행보를 볼 때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자료들, 그리고 아마 동영상 자료들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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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 송덕기옹의 옷고름 부분에 마이크처럼 보이는 것이 붙어있다. 어쩌면 송덕기옹이 직접 남긴 육성도 한풀측에서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런 자료가 언제 공개될지, 또한 공개된다 할지라도 어떻게 융화가 가능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기존의 협회들과 서로 백안시하는 상황으로 쭉 가게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전 제주엠비씨 방송에서 전북 정읍의 웃대택견에 대해서 방송한 적이 있다.

[제주 엠비씨 전북 웃대택견]

이 방송을 보면 김진영씨라는 사람은 한풀을 수련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 방송에서 보면 사진을 보면서 자신을 가리키는데 그 사진은 한풀 사람들과 이준서씨, 송덕기옹이다. 원형기술만 남은 택견보다 무술적 완성도가 더 높다고 자부하는 한풀 사람들이 왜 따로 나가서 굳이 웃대택견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택견이라고 전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한풀측 말에 의하면 택견을 한풀 사람들이 배웠더라도 교류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굳이 저렇게 택견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는 이유가 궁금하다. 어쩌면 한풀을 하다가 택견에 대해서 더 애착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여보겠다고 나간 것일수도 있고......

하여튼 한풀이 송덕기옹에 대한 방대한 실질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고 또 생각해볼 때 아직 풀지 않은 자료들이 더 있는 것 같으니 그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겠다.

사람마다 생각이야 다르겠지만 송덕기옹의 사진 한장이라도 귀한 것이 아닌가. 각 협회, 단체, 개인의 주장이야 각자가 믿는 바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 한풀의 자료들도 모두 공개가 되고 지금 정비중이라는 위대태껸 연구회의 자료들도 풀어져서 택견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와 생각들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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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밟기와 택견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품밟기라는 굼실거리는 독특한 움직임은 택견을 다른 무술들과 차별화시켜주는데 택견은 왜 이 품밟기라는 움직임을 하는 것일까?

대한택견쪽에서는 품밟기를 통해서 굼실과 능청이라는 움직임을 익히고 이를 통해 도괴력을 끌어내서 밀어차기를 하면 상대를 다치지 않게 찰 수 있는 발질이 나오며 이것이 택견이 다른 무술과 차별화 되는 것이고 따라서 밀어차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굼실과 능청을 하는 품밟기가 경기 중에 항상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련택견협회에서는 품밟기란 아랫발질의 공방에 최적화된 움직임으로써 상대의 아랫발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내 공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한택견과는 달리 하체에 대한 타격을 인정하기에 나오는 주장이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하자면 택견 특유의 발길질을 쓰기 위해서는 품밟기의 굼실거리는 움직임 자체가 필요하다는 일명 품밟기의 신법(身法)이론이 있다. 앞선 두 주장과 비슷하지만 대한택견쪽이 하체를 타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결련택견협회의 품밟기 공방이 아랫발질에만 설명을 두었다면 이쪽은 모든 발질에 이 품밟기를 적용시킨다는 점이다.

류운님이 쓴 '사인 웨이브=침추경' 이라는 칼럼을 보고 생각난 것인데 ITF에서는 사인웨이브라는 독특한 움직임을 수련하고 이것으로 인해서 태권도가 가라데와 차별화되었으며 심지어는 12배의 힘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운님은 해당 칼럼에서 그런 추상적인 힘내기보다 사인 곡선이 위를 그려 중심이 높아지는 순간에는 상단 발차기를 하고 사인곡선이 아래를 그려 중심이 낮아질 때면 손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가라데나 태권도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수기(手技)와 족기(足技)를 섞은 다양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연속해서 쓸 수 있는 점이 사인웨이브의 의의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택견의 품밟기도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택견은 알려지다시피 백기신통비각술이라고 불리운다. 태권도, 가라데, 무에타이나 사바테등 발차기를 다양하게 쓰는 무술은 세상에 많다. 하지만 택견의 발질 시범을 보면 뭔가 독특하다는 말을 다들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하단, 중단, 상단이 다양하게 이어지는 연속적인 발질이 부드럽게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촛대걸이로 정강이를 걷어차려나 하면 바로 곁차기로 올라가 얼굴을 노렸다가 다시 째밟기로 허벅지를 밀어버리고 다시 반대발 딴죽으로 상대의 복사뼈를 안에서 밖으로 걷어내 버리는 이런 움직임은 택견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다른 무술에서는 보기 힘든 동작들이다.

사인 웨이브 곡선으로 표현하자면 촛대걸이로 정강이를 차는 움직임은 중심을 낮추게 되고 곁차기를 하면 다시 중심이 높아졌다가 째밟기로 허벅지를 밟을 때는 다시 중심이 낮아지고 반대발 딴죽을 할 때는 몸의 중심 자체가 다른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다리를 세게 찰 수 있는데다가 걸어 넘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있기에 비록 중단돌려차기는 없지만 택견의 발질들은 태권도보다 훨씬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송덕기옹이 모든 발질을 밀어차라고 했다는 대한택견의 주장은 그들 외에는 주장하지 않으므로 배제하고 생각함.)

품밟기는 기본적인 삼각형을 그리는 밟기 외에도 째밟기, 갈지자 밟기, 접어밟기등이 있고 이를 통해 중심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발질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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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택견협회의 선생님들 중 민족 무예원을 운영하시는 김명근 선생님은 도기현 회장님에게 택견을 배운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왕십리에서 살 때 동네 형들에게 까기와 잽이수의 씨름이라는 여러가지 놀이로 배우셨다고 한다.

동네 형들이 이것저것 수를 가르쳐주고 때로는 싸움기술이라며 알려주는 것도 있었는데 후일 도기현 회장님과 만나 이야기하고 몸짓을 보니 둘은 거의 흡사했다고 한다. 사직골, 구리개, 애오개와 더불어 왕십리쪽도 택견패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쪽 방식의 택견꾼들이 훈련하는 방법이었던 듯 하다.

김명근 선생님은 까기와 씨름을 배울 때 까기의 경우 한발로 서서 한쪽 발로만 연속적으로 찰 것을 연습하라고 배웠다고 한다. 이것을 오래 하다보면 힘도 들고 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릎을 굼실대는 동작과 함께 발길질이 나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된다. 요령이라고 해도 좋고 몸에 힘이 빠지니 자연스럽게 발질이 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품밟기를 하면 굼실하는 움직임에 무릎이 탄력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서 아랫발질부터 윗발질까지 발질들이 부드럽게 연결되게 된다.

대한택견쪽의 품밟기 이론은 굼실과 능청을 통해 도괴력을 끌어내어 이 도괴력을 이용해 발질을 하면 상대가 맞아도 다치지 않는다는 이론이지만 이것은 이미 밝혔듯이 허리를 집어넣는 동작인 '능청'이 다른 무술에서는 오히려 파괴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쓰이기에 그 설명을 듣는 쪽에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반면 품밟기를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신법(身法)이론으로 설명한다면 택견 특유의 연속발질과 굼실대는 움직임이 연관이 되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즉 택견에서 품밟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발질을 연속적으로 상,중,하로 연결해 쓰기 위함이라고 보인다. 아직은 발질에만 해당해서 생각했는데 택견이 백기신통비각술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택견은 유술이다.' 라는 기록도 있는만큼 좀 더 연구해 본다면 택견의 유술기와 연관해서도 품밟기를 신법(身法)으로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택견은 비각술과 유술 두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고 그 택견 기술들의 핵심에 있는 것이 품밟기이며 어느 협회든지 공통적으로 품밟기는 굼실이라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니 택견의 기술들을 조화롭게 쓰려면 이 신법(身法)으로서의 품밟기 이론과 실기를 체계화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대한택견쪽이든 결련택견쪽이든 발질과 태질의 조화가 깨져 태질이 승률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대한택견쪽은 경기 룰을 새로 개정, 강화시키기도 했다. 아랫발질을 잡을 수 있는 결련택견협회의 택견배틀의 경우는 그것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런 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법은 바로 원천인 품밟기로 돌아가 품밟기를 통해 몸을 움직이고 발질과 태질의 기술을 전개하는 방식을 체계화 해 택견꾼들에게 지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밀어차기 이론이 그 객관성을 증명하지 못한 것에 비해 굼실대는 움직임을 통한 발길질에 대한 것은 타 무술에서 택견을 바라봤을 때 그들의 무술과 다른 독특함이 한번에 보인다.

결련택견협회에서는 대한택견쪽의 밀어차기 이론은 몸통에만 적용되는 것 뿐이라고 하며 품밟기는 아랫발질의 공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당연히 나올수밖에 없다는 '필연적 이유' 로서 품밟기를 설명하는데 그렇다면 지도자 연수나 세미나 등을 통해서 택견의 기술을 조화롭게 잘 쓰려면 필연적으로 품밟기가 필히 필요하다는 것을 확고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체계적이고도 객관적인 이론으로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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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gp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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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보면 '택견은 자세가 없는 무형의 무술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무형의 자세라는 것 자체가 무술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아무 자세도 잡지 않고 서 있는 것도 자연체(自然體), 자연세라고 부르는데......아마 택견을 다른 무술과 다르게 부각시켜서 말하려고 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송덕기옹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시며 보인 인승이라는 자세도 역시 자연체와 같은 하나의 자세이며 그외에도 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자세들을 보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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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세 역시 택견의 자세 중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냥 할아버지 팔짱을 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가만히 보면 팔짱치고는 좀 자세가 어정쩡하다. 그냥 팔짱을 끼고 선 거라면 저 자세는 양 팔을 꼬아 팔짱을 만든 것과는 달리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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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에서 발간한 태견 책에도 고용우 선생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굳이 저런 자세를 취하고 계신다. 자세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택견의 기술들을 총 망라하기 위해서 작업했다는 기술사진 촬영에서도 같은 자세를 보이셨다는 것은 위의 컬러 사진이 그냥 대충 사진찍으려고 자세 잡고 서 계신 것은 아닌 것 같다. 무기를 숨기는 자세인지 배를 보호하기 위한 자세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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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견춤까지 모두 배웠다고 하는 고용우 선생도 시범에서 그러한 자세를 보여준다.

출처는 [위대태껸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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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세 역시 택견에 있는 자세 중 하나라고.



자세라는 것을 말하자면 아마도 그 자세가 격투의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특정한 기술들을 쓰기 위한 어떤 형식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최영의 총재가 지은 가라데 백과를 봐도 가라데의 여러 자세들이 나오고 각각의 자세는 가지고 있는 뜻과 기술, 그리고 상극이 되는 자세가 있다. 공격 지향적인 자세, 방어 지향적인 자세, 공격지향이라도 발차기를 기본으로 깔고 갈 자세, 손으로 어지럽히고 파고 들겠다는 자세 등등......이런 것은 각각의 스승이나 유파마다 특성들이 있다.

택견의 경우는 신한승 선생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원품, 좌품, 우품등으로 나누고 있다.

현암 위대태껸 연구회의 경우는 택견에는 다양한 자세가 있다는 말을 하고 또 그 글은 네이버 검색에서 공개로 해놓고 있다.(바로 링크로 갈 경우는 안 보일 수 있음)


[태껸에는 자세가 있다.]

역시 이해가 가는 말이다. 태권도 시합에서도 자세가 있고 그것에 맞춰 스위치도 하고 다양한 보법으로 시합을 하는데 택견이 자세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글을 보니 각 자세에서 상대를 대하는 대처법, 눈재기 하는 방법 등등도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모양이다. 흥미있는 내용들이며 생각해 볼 거리 같다.

현대적으로 각 협회들이 택견의 경기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택견이 본래는 무술이라고 했던 점과 그 고류 무술들은 대부분 자세와 그에 따른 공격과 방어에 대한 기법이 있었던 만큼 택견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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